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쫄쫄이 성장기 (7)
아이들 어렸을 때 연구단지 내 H아파트 109동에 살았는데, 같은 라인에 직속 상관이었던 K부장님이 살고 계셨다. K부장님, 오직 일 밖에 모르시는 분이었는데, 연구원의 표상같은 그 분을 살짝 존경하던 시절이었다.
어느 날 쫄쫄이를 데리고 외출하던 중에, 엘리베이터 안에서 그 분을 딱 만났다. 평소, 세상 일에는 별 관심이 없는 분께서 쫄쫄이를 보고 한마디 하셨다.
“아이고 그 녀석 참 잘 생겼네.
크면 한 자리 하겠는 걸”
쫄쫄이가 K 부장님을 쓰윽 쳐다보며 한마디 했다.
“아저씨 사람 볼 줄 아시네요 !”
평소 표정이 별로 없으신 K부장님, 멋쩍게 씨익~ 웃으셨다는.
하이고 아들아, 하하하 !
쫄쫄이는 어렸을 때부터 물을 좋아했다. 아장아장 걸어 다니던 애기 때부터 물에만 담가 놓으면 혼자서도 한참을 재미있게 놀았다. 그래서인지, 유치원생 무렵 시작한 수영 레슨을 초등학교 삼사학년 학동이 될 때까지 싫다 하지 않고 즐겁게 다녔다.
연구단지 수영장에 레슨을 다닐 때였는데, 아마도 사학년 무렵이었을 게다. 어느 날, 레슨 강사가 쫄쫄이가 폐활량이 몹시 큰데다가 수영을 두루두루 다 잘 하니 수영 선수를 시켜보면 어떻겠냐고 권했다.
집에 돌아와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여차 저차...이차 저차.. 어떠냐 ?”
아빠는 한번 시켜 보자고… 쫄쫄이가 단칼에 정리했다.
“수영 선수?
엄마, 운동 선수는 일등만 살아 남아. 누구 개고생할 일 있어?”
(일등만 살아! 개고생? 쫄쫄이는 어디서 이런 명쾌한 이야기를 들었을까!)
팔랑귀 엄마 아빠가 찍소리도 못하고 조용히 마음을 접었다는 이야기.
이후에도 쫄쫄이는 물놀이를 좋아라 하며 꾸준히 즐기며 살고 있다. 개고생은 개한테나 줘버리고 ㅎㅎ
(사진출처: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