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하게
수요일 아침은 다른 때보다 더 눈이 안 떠지는 아침입니다.
일반 사무직원들의 출근은 '월화수목금'입니다. 간혹 토요일 격주제 , 토요일 시간제 이런 꼬리가 붙는 회사도 있긴 합니다. 그렇다 보니 일주일 중 절반에 해당되는 수요일, 목요일은 컨디션 조절이 가장 필요할 때죠.
이전 서비스 업계 직장에서는 휴무를 스케줄 제로 운영하다 보니 일주일 중 수요일은 저에게 유일한 휴무날이라서 그 어느 때보다 일찍 일어나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수요일은 문화의 날이라고 연극/뮤지컬 쪽엔 낮(마티네) 공연이 있습니다. 그래서 낮 공연/저녁 공연까지 보거나 혼자서 뮤비 데이라고 지정해놓고 조조영화부터 시작해서 영화 한 3편 보고 나오면 딱 퇴근시간 되기 전에 집에 들어갈 수 있거든요. 퇴근시간에는 사람들 붐비니깐 피해야죠. 예전에는 일도 정말 힘들게 했지만 그래도 일주일에 하루밖에 안 되는 휴무날 시간을 잘 쪼개서 문화생활이라도 스스로 챙겨서 사는 삶을 추구했었죠.
이후 일반 사무직으로 옮기면서 문화생활을 종종 병행해왔지만 아쉽게도 전 세계가 코로나-19 바이러스 발병 이후로는 영화관, 공연장 발을 끊었습니다. 완화된 규정에 따라 영화관이나 공연장 규제는 많이 풀렸지만 여러 가지 이후로 선뜻 가 질 못하고 있습니다. 하루빨리 예전 같은 생활을 하고 싶습니다.
항상 행복해하면서 즐거워하며 일하는 시간을 보내거나, 공부하는 시간을 보내는 이들은 소위 그렇게 많지 않을 겁니다. 사람 뜻대로만 세상이 돌아가면 정말 그 누구도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겠죠. 그렇지 않기 때문에 뉴스에서 종종 안타까운 소식들이 전해지곤 합니다. 그만큼 누구나 스트레스는 쉽게 받습니다. 개개인의 차이가 조금 있을 뿐이지 안 받는 사람은 없습니다. 다들 겉으로 내색하지 않기 때문에 모르뿐입니다. 시간뿐만 아니라 실제로도 누군가에 쫓긴다고 생각해보면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습니다. 회사에선 일을 하다 보면 기한이라는 게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기한(시간) 안에 해당 업무를 처리하고 맞춰야 합니다. 저는 앞서 말했듯이 계획을 세워서 움직이는 편입니다. 달력에는 월 단위로 표기해두지만 컴퓨터 화면에는 주단 뒤로 세부적으로 세우고, 노트에 일단위로 세워 일을 합니다. '너무 빡빡하게 사는 거 아니냐?'라는 생각이 드실 수 있겠지만 틈새 시간을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이렇게 타이트하게 시간 계획을 세우고도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남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업무 요청이 갑자기 발생하는 일들이 다수이기 때문에 계획적으로 시간을 쓰면 불시에 업무 요청이 들어와도 일찍 처리할 수 있습니다. 그게 저희 가장 맹점이죠. 불시에 생긴 일이라도 그날 처리가 가능하다면
바로 처리하는 편입니다. 어차피 내일 할 일 오늘 시간 남는데 처리한다고 아프거나 죽지 않습니다. 가능한 시간을 돈처럼 쓰라고, 축척을 해두는 겁니다. 이런 날은 100% 이상 달성하면 저에게 스스로 작은 '보상'을 줍니다.
'보상'이라고 단어만 거창할 뿐이지 실질적으로는 상당히 소박합니다. '간식, 커피' 정도입니다. 저는 계약직이라 법인카드는 물론 그 외 기타 지원을 받지 못합니다. 각자가 외부에서 미팅하고 법인카드로 커피를 사 마시고 식사를 하시는데 누구한테 공용으로 사무실에서 마실 커피나 티백차를 구매하자고 제안을 하고 카드를 받죠. 다른 팀들은 월 한 번씩 공용으로 돌아가면서 쓰시는 거 같지만, 뭐 그 나라 법을 따라야죠. 그래서 개인 사비로 조그마한 식품 서랍을 만들어 놓고 이렇게 소소한 '보상'아닌 보상을 시작한 겁니다. 내 할 일 열심히 일만 한다고 누군가 크게 알아주지는 않습니다. 그저 하루를 시간과 나의 생활을 공유하면서 스트레스받지 말고자 작은 위로의 '보상'인 셈입니다.
하루 계획에서는 목표는 거창할 필요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