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날 이유가 없었던 삶
나는 지방 소도시에서 자라
대학진학을 계기로 서울로 왔다.
졸업 후에도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했고,
서울에서 만난 사람과 결혼을 하며
자연스럽게 그곳에 정착했다.
서울의 삶은 바빴지만 불편하지는 않았다.
필요한 것은 대부분 가까이에 있었고,
신혼의 시간을 보내기에도 충분했다.
부모님의 도움 없이 시작한 결혼생활이라
신혼집은 남편이 살고 있던 전세 원룸이었다.
전세가 만료될 즈음
우리는 14평짜리 작은 구축빌라를 매입해 이사했다.
대출이 있었지만
'우리 집'이 생겼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했다.
우리가 이사한 뒤
그 동네는 갑자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방송에 나오고,
가게들이 하나 둘 생겨났다.
주말이면 새로 생긴 카페와 식당을 찾아다니며
동네가 변해가는 모습을 구경했다.
그 변화는 생각보다 즐거웠다.
나는 직장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일을 하고 있었고,
남편도 자신의 영역에서 일을 이어가고 있었다.
우리들의 월급은 많지는 않았지만,
생활이 불안할 정도는 아니었다.
사고 싶은 것은 분수에 맞게 사고,
먹고 싶은 것은 대부분 먹을 수 있었고,
시간을 맞춰 종종 해외여행도 다녔다.
아이가 없었기에
삶은 더 자유로웠다.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었고,
오래 바라던 고양이들도 데려왔고,
집도 있었고,
직장도 있었고,
하루는 큰 굴곡 없이 흘러갔다.
돌이켜보면
그 시절의 나는
내 인생에서 가장 평안하고도 안정적인 시간을
살고 있었던 것 같다.
사람들은
더할 나위 없이 안정적인 삶 앞에 섰을 때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이 삶을 계속 유지해갈 것인지,
아니면
아직 살아보지 못한 삶을 향해
한 발을 내딛게 될 것인지.
그 선택이
어디로 이어질지는
그때의 나는 알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