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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씀 Aug 29. 2022

[프롤로그] 한 번 이혼한 남자의 첫사랑

다시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저… 사실… 저는… 이혼했습니다…”

“… 아이…는 있나?”

“아니요. 아이는 없습니다...”

“…허,”



그녀를 만난 지 1년이 좀 넘은 9월의 어느 날, 그녀의 부모님을 찾아가 인사드렸다. 그녀의 목적은 결혼을 허락받기 위함이었다. 나의 목적은 이혼 사실을 말하는 것이어서, 언제 말씀드릴지만 고민했던 것 같다.


여자 친구는 늘 거침없고, 기왕 할 거면 빨리하길 원하는 사람이다. 애초에 부모님 인사도 만난 지 얼마 안 된 때부터 하길 바랐지만, 내가 수없이 미뤘고, 더 이상 미룰 수 없던 가을, 그녀의 부모님을 뵈러 갔다.


우환청심환을 먹고, 부모님과 식사를 하고, 차를 마시러 갈 때까지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르겠다. 카페에서, 화장실을 한 번 다녀온 후에, 나는 이혼 사실을 말씀드렸다.


그녀를 처음 만날 때까지만 해도, 결혼을 준비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지금의 우리는 양가의 허락을 받고, 결혼을 준비하고 있다.


사실 이혼할 때는 다시 결혼할 거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이혼이 완료된 서류를 부모님께 보여드리며 다시는 결혼 안 하겠다는 실언도 했다.


나의 부모님은 아들의 이혼이 자신들의 과거 때문일까 고민하셨지만, 그것과 그것은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부모님을 보면서 분명 행복한 결혼생활이 존재하는 걸 확인했고, 나도 그렇게 살고 싶었다고. 물론 그렇게 살지 못했고, 결국 이혼을 했지만, 그게 꿈이었다고도 말했다.



다시는 행복해질 수 없다고 생각했다.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은 상태에서 그녀를 만났다. 괜찮은 척했지만 괜찮지 않았다. 내 어둠을 숨기며 우리의 만남은 시작되었다. 신기하게도 그녀를 만나고 나의 일상은 빛으로 가득해졌다.


하루가 이렇게나 평안할 수 있구나. 태어나서 처음 느끼는 감정이었다. 함께하는 사람에 따라 삶이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나는 그녀를 만나고서야 알게 되었다.


어쩌면 삶은 나 스스로도 노력해야 하지만,
누구와 함께 하느냐도 매우 중요한 것이 아닐까.


우리의 사이는 항상 안정적이었고 늘 행복했다. 때때로 주변의 시선과 벌어지는 사건이 호락호락하지 않을 때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그녀의 확신과 단호함은 모든 상황을 말끔하게 해결했다.









결혼을 앞두고 요즘의 나는 과거를 돌아보고 있다. 찾아보니 결혼 우울증을 겪는 사람도 있다는데, 두 번째인데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평생 불안정하고 혼자일 때가 많았기에, 지금의 행복이 더 낯설고 소중하게 느껴졌다. 그녀를 만나 행복해진 나의 하루하루를 흘려보내기가 점점 아까워졌다. 오래도록 붙들고 싶었다.


그래서 기록하기로 했다. 우리의 처음과 우리가 더 돈독해질 수 있었던 연애 이야기, 나의 이혼 과정, 그리고 앞으로의 결혼생활을 차곡차곡 써 내려갈 생각이다.


이 기록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우리가 다시 읽기 위함이지만. 조금이나마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면, 온전히 내 욕심일지라도, 정말 기쁠 것 같다.





앞으로 적게 될 이야기

· 우리의 연애 이야기

시간의 흐름에 따른 내용은 넘버링해서, 그렇지 않은 내용은 넘버링 없이 적을 예정입니다.

· 나의 이혼 이야기

상대방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이혼의 과정, 나와 주변이 힘들었던 내용을 적고자 합니다.

· 앞으로의 결혼생활



※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도 따로 씁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매거진을 읽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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