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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하 Jan 27. 2022

삶의 흔적들

회복되어가는 과정

오감의 회복     


시야가 선명해지고 있다.

침침함이 걷히고 밝아지고 있다.

온 세상이 새롭고 경이롭다.

내 얼굴이 신기하다.

사람들의 눈빛과 표정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시각)  

   

근거리와 원거리의 차이가 보인다.

사람이 건물이 풍경이 입체적으로 다가온다.

놀랍다. (입체감각)     


내 목소리가 느껴진다.

내 말투를 찾아가고 있다.

소리의 높낮이와 어조가 들리기 시작한다. (청각)  

    

냄새를 느끼는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둔하디 둔했던 감각들이 하나둘씩 깨어나고 있다. (후각)    

 

인간이 되어가고 있다.

그럴수록  ‘살아있으나 사람으로서의 감각들이 죽어 있음’을

어떻게 감내했는지 새삼 그 시절의 내가 대견하다.  

    

그리고 지금

살아있기를 살아가기를, 삶을 재활하고 있는

내 심신에게 박수를 보낸다.    

  

비록

기억의 카오스와 멘탈의 끝자락에서

허우적대지만..

넋이 반 틈은 나간 채 매일 사투를 벌이지만,


회복되어가는 과정이다. 」   서른 하나 5월     



 하루를 회복하기


‘하루’라는 시간을 되찾고 그 시간에 익숙해져가기 위해 정말 많이 노력했다.  갑작스런 환경의 변화가 닥칠 때마다 그 분이 내 몸에 찾아오셔서 반 실신하다시피 꼼짝 못 하고 있다. 먼 옛날엔 20시간씩, 며칠씩, 일주일씩, 한 달씩 그랬었으니 정말 많이 나아진 거긴 한데, 그래도 그 감옥 안에 들어갈 때 그 기분을 다시 느끼는 게 달갑지는 않다. 수면 상태와 다른 ‘근골격’이라는 감옥 안에 갇히는 그 불쾌함. 그러나 타인이 보기엔 자는 줄 아는 겉모습. 신은 아실 거다. 」     서른 하나 11월     


「 강물의 흐름을 보면서, 나를 힘들게 하는 모든 것들도 저렇게 흘러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육체적 고통, 정신적 아픔, 치료받으면서 경험한 의료 사고들, 기억상실, 불면, 호흡곤란, 상처, 오해, 편견, 비난, 핍박, 통증들, 불화, 외면, 등등…      

무의식에서 내 뇌를 자극하는 모든 것들이, 흐르고 흘러가 나와 상관없는 것들이 되었으면…      

몸이 반응하고 무의식이 반응하는 것들에 대해 아무 영향 받지 않고 아예 잊을 수 있었으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지금 이 순간, 덜 아프고 더 웃고 더 행복하고 더 즐거울 수 있었으면…    


혜리야 누구라도 너처럼 버텨낼 수 없었을 거야. 혜리야 넌 더 나아질 거야 혜리야 사랑해. 」서른 둘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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