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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전공의가 본 "ADHD 약 = 마약?"

ADHD 약은 억울하다.

by 파랑고래

남경필 "ADHD 약 통해 마약 입문 많아"

https://imnews.imbc.com/replay/2025/nwtoday/article/6735948_36808.html



7/17일 자 MBC 아침 기사의 헤드라인이다. 정계를 은퇴하고 마약 중독 치유에 힘쓰고 있는 남경필 전 지사의 인터뷰를 담은 내용이었다. 기사를 읽고 나서 참 마음이 아팠다.

이 기사로 인해 ADHD 약물 치료를 고심하고 있는 많은 분들과 보호자들이 치료를 포기하실지...

또 지금 ADHD 약을 복용 중이신 환자 분들은 얼마나 불안하실까.


ADHD 약과 중독의 과의 관계는 이미 충분한 연구를 통해 검증되었다.

'ADHD 환자가 ADHD 약을 잘 복용하면 중독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 결론이다.

하지만 여전히 ADHD 약에 대한 막연한 오해와 불신이 지속되고 있는 작금의 현실이 참 안타깝다.

우리 사회에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고자 기사의 내용을 반박하는 글을 써본다.


1. ADHD 약은 마약이 아니다.

"청소년들에게 ADHD약을 부모님 또는 학원 선생님들이 권하는 사례가 있어요. 이게 마약 성분이 들어있습니다"


남경필 지사가 '마약 성분'이라고 한건 무엇일까? 기사에 정확하게 설명되지는 않지만 아마 뇌에서 '도파민 분비'를 유도한다는 것을 '마약 성분'으로 생각하신 것 같다.


ADHD 약은 실제로 도파민을 증가시키고, 이는 마약도 동일하다. 하지만 여기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바로 '도파민을 증가시키는 속도'이다.


마약은 급격한 속도로, 엄청난 양의 도파민을 뇌에서 급격하게 증가시킨다. 1초도 안 되는 짧은 시간 내에 한꺼번에 방출된 많은 양의 도파민은 뇌 내에 보상 체계(reward system)를 자극하여 순간적으로 엄청난 쾌락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도파민이 휩쓸고 지나간 뇌는 결코 안전할 수 없다. 순간적이고 강렬한 쾌락 뒤에는 상상할 수 없는 정도의 깊은 우울감, 불안감, 공허감 등을 느끼게 된다. 마치 거대한 해일이 지나가며 풍비박살 난 마을처럼 말이다.


하지만 ADHD 약, 특히 국내에서 처방되는 ADHD 약은 적절한 속도로, 적절한 양의 도파민을 증가시키다. 또한 마약과 달리 증가되는 도파민의 양도 많지 않다. 때문에 ADHD 약을 적정 용량으로 복용하게 되면 마약과 같은 쾌락은 절대 느껴지지 않는다. 마약을 복용한 이후에 나타나는 부작용도 물론 나타나지 않는다.


도파민은 대표적인 쾌락 물질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도파민은 뇌에서 다양한 역할을 하는 중요한 신경전달 물질이다. 도파민은 뇌를 지속적으로 깨어있게 하여 특정한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한 목표를 설정하고, 충동성을 조절하는 뇌의 집행기능(executive function) 에도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기능은 주로 뇌의 전전두엽(pre-frontal lobe)에서 일어난다.


ADHD 환자분들은 선천적으로 이 전전두엽에서 도파민의 분비가 현격하게 줄어든 상태이다. 때문에 한 가지 일에 집중하기가 어렵고, 일을 순서에 맞게 계획을 세우기 힘들며, 사소한 일에도 화를 참기 어려운 일을 많이 겪으신다. 마치 뇌가 '참을 수 있는 연료'를 상실 한 셈이다.


때문에 ADHD 약을 복용하게 되면 전전두옆에서 부족한 도파민을 적절한 양만큼 증가하게 된다. 즉 일반 사람들이 평균적으로 뇌에서 분비되는 양, 딱 그만큼이 보충되는 셈이다. 이 정도 용량으로는 절대 중독자들이 느끼는 쾌락(high)에 결코 도달할 수 없다.



2. ADHD 약이 중독자를 만드는 게 아니라, 중독자가 ADHD 약을 오남용 한다.

돈스파이크 같은 경우에 물어봤더니 어떻게 마약 시작했어요? 그랬더니 ADHD약에 중독이 돼 가지고 그 약의 도수가 올라가면서 결국은 필로폰까지 가게 됐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부모님들이 요즘 아이들한테 ADHD약을 권하고 있는 거죠. 마약을 권하는 거죠.


돈스파이크의 경우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한다. 하지만 정말 'ADHD 약'이 '필로폰'으로 이어진 걸까. 중독에 취약할 수 있는 요인은 매우 많다. 치료되지 않은 우울, 불안 등의 정신과적 질환을 포함해 유전력, 어린 시절 학대 경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원인들이 중독의 길로 우리를 이끈다. 단순히 ADHD 약 복용한 것이 중독에 이르는 하나의 원인라 단정 짓는 것은 매우 위험한 생각일뿐더러 전혀 사실이 아니다.

ADHD 환자가 적절하고, 꾸준하게 치료를 받는다면 오히려 중독을 예방할 수 있다.

하지만 ADHD 환자들은 치료 순응도가 낮을 가능성이 높다. 즉 약을 제시간에 먹고, 정해진 외래 일자에 내원하는 등의 치료를 꾸준히 하지 경향이 있다. 앞서 언급한 '실행기능'의 부족 때문이다. 결국 ADHD 약을 복용하는 환자들은 ADHD 약 때문에 중독이 되는 것이 아니라, ADHD 약을 잘 먹지 않아서 중독에 빠지게 된다.

언젠가 이 공간에서 다루겠지만, 내가 진행한 연구도 다른 연구들과 같이 위의 내용을 증명한다.



3. 건강에 대한 정보는 신중하게 보도되어야 한다.

수많은 정보들이 쏟아지는 시대이다. 여러 정보 중 공중파 방송에서 다루는 내용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신뢰성이 높은 정보로 여겨지고 있다. 아무리 한 개인은 인터뷰한 내용이라지만, 공중파 방송이라는 메신저를 타고 전달된 내용을 많은 사람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건강에 대한 그릇된 정보는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되어 우리 전체 사회의 건강을 해치는 비아러스처럼 작용할 수 있다. 앞으로 전문가의 자문을 토대로 신중한 내용들이 방송되었으면 한다.


ADHD 약은 정말 억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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