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쫄쫄이 성장기 (5)
아들이 아장아장 걷기 시작하면서 아빠 뒤를 쫄쫄 따라다녀 쫄쫄이가 된 우리 아들은, 말하자면, 자연주의 교육을 지향하는 유치원을 다녔다. (그 유치원에를 보내기 위해 아빠는 추운 겨울날 하루 밤을 꼬박 세우며 줄을 서야 했었다. 교육열 엄청나 ㅎ…)
당시 핫했던 그 유치원에서 쫄쫄이는 흙 속에서 뒹굴며 천방지축으로 놀고 다녔다. 아침에 말짱한 옷을 입혀 보내는데, 오후 하원 할 때는 온 몸이 꾀죄죄 흙투성이가 되어 돌아왔다. 어디서 무슨 토굴이라도 파다 온 것 처럼…
무엇보다 나를 질겁을 하게 했던 것은 쫄쫄이가 건네 주던 ‘엄마 선물’이었다. 우리 쫄쫄이가 집을 나가 바깥 세상에서 최초로 사냥해 온 엄마 선물, 야쿠르트 통에 소중히 담아와 의기양양하게 내밀던 그 콩벌레들…
으아악~
연구실 내 책상 서랍에는 작은 종이 상자가 하나 있었다. 말하자면 보물 상자였는데, 그 안에 소중히 담겨있던 것들, 나무로 만든 작은 코끼리 상과 작고 투명한 플라스틱 육각형 하나. 코끼리 상은 내 엄지손가락 만했는데, 몸체에는 빨간색과 초록색의 반짝이는 플라스틱 몇 점이 점점이 박혔 있었다. 그나마, 그 몇 개는 떨어져 나갔다. 플라스틱 육각형은 크기가 내 엄지 손톱보다는 조금 클까 싶은데, 용도가 무엇이었는지는 도무지 알 수 없다.
이 것들은 유치원 다닐 무렵의 우리 쫄쫄이가 어느 날 놀이터에서 발견한 보물 들이다. 자기 소유로 갖고 싶은 마음을 이겨내고, 사랑하는 엄마에게 조공한 것들이다. 이 보물들은 내 책상 서랍 속 보물상자에 담겨 약 25여년 이상을 나와 함께 했다. 가끔 자리를 옮기거나, 책상을 정리할 때, 나는 그 조악한 보물들을 꺼내어 만져보며 미소 짓고는 했다. 지난해 반 은퇴를 하며, 책상을 정리했는데, 나는 그 보물들을 여러 번 쥐었다 놨다 하다가 결국은 싸들고 집에 까지 가져가 모셔 두었다.
쫄쫄이 서른 살 무렵, 지 나름대로 살기 바빴던 어느 해 오월, 카톡으로 사진 하나가 날라 왔다. 보니, 길가에 핀 무슨 꽃 사진 하나, 가타부타 말도 붙어 있지 않았다.
‘으헝? 알았어!
어버이날이라는 거지 !!!’
이 글을 갈무리하던 중에 불현듯 생각나, 책상 서랍을 뒤졌다. 손가락보다 작은 꾀죄죄한 곰돌이, 가슴에 예쁜 리본을 달고 있는 미색의 아기 곰, 이 것 역시 쫄쫄이가 놀이터에서 건져 올려 나에게 준 것이다. 철이 든 아들은 나에게 많은 실용적인 선물도 안겨 주었다. 용돈도 주고, 비싼 가방도 사주고, 멋진 리조트에도 보내 주었다. 그러나, 내가 받은 최고의 선물, 오래 가슴에 남은 것들은, 우리 쫄쫄이 만이 줄 수 있었던 저 값을 매길 수 없는 보물 들이다.
이쁘고, 똘망똘망하고, 더 자주 어이없던 쫄쫄이가 나에게 안겨준 그 많은 웃음과 울음과 한숨을 생각한다뭔가 휘리릭, 그저 번개에 콩 꾸어 먹은 심정이다. 되돌아 간다면, 훨씬 좋은 엄마가 되어 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