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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페인 Aug 01. 2022

2년 일하고도 경력 이직이 되나요?

스타트업 주니어 PM의 두 번째 이직기


만 2년 갓 넘긴 것도 경력이야? 싶지만, 엄연히 내가 구르면서 배운 게 있는 한. 경력 이직하기에는 충분하다. 채용 결정은 내 가치를 알아보는 기업에서 할 일이니, 난 지원이나 해 보면 된다.


지난 수개월의 이직 과정은 날 성장시켰다. 앞으로 어떠한 태도를 지니고 일에 임해야 할지, 또 어떤 회사에서 내가 일하고 싶은지에 대한 힌트를 얻는 귀한 시간이었다. 첫 이직의 경험이 두 번째 회사에서의 경험을 쌓는 거름이 되었듯, 이직한 현 회사에서의 발전 방향을 탐색하고 언젠가 또 하게 될 이직을 위한 초석으로 이번 이직 경험을 기록해 두고자 한다.


About Me: 신생 스타트업에서 서비스 기획 업무를 시작해, 사내 유일한 PM으로 2개의 회사에서 일했다. 사수가 없는 환경에서 모든 걸 스스로 익히고 적용해야 했다. 만 2.5년의 경력으로 디자인 감은 별로고, 개발자와 말은 좀 통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세 줄 요약

서류 합격률 49% (당근 마켓, 비바리퍼블리카(토스), 야놀자, 우아한 형제들 등)

1차 면접 합격률 33%

채용 과정은 확실히 그 회사를 보여준다



언제?

4개월의 구직 기간

5번의 사이클


퇴사 후 본격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했다. 약 4개월간 다양하게 구직활동을 했는데, 4개월 차에 접어들었을 때에는 비로소(!) ‘퇴사 후 기간이 많이 비는데 그동안 뭘 했냐’는 질문을 면접에서 듣게 되었다. 공격적으로 지원하고 구직활동을 했어야 하는데, 지난 구직 활동 (첫 회사를 퇴사한 후)에서 수 일 차이로 최종 합격 소식을 접하고 결정하느라 스트레스를 받았던 터라 몇 차례 텀을 두고 기업들에 지원했던 게 되려 이직 기간을 너무 맥없이 늘리게 됐다.


다음에 이직을 준비한다면 퇴사 전에, 단기간에 집중해서 준비할 필요가 있겠다. 좋은 회사를 찾겠다는 명분으로 무기한 연장을 하다 보니 오히려 긴장감이 떨어지는 큰 단점이 있었다. 한 차례 대거 지원 후, 서류 결과에 따라 면접을 2주간 진행하고 다시 서류를 지원하는 식으로 여러 사이클을 반복했다.


중간에 최종 오퍼를 주신 몇몇 기업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만 4개월의 구직활동 끝에 다시 첫 출근을 하게 됐다.


무엇을?

PM을 채용하는 곳

일반적인 대중이 사용할 수 있는 범용성 있는 제품일 것

규모 있는 제품팀이 있을 것

도메인/분야는 제한 없이


PM/PO 포지션 위주로 지원 포지션을 탐색했다. 국내에서 PM/PO/서비스 기획자의 용어를 여러모로 혼용해서 사용하고, 또 그 의미도 각자 다르게 해석한다. 때문에 다양한 명칭으로 검색하되, JD를 확인하면서 내가 생각하는 PM의 업무를 요구하는 기업 위주로 지원했다.


서비스 기획의 영역 역시 너무도 중요한 걸 알고 있고, 내 스스로도 발전시켜야 할 부분이긴 했지만, 서비스 기획을 포함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의사 결정하는 일련의 과정 전체를 업으로 삼고 싶었기에 기업에서 어떤 역할을 기대하는지는 중요했다. 주로 ‘3년 이상’ 포지션에 지원했고, 경우에 따라 ‘5년 이상’의 경력을 요하는 공고에도 지원했었다.


B2C 제품 위주의 경력이었지만, 백오피스를 위한 업무나 B2B 프로젝트를 단발성으로 진행하면서 B2B 제품에 대한 관심도 생겼기 때문에 오히려 특정 도메인이나 업종에 집중해 지원하지는 않았다.


어디서?

원티드 (Wanted)

리멤버 (Remember)

사람인

헤드헌팅


대표적으로 활용했던 플랫폼은 원티드(Wanted)였다. 가장 스타트업/IT 기업의 채용 공고가 많이 올라오는 곳이기도 했고, 특히 PM/PO 관련 포지션이 많이 오픈되기 때문이다. 그 외에는 리멤버와 사람인에 각각 프로필/이력서를 업데이트 해 뒀는데 리멤버에서는 2주~4주에 1개씩, 사람인은 업데이트 후 하루에 3개 정도씩 제안을 받아 볼 수 있었다.


리멤버의 제안은 주로 대표나 인사담당자가 내 직무와 유관하고 매력 있는 포지션을 제안한 반면, 사람인을 통한 제안은 내 직무와 전혀 무관한 경영지원 등의 단기 계약직 포지션으로 많이 제안이 왔다. 한 달 여를 지켜보다가, 오히려 너무 무관한 제안들에 스트레스를 받아 사람인에 업데이트 해 둔 이력서를 삭제해 버렸다.


헤드헌팅을 통해 제안이 들어오기도 했는데, 주로 기업에 나를 맞추는 느낌이 강했다. 직무는 유관하지만 내 비전이나 커리어 패스에 맞춰진 느낌은 아니어서 내키지는 않았다. 썩 가고 싶은 회사도 아닌데, 헤드헌팅 회사의 양식에 맞춰 새로 이력서를 작성해 보내주어야 하는 것도 내게는 꽤나 번거로운 포인트였다.


각설하고, 기업에 지원할 때 JD 이외에 아래의 사항들을 집중해서 확인했다.

   

기업(제품팀) 규모 및 제품 규모

매출 및 투자 정보

연봉 범위

재직자/퇴직자 기업 리뷰


위 정보들을 한 번에 제공하는 플랫폼은 아쉽게도 없었기에 플랫폼을 여러 개 확인하며 정보를 취합했다.


재직자 수의 경우 원티드에서 공개되는 경우도 있지만, 간혹 정보 공개를 거부하는 경우도 있어서 사람인에서 기업정보를 확인했다.

기업 리뷰의 경우 잡플래닛과 블라인드를 애용했다. 잡플래닛은 모교의 연계 시스템을 사용하여 무료로 기업 리뷰와 면접후기 등까지 열람해서 볼 수 있었다.

잡플래닛, 원티드, 사람인, 블라인드의 재직자 댓글 등을 참고해서 ‘연봉이 너무 짜다’는 곳들은 정말 가고싶은 곳이 아니고서는 지원을 삼갔다. 직전 회사에서의 보상이 높은 편이 아니었기에 이보다 낮춰서 갈 수는 (당연히) 없었기 때문에…


어떻게?

원티드 이력서

노션(Notion) 포트폴리오


PM으로 스타트업에 지원할 때, 기업에 반드시 제출해야하는 서류로는 이력서와 포트폴리오가 있다. 이력서만 필수로 요구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한 줄씩 임팩트 있게 보여줄만한 성과가 없는 주니어 PM의 입장에서는 내가 일하는 방식이나, 몇 안되는 프로젝트를 어떻게 끌어갔는지를 보여줄 수 있는 포트폴리오가 사실상 필수 요소였다.


이력서의 기본 원칙은 '수치'로 내 성과를 보이는 것인데, 내 성과를 어떻게 내보여야할지 고민이 많았다. 그 외에도 자잘한듯 하지만 디자인 감이 구린 나에겐 너무 어려웠던 이력서 포맷을 찾는 일은, 의외로 원티드 이력서로 손쉽게 해결됐다.


원티드 이력서에서 작성한 내용을 PDF로 저장할 수 있다.


포트폴리오를 준비하는 과정도 쉽지는 않았다. 첫 이직은 퇴사 후 한참 지나서 준비하기 시작하면서 재직 당시 의사결정을 했던 배경이나, 기타 자료들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아 포트폴리오를 기억 저편의 기억에 의존 해 작성해야 했다. 이번 이직을 준비하면서는 (공개 가능한) 다양한 자료들을 미리 정리 해 두어 PM으로서 내가 의사결정한 배경을 잘 정리 할 수 있었다. 작은 TMI들도 섞어서 2주 정도 공들여 만든 포트폴리오는 기대보다 높은 서류 합격률을 이뤄냈고, 면접에서도 긍정적인 피드백을 왕왕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한 가지 간과 한 것이 있다면, 그 때의 나보다 지금의 나는 적어도 몇 단계는 성장했다는 것이다. 보여줄 내용이 있는지 자체를 고민하던 시점을 넘어 이제는 ‘어떤’ 프로젝트를, ‘잘’ 보여줄지를 고민해야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육하원칙에 따라 프로젝트 개요를 노션으로 정리하고 공개 가능한 선에 한해서는 기획문서의 일부나, 논의 배경 등을 포함시켜 포트폴리오를 꾸렸다.


면접 질문을 기반으로 구직 기간 동안에 수차례 포트폴리오를 업데이트하기도 했다.


+) 면접을 진행하면서 면접관님들이 대부분 꼼꼼히 살펴봐주셨지만, 다음 이직할 때에는 pdf로 최대한 핵심 프로젝트 중심으로 작성한 포트폴리오를 제출할 예정이다. 뭐라도 보여줘야겠다 싶어서 내가 진행한 모든 프로젝트를 채워둔 것이 지금 와서 보니 오히려 좀 번잡해 보이기도 한다.


왜?

동료 PM간의 협업 및 시니어PM의 피드백 필요성

특정 도메인의 전문성 제고

성장을 원하는 동료들


    이직을 준비하면서 늘어지거나 ‘이 회사가 가고싶은지?’에 대한 고민이 들 때마다 되새긴 기준이 있었다. PM이 아니라 모든 직무의 주니어들이 이직을 준비할 때 반드시 자신의 기준점이 필요할 것이다. 나의 경우에는 유일한 PM으로 일하는 환경의 장점은 이미 충분히 경험했기에 시니어 및 동료 PM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리고 한 가지 제품에 집중해, 기획의 기본기를 탄탄히 쌓아갈 수 있는 곳인지 역시 주요 고려사항이었다.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성장 동력이 가득한 동료들 사이에서 성장하는 스스로를 보는 것이다. 좋은 동료가 있는 환경을 갈망했고, 서로 끊임 없는 배움을 위한 피드백이 가득한 곳에서 일하고자 했다.




이직과정을 지나고보니 여러 후회가 남긴 하지만, 결국 새로운 곳에서 일하는 나를 위한 좋은 자양분이 될 것임을 알고 있다. 첫 이직 때는 지원할 엄두 조차 나지 않거나, 지원하자마자 서류전형 광탈(!)을 경험했던 유니콘 기업들로부터 서류합격과 면접을 경험할 수 있던것만해도 큰 동기부여가 되었으니 말이다. 기업과의 인터뷰 과정에서 그만큼 좋은 질문들과 생각할 거리들이 던져졌고 앞으로 또 몇년간은 그 숙제를 풀어가며 열심히 불태워 볼 예정이다.v^_^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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