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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b n Wrestle Nov 06. 2022

진짜 빌런은 누구인가

환경을 욕하지만 말고 제대로 이해하기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가 궁금해지는 요즘이다. Free Speech 옹호하는 그가 스캠과 거짓 정보로 얼룩 졌던 트위터를 어떻게 바꿔나갈지 궁금하다. 그의 여러 계획  내가 가장 흥미 있게 보는 곳은 Vine을 부활시키느냐 마냐이다.


Vine은 숏폼 영상의 선구주자였다. 2013년도에 처음 나왔던 이 앱은 6초짜리의 loop 영상 플랫폼이었다. 정말 많은 스타들이 유튜브, 트위치, 틱톡에서 태어났지만, 이들이 있기 전엔 바인이 소셜 미디어 스타를 배출한 플랫폼이라 가히 말할 수 있다. 학창 시절 하루 몇 시간씩 Vine 보는 재미로 살았던 것 같다. 그때의 스타들은 지금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그중 내가 좋아하던 스타들은 King Bach, Jerome Jarre, Liza Koshy, Jerry Purpdrank, DeStorm, Rudy Mancuso, Melvin Gregg, Anwar, Logan Paul, Jake Paul 등이 있다.


Vine은 13년부터 15년까지 유일하게 성공한 숏폼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 15년도 기준 Vine은 미국 전체 디지털 인구의 14%가 활성 유저였고, 약 1억 명이 매월 Vine 영상들을 소비했다. 서비스가 종료되기 전까지 약 4천만 개의 영상이 업로드되었는데, 매일 10억 번이 재생되었을 정도니 어마어마한 퍼포먼스다(참고).


그 후 틱톡과 트위치, 그리고 인스타그램이 점점 독자적이고 유저 프랜들리한 기능을 내면서, 트위터는 2016년에 Vine에 더 이상 영상을 업로드하지 못하고 아카이빙만 가능하도록 만들었다(Vine이 론칭한 13년도 전에 트위터가 Vine을 인수했다). Vine이 종료될 때쯤 이미 Vine 스타들은 유튜브로 옮겨 갔지만, Vine 덕분에 많은 스타들이 탄생했고, 더 나아가 인플루언서 마케팅 산업을 수십 배 이상 키운 앱이었다.


Vine 스타들 중 가장 주목되는 두 명은 Logan Paul과 Jake Paul 형제일 것이다. Vine에서 재밌게 보던 친구들이었는데(95년생, 97년생), 이 둘이야말로 팬만큼이나 안티가 많은 인플루언서가 있을까 싶다. 오하이오 출신의 이 형제는 각자 일상 속에서 유머 소재를 찾아 웃긴 영상들을 만들었다. 영상의 길이도 그랬지만 고등학생에서 갓 대학생이 되던 시기라 영상들은 꽤 담백(?)했다.


형제는 학업을 중퇴하고 LA로 이사하면서 본격적으로 인플루언서(internet personality) 커리어를 시작했다. 유튜버 활동을 시작하면서 그 플랫폼 성격에 맞게 다양한 롱폼 콘텐츠를 업로드하기 시작했는데, 이때부터 아슬아슬하고도 자극적인 이미지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함께 영상을 찍는 주변 친구들도 썩 정상은 아니다 생각했었는데, 그중 큰 문제가 되었던 것이 자살 숲(“Suicide Forest”) 영상이었다. 2017년 말, Logan Paul은 친구들과 일본 여행을 갔는데, 후지 산 아래 아오키가하라 숲에 가서 실제로 죽은 사람을 찍어 올린 것이 문제의 화단이었다. Logan Paul 일행은 일본을 여행하며 여러 크고 작은 말썽을 피웠는데, 그날은 저 숲에 들어가 실제로 죽어 있는 사람에게 히히덕거리는 영상을 유튜브에 올린 것이다. 24시간 만에 6백만 뷰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한 이 영상에서 그는, “지금까지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 중에서 내가 찍은 이 영상(콘텐츠)은 처음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엄청난 비난에 휩싸였는데, 그 이유는 영상의 유해성은 물론이거니와, 그는 Vine을 통해 가장 많은 1~20대층 팬을 거느린 인플루언서였기 때문이다. 대중들의 반발과 함께 동료 인플루언서들에게서도 욕이란 욕은 다 먹은 사과 영상과 함께 3개월간의 자숙 기간을 보냈다.


내 의식의 흐름이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소식부터 Vine의 간략한 역사, 그리고 Logan Paul까지 왔다. 그래서 나는 Logan Paul을 싫어하는가? 내 대답은, “옛날엔 싫었지만 지금은 싫지 않다.”다.


Logan Paul은 소셜 미디어가 만들어낸 대스타다. 이제 그는 유튜브에서 팟캐스트까지 다양한 미디어의 알고리즘과 광고 산업 속에서 갑 중의 갑이 되었다. 그가 2018년 11월에 시작한 팟캐스트 <ImPaulsive> 에는 본인과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대단한 사람들이 많이 나오는데, 콘텐츠 완성도도 높고 재밌다. 이제 본인을 ‘contorversial’ 유튜버이자 복서 등으로 소개하면서 미디어 생태계에 맞게 자신의 페르소나를 강화, 재창조하고 있다(실제로 프로 복서이자 레슬러 활동도 시작했다).


이때 생각나는 구절이 있다. “Don’t hate the player, hate the game.”. ‘나에게 뭐라 하지 말고 내가 이렇게 하게 만든 이 시스템, 규칙, 로직, 사회를 욕하라’는 말이다. 자극적인 콘텐츠, 거짓 콘텐츠, 유해 콘텐츠를 잘 만드는 크리에이터들에게 손가락질할게 아니라 그런 콘텐츠가 조회수가 잘 나오는 로직과 UI/UX를 기획한 미디어 플랫폼을 욕하란 얘기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겠지만, 세상은 그렇게 움직여왔다. 저급하게 취급된 것들이 중복되어 소비된다고 비평만 할 것이 아니라, 사실 그것들이 게임의 룰을 이해한 것이라면 가까이에서 관찰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소셜 미디어 산업에서 관심은 곧 돈이다. 관심종자들이 문제가 아니라, 그렇게 짜인 시스템이 빌런이다. 이런 콘텐츠를 만드는 X, 그걸 소비하는 나, 그리고 우릴 버무리는 시스템중 누구에게 책임을 묻고 문제를 제기해야 하는지는 어려운 고민이 아니다. 편파적으로 해석할 것도 없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아무에게도 돌을 던질 수 없다. 이 게임에 참여하는 나 또한 소비 방식을 통제하지 못하면 이 규칙 안에서 책임을 누군가에게 전가하고만 있을 뿐이다. 알랭 드 보통의 말을 빌려, 어떤 게임에 계속 신경 쓰이는 상태에서 벗어나는 가장 빠른 방법은 그 게임을 제대로 플레이해서 규칙을 이해해버리는 것일지도 모른다.



essay by 이준우

photo by Brian McGow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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