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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은율 Feb 29. 2024

중드 초보가 꼭 봐야할 선협물 1

-<삼생삼세 십리도화>, <향밀침침신여상>

<삼생삼세 십리도화>는 첫사랑과도 같은 중국드라마이다.  이제껏 많은 드라마를 만났지만, 여전히 중심축을 차지하고 있으며, 드라마를 판단하는 기준이자 가치 척도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삼생삼새 십리도화>를 완주한 후에도, 몇 번이고 돌려보며 아쉬움을 달래다가 비슷한 류의 드라마를 찾아봤다.


이 드라마는 선협물로 분류된다. '선협물이란 도교적 세계관을 기반으로 '의'를 행하는 이야기를 다루는 장르다. 도교뿐 아니라 불교, 음양, 각종 상고 신화나 민담과도 자주 융합된다. 단순하게 말하자면, 동양판타지물로, 신선이 등장하며, 도교, 불교, 유교를 차용한 거대한 세계관을 가지며, 다양한 종족, 법보 등의 신기가 등장한다.' <나무위키 인용>


내가 생각한 신선은 수명이 다함이 없으며, 도를 닦고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선을 행하고, 남/녀 구분이 없는 (애욕의 상태가 없는) 자였다. 나는 인간이 가진 유한성이 없다는 것에 매료되었다. 하지만 드라마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건, 신이라 해서 고통이 없는 게 아니었다는 점이다. 인간적인 해석으로 그려낸 신의 세계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신들에게도 승급 심사 같은 것이 있어서 벼락을 맞으며 고통을 이겨내야 했고, '겁'을 겪어내야만 했다. 인간 세계로 간 신선은 '생로병사'에 더해 '애별리고', '원증회고', '구부득고', '오음성고'를 겪고 돌아와 높은 단계의 신선으로 올랐다.


애별리고(愛別離苦) : 사랑하는 사람이나 물건과 헤어지는 고통

원증회고(怨憎會苦) : 미워하는 사람이나 상황과 마주치는 고통

구부득고(求不得苦) : 갖고 싶은 것을 얻지 못하는 고통

오음성고(五陰盛苦) : 자신의 몸과 마음에 대해 집착하고 만족하지 못하는 고통


불교에서 말하고 있는 인간들이 겪는 이 '팔고'(여덟 가지의 고통)를 인지하면, 선협물의 세계 속에서 겪는 다양한 존재들이 겪는 고통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온갖 고통을 겪고도 죽지 않고 살아난 이들은 내적, 외적으로 더 강해졌다. 악에 대항해서 강해졌으나, 내 가족에겐 한없이 다정한 존재. 이것은 우리가 사랑하는 대상에게 바라는 모습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삼생삼세 십리도화>에서 조우정은 야화/묵연의 캐릭터를 동시에 연기하지만 둘은 서로 다른 존재로, 둘의 이미지를 확연하게 달리 연기하는데 성공한다. 구미호족 백천은 남장을 하고 사음이란 이름으로 전쟁의 신인 묵연에게서 수련을 받는 제자이다. 하지만 묵연은 처음부터 사음이 여자란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 드라마를 세번째 봤을 때, 백천에 대한 이성적인 감정을 끝까지 숨기는 '묵연'의 모습이 애잔했다. 늘 '야화'의 직진하는 스타일에 매료되어 있었는데, 묵연의 이미지는 오래도록 잔잔하게 남는 것이었다. 묵향처럼.




소금은 야망과 질투에 눈이 먼 여자로, 야화와 혼인하기를 원했다. 하지만 야화가 인간 세상에 겁을 겪으러 내려와 있던 백음(소소)과 엮이고 부부의 연을 맺은 후, 소소를 천계로 데리고 오자 그녀의 이성은 마비된다. 소금은 각종 방법을 써서 야화와 소소를 떼어놓으려고 했다. 소소는 아이를 낳고, 누명을 쓰고 자신의 눈을 잃게 된다. 소금의 모함때문에 소소는 주선대에서 뛰어내린다. 주선대는 인간과 신선을 가르는 운명의 장소인 셈이 되었다.


이로써, 정겁을 겪은 백천은 신분이 새로워진다. 그리고 인간이었을 때의 기억을 모조리 잃어버렸다. 천제는 야화와 백천을 이어주려고 하고 (아무도 백천의 얼굴을 모른다) 백천이 소소인 알게 야화는 다시 백천에게 사랑을 갈구한다. 둘의 사랑이 완성되기까지는 마계와의 투, 묵연의 죽음, 소생, 아화의 죽음, 소생이 있었다. 마존의 아들인 이경과 사음과사랑도 있다.


인상 깊었던 봉구와 동화의 사랑도 있다. 봉구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가슴 아파하는 구미호다. 동화는 애정도, 혼인도 할 수 없는 신선으로, 거듭되는 구미호의 애정에 보답하기 위해 인간계에 내려가 부부의 연을 맺는다. 봉구의 슬픈 인연은 <삼생삼세 침상서>에서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


현녀는 악의 화신이다. 마계의 인물인 이경 보다 악독한 현녀. 그녀는 이경과 사음을 질투하여, 사음으로 모습으로 변신하여 이경을 홀린다. 이경과 결혼 후에도 자신의 처지를 만족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악행을 저지른다. 그런 그녀가 맞이할 결말은 뻔한 것 같다. 파멸 그 이상 그이하도 아닌 것이다.







<향밀침침신여상>은 아주 강렬한 선협물이었다.


가장 재미있었던 지점은 천계의 봉황인 욱봉이 돌이킬 수 없는 금멱의 잘못으로 마계의 지존이 되어 나타난 것에 있다. 금멱의 잘못은 질투심에 눈이 먼 윤옥의 술수에서 비롯되었다. 윤옥은 욱봉의 배다른 형제이다. 윤옥은 천계에서 욱봉의 그림자처럼 존재해온 이다. 그에게 나타난 금멱은 조용히 인내하며 살아야만 했던 삶에 한줄기 빛이자 희망이고 기쁨이었다.


욱봉과 금멱의 혼례식은 핏빛으로 물든 날이었다. 금멱의 심장엔 한가지 결함이 있었는데, 정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었다. 이는 금멱이 먹은 '운단'때문이다. 욱봉이 죽은 후, 그녀는 피를 토해냈는데 그속에는 운단도 있었다. 운단이 사라지자 그녀는 비로소 욱봉을 잃은 고통을 느끼게 된다. 금멱은 자신의 죄를 만회하고자 애쓴다. 욱봉을 되살리기 위해서. 욱봉을 되살리는 대가로 그녀는 색을 잃어버린다. 그녀의 세상은 온통 회색빛이 되어버렸다.


마존이 된 욱봉 곁에는 수화가 있다. 수화는 욱봉의 곁에 있기 위해 술수를 쓰는 여자다. <삼생삼세 십리도화>에서 소금과 현녀 같은 역할을 한다.



이 드라마가 흥미 있는 건, 캐릭터가 전,후반에서 확 달라지는 것에 있다.


밝고 자신감이 넘쳤던 욱봉은 마존이 되면서 까칠하고, 퇴폐스럽고, 어두운, 사랑과 증오심을 동시에 가진 인물로 바뀌어버린다. 부드럽고 온화한 성정의 윤옥은 집착과 마성으로 똘똘 뭉친 인물이 되어버리고, 천진난만한 소녀같았던 금멱은 지고지순하고 희생하는 인물로 변모했다.


금멱을 사이에 둔 배다른 형제 간의 대결, 천계와 마계간의 싸움,


이 파국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방법은 하나 뿐이었다.

금멱이 나서야만 세상은 멸망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녀는 그 둘의 힘겨루기에서 희생을 택한다.

윤옥에게 멈춰달라고 애원하고, 욱봉에겐 자신을 용서해 달라고 한다.


금멱이 소멸하고,욱봉은 기다린다.

그녀가 인간계에 다시 환생할 때까지.

자신이 죽었으나 다시 환생했듯이 금멱은 다시 환생했고, 둘은 부부로 살아가게 된다.






로맨스 선협물의 굵직한 주제는 두 가지로 귀결된다. 하나는 악으로부터 세상을 지켜서 모든 중생이 평안하게 살아가는 것. 다른 하나는 두 주인공이 어려움을 이겨내고 서로의 사랑을 지켜내는 것이다. 이 두가지를 만족하면 해피엔딩이다. 하지만 일부 선협물은 세상은 구해내지만 사랑의 결실은 맺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사랑의 결실이란 '혼인'을 말한다.


<삼생삼세 십리도화>와 <향밀침침신여상>은 스토리상 꽉 찬 해피엔딩이다. 그러니 슬픈 장면이 나와서 울더라도, 마지막엔 웃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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