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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하 Jan 29. 2022

서른둘, 골격을 되찾다

사고 후 11년만에 찾은 근본 치료법

「사고 전의 정상적인 골격을 회복하고 싶다.

오늘 서울에 있는 골격원에서 뼈를 맞추고 왔다.

난 장기전이라고 한 번 해서는 안 된다는데

사정해서 한 번이라도 받게 해 달라고 했다.      

뼈와 뼈가 다 어긋나고 관절이 불안정한 걸 항상 느껴서 힘든데,

뼈대가 잡히는 걸 느꼈다.      

신세계였다.      

교통사고로 온 몸이 충격 받아 기둥이 무너졌고 지탱이 안 된다며,

처음 사고 직후 바로 뼈를 맞췄으면 좋았을 텐데 너무 오래돼서 큰일이라고 안타까워하신다.      

“사고가 자네 인생을 바꿔놨어.”

라고 하신다.      

“이렇게 척추가 지탱이 안 되는데

이 아픈 걸 어떻게 견디느냐”

고 하신다.      

역시 전문가는 알아보는 구나…….

나의 머리카락 하나까지도 다 세시며

세포 하나하나까지도 다 관통하시는

나의 참 아버지 하나님은 더 잘 아시겠지?      

이제 저를 이 근골격의 고통에서 그만 풀어주세요.

골격 다 정상화돼서 정상적인 뼈 구조 갖게 해 주세요.

저 좀 살려 주세요.

온 몸 뼈가 다 어긋나고

관절이 불안정하고

척추가 흔들리고

그로 인해 신경통이 오고

헛소리가 나오고

아무것도 오래 지속할 수 없는

이 고통에서 저를 구출해주세요 주님.」     

서른 둘 5월     


서른 살에 내 인생에서 잃어버렸던 기억들이 돌아오고, 서른 한 살에 시골에 요양하러 갈 때만 해도 통증이 많이 줄어든 상태였기 때문에, 정신적 후유증과 호흡곤란만 나아지면 건강이 많이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했었다. 그러나 골격은 또다시 크게 무너졌고 깊은 상실감에 빠지게 되었다.


그 때부터 근본적인 치료법은 결국 골격을 맞추는 것에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치료법을 찾아 여기저기 수소문을 했다. 그러나 모든 인맥을 총동원하여 의료계통 전공자들에게 조언을 구해 보아도 어느 누구도 답을 알지 못했다. 마지막 관리법으로 평생 약을 의존하고 사는 것까지 생각해서 약 연구도 해 보았지만 한계에 부딪혔다.      


시골에 갇혀 걷기 운동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상태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누워서라도 손가락을 움직이며 폰을 통해 치료법을 알아보는 것이었다. 제 3자가 보기에는 폰에 중독된 것으로 보이고 폰에 빠져 사는 것으로 보였을 것이다. 실제로도 그런 평가와 시선들에 시달렸다. 그러나 나는 어떻게든 내 몸을 고치고 싶었다.

각고의 노력 끝에 전통방식으로 뼈를 맞춰주는 골격원을 알게 되었다.


치료법을 찾는 것도 일이지만 치료를 받기 위한 몸 상태를 만드는 것, 그리고 현실적으로 치료비를 감당할 수 있는 재정을 마련하는 것, 또한 치료받는 장소까지 이동하는 것 등 치료란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어떻게 해서 찾은 치료법인데 또다시 기다림이 필요했다.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다 때가 되어서 나는 한 달간 골격원 근처에 방을 잡고 매일 두 번씩 치료에 열성을 가했다. 뼈들이 점점 제자리를 벗어나면서 등이 굽기까지 했었는데 한 달간의 집중치료를 통해 척추가 펴지고 등이 펴지는 기적이 일어났다. 치료를 받는 내내 속으로 소리를 지르고 신체적 아픔을 참아가며 살기 위해 참고 또 참았다.


환자들의 애환 중 하나는 낫기 위해 치료를 받아야 하는 치료가 또 몸을 아프게 한다는 것이다. 수많은 의료현장에서 의료진조차 이해할 수 없는 고통 속에 허우적대면서 힘겨운 치료를 감당해내고 있는 전국의 환우들에게 응원을 보내고 싶다.      


내가 견뎌낸 아픔이 이 세상 최고의 아픔은 아니겠지만, 한 인간으로서 쉽지 않은 고통들을 참아냈고 결국 뼈를 다 맞춰낸 나의 체험을 통해 만성질환에 지친 환우들이 용기를 얻고 치료를 포기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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