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은 외롭고, 전쟁은 비참하다.
1. 왕은 외롭다.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어둡다. 전쟁으로 인한 죽음이 일상이 되어 있는 시대를 묘사한다. 헨리 5세는 영토확장에 대한 야욕과 반란에 대한 불안으로 가득 차 있는 아버지를 경멸했다. 그가 왕위에 올랐을 때 목표는 분명했다. 백성들이 평화의 숨결을 마시도록 하는 것. 헨리 5세를 진정 위한느 이들은 왕의 주변엔 진실을 말하는 자가 없다는 걸 알려준다. 왕에게 오직 추종자와 적뿐이고 친구는 없다고.
하지만 신하들의 더 넓은 땅에 대한 욕망은 헨리 5세의 판단을 흐리게 한다. 신하들이 꾸며놓은 거짓된 상황에 왕은 프랑스 점령을 결심한다.
유일하게 왕을 진심으로 위하는 론 은 왕과 함께 전쟁에 뛰어든다. 대부분의 시간을 침묵하며 왕의 분노와 불안을 버텨준다. 그리고 죽음으로 자신의 진심을 증명한다.
헨리 5세는 전쟁에 승리했지만 외롭고 고독하다.
2. 전쟁은 비참하다.
영화에서 묘사된 전투장면은 끔찍할 만큼 처절하다. 주인공인 헨리 5세도 바닥에서 적군과 뒹굴며 싸운다. 특히 영화 후반부에 나오는 전투 장면은 가희 압권이다. 무거운 갑옷을 입은 군인들은 진흙탕에서 뒹굴며 서로를 무참히 찔러댄다. 칼을 휘두를 공간조차 없이 다닥다닥 붙어서 갑옷 사이로 힘겹게 칼을 쑤셔댄다.
3. 오늘도 전쟁은 계속된다.
최근 몇 년 사이 전쟁이 끊이질 않는 것 같다. 우크라이나에서, 파키스탄에서, 이란에서 오늘도 죽어가는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멈추질 않는다. 갑옷을 뚨고 칼을 찌르진 않지만, 작은 드론이 떨어트린 작은 포탄에 온몸이 산산조각 난다. 중세도 지금도 전쟁은 여전히 끔찍하다. 헨리 5세를 거짓으로 속여 전쟁을 일으킨 신하들처럼, 진실을 감추고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만드는 실상이다.
헨리 5세가 우리 시대에 질문하는 것 같다.
모두가 함께 평화의 숨결을 느낄 방법은 없는 건지.
진실을 말하고 있는 자들은 존재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