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오피스의 종말

10년 이후엔 ‘공유오피스’라는 용어가 살아있을까?

by Jab n Wrestle

이번 올림픽에서 우리나라 축구 경기를 보고 느낀 것은 기세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첫 뉴질랜드전에서 비록 패배했지만 2차전에서 루마니아를 상대로 승리하며 경기력을 올렸고, 그 기세를 몰아 온두라스를 대파했다. 영화 기생충에서도 기우(최우식)가 수능 시험을 푸는 것도 기세가 다라고 말한 것처럼 이 기세라는 것은 실로 강력한 추진력이다. 특히 팀 경기일수록 팀원들이 함께 만들어내는 이 기세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압도되게 만들 힘이 된다. 이 기세를 몰아 상대팀에 대한 분석과 함께 경기에 임하면 승기를 잡을 것이다. 올림픽 토너먼트 경기만큼 치열한 게 대스 매치를 방불케 하는 공유오피스 업계다.


공유오피스 시장도 이제 예선전을 막 마친 상태다. 탄탄한 자금력과 스타 플레이어들을 갖춘 글로벌 우승후보팀이 부진한 실력을 보이며 본선에 진출하기도 하였고, 대기업 브랜드는 결국 본선행 티켓을 얻지 못했다. 1등, 2등, 3등이 얼추 정해졌고 이제 본 게임이 시작되었다. 공유오피스 시즌1의 끝이다.


시즌1(Phase 1)


공유오피스라는 용어가 본격적으로 오르내리기 시작한 지난 10년은 이 산업(industry) 정체성을 찾아가는 시간이자 수요를 탐색하는 시기였다. 서비스드 오피스, 쉐어드 오피스, 공유 사무실 등,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춰 다양한 이름을 내걸고 브랜딩을 진행하였으나 전대업자라는 이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였다. 우스갯소리로 우리끼리 ‘데스크 팔이’를 한다고 하지만 어쨌든 주요 매출원은 월세니까. 시장에 유동성은 매년 넘쳐흐르니 펀드 금액도 자연스레 더 커지고 있고, 더 많은 스타트업이 투자를 받는 일이 예전에 비해 수월해지고 있다. 반대로 스타트업이 자기들의 성장 방향과 맞는 투자사들을 고르기도 하는 풍경도 보인다. 공유오피스는 이러한 스타트업 씬에서 필수요건이었다. 고무줄을 늘였다 줄였다 하듯 임차 공간을 유연하게 조정하는 니즈를 공유오피스가 흡수했다. 위치상 좋은 입지의 사무실을 월 계약 방식으로 합리적이고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하였다.


시즌1의 공유오피스 업자들이 한 일은 이는 단순히 새로운 형태의 사무실을 공급한 것을 넘어 더 심오한 영향력을 끼쳤다. 바로 우리들이 일을 하는 이유를 다시 한번 스스로 생각하게 만들었다. 마치 그동안 회전 초밥집만 드나들던 내가 처음으로 스시 오마카세를 경험한 이후 나의 일식 문화의 지평과 다루는 식재료의 수준에 대한 기준이 높아진 것처럼 말이다. 수준 높은 혜택이 대중들에게 접근 가능해지면 시장 내 혁신이 일어나고 눈에 보이지 않는 소비자의 행동 DNA를 바꿔놓는다. 집안일만 하던 순종스럽던 아내들이 2차 세계대전 동안 남정네들 대신 공장을 돌리기 시작한 이후, 여성 참정권을 얻었고 그 후 커리어우먼, 알파우먼과 같은 용어와 함께 여권이 드라마틱하게 신장된 그림과 유사하다. ‘네네’할 수밖에 없던 여성들은 경제력이 생긴 이후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되고 이혼율도 당연히 늘었다. 본인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내면의 힘이 생겼다는 점은 오늘날의 근로 노동자에게도 비슷하게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아를 가진 한 인간으로서 일정한 수준의 업무 환경이 갖춰져야 한다는 개인 기준이 생겼다. 그에 대한 반증으로 사람인을 포함한 해외 여러 구인구직 사이트에서 진행한 설문에 따르면 MZ세대에 속한 구직자들의 회사 선택 기준에 연봉 수준과 근무 환경이 거의 동일한 수준인 것으로 집계된다.


시즌1.5(Sudden Mission)?


스타트업은 중요한 순간에 피봇(Pivot)을 하듯, 이제는 이 업에 대해, 이 시장에 대해, 이 산업에 대해 재고할 때다. 시즌1의 경기 환경은 직원 수만큼 사무 공간이 필요하다는 전제하에 진행되었다. 작년 초 코로나 팬데믹은 업계 플레이어들이 미처 준비할새 없이 바로 돌발 미션을 진행했다. 방역 수준을 업계 최고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사옥 대신 일할 곳을 찾는 고객사들을 빠르게 유치시켜야 하는 미션이 주어졌다.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를 막기 위한 노력을 얼마나 멋지게 수행하느냐를 보면 업자별로 지점 운영 수준이 드러났다.


이미 기간을 약정하여 입주한 회사들은 재택근무를 시행했지만 어쩔 수 없이 사무 공간은 가지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계약은 유지해야 했다. 고객들은 이미 유연한 계약 방식을 제공하고 있던 공유오피스 업자들에게 더 높은 유연함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상황은 공유오피스 업자들이나 이용자들에게나 모두 준비가 덜된 상황이었지만 어쨌든 둘 다 이 낯선 일상에 적응해야 했다. 작년 기준, 전 세계 10명 이상의 규모 회사 중 43만 개가 넘는 회사가 줌(Zoom)을 썼다. 2020년 초에 줌의 주식을 샀다면 최소 4배가 올랐다. 줌 외에도 세일즈포스, 슬랙, 엔비디아 등 클라우드 기반 비대면 업무 툴 사용이 당연한 것이 되었다. 사회적으로 거리를 둔 간격을 기술이 빠르게 메워주었다. 아쉽게도 공유오피스 사업자들의 기술 도입은 한 발짝 늦게 시작했다.


시즌2(Phase 2)!


시즌 1.5까지의 우승 전략은 싸게 빌려 비싸게 월세를 받는 일이었다면, 시즌2에서는 사무 공간에 대한 변화를 누가 더 빠르게 캐치하여 기술(technology)로 해결하는지가 승리의 관건이 될 것이다. 이제는 상업용 부동산이라는 포지셔닝을 넘어 공간과 ICT를 결합한 공간 콘텐츠 공급자 타이틀을 가져가야 한다.


최근 한 글로벌 제약회사는 한국에 본사 사무실을 구축했는데 회의실을 제외한 모든 책상이 비지정 좌석이다. 기본 근무 방침은 재택근무이고 부득이 사무실을 올 때는 다양한 형태의 업무 공간에서 집중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강남에 본사를 둔 한 클라우드 서비스 회사는 코로나와 무관하게 재택 기반 유연 근무제를 회사의 기본 정책으로 도입했다. 신규 채용은 늘고 있지만 오히려 사옥 면적을 줄이고 있다. 사무실 인테리어를 새로 하고 자율 좌석제로 운영하는 동시에 공유오피스의 거점 오피스 솔루션을 활용해 직주근접 분산 근무 시스템을 세팅했다.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클라우드 서비스 회사는 작년 2월부터 회사 사무실을 일절 쓰지 않았고, 직방은 아예 사옥 자체를 없앴다…! 위 서술한 회사들 외에도 직접 확인한 사례가 많다. 그리고 이 회사들에 신규 입사자들이 늘고 있다. 중요한 현상이다.


시즌 2가 이제 막 시작했다. 위워크의 All Access와 On-Demand, 패스트파이브의 파이브스팟, 스파크플러스의 스플라운지 패스, 집무실은 기업용 분산 오피스 상품을 갖추고 경합을 시작했다. 이제 고객사들의 분산 근무 니즈를 얼마나 매끄럽게 해결할 수 있는지에 달렸다. 이를 위해서는 각 물리적 공간의 이용 가능 인원 규모 관리, 공용 좌석의 회전율 관리, 예약 및 조회 기능, 이용 제한 기능 등이 준비되어야 한다. 100평의 공간에 얼마나 많은 인원을 혼잡하지 않게 운영할 수 있을까를 기술로 풀어야 하는 것이다. 기술 기반 플랫폼 회사가 되는 초입에 와 있다. 공간 멤버십에 일단 사용자들을 담고 이용을 활성화시킬 수 있다면 그 다음엔 다양한 서비스를 붙일 수 있다. 분산, 거점 오피스의 특징은 슬세권이라는 점이다. 사무용 오피스 공급자에서 생활형 플랫폼이 되어갈 수 있는 중요한 시점이다. 지금부터 10년 이후에는 ‘공유오피스’라는 용어가 살아있을까?


또한, 시즌1에서는 한 기업이 한 개의 공유오피스의 사무실을 써야 했다면, 시즌2의 거점 오피스 상품은 기업 고객들에게 더 큰 혜택으로 돌아갈 것이다. 인천에 진출한 A회사의 지점을 거점 오피스로 활용하면서 B회사의 노원 지점을 써도 된다는 뜻이다. 업자 간 깃발 꽂기 경쟁에는 변함이 없겠지만.


Nothing was the same


우리는 사람들에게 일을 하는 방법에 대해 높은 가치를 제공하고 있다. 답은 항상 고객에게 있다. 낡은 사고는 낡은 해결책만 낳을 뿐이다. 공유오피스 업자들이 진정 테크 기업이란 타이틀을 달고 싶다면 먼저 그런 업무 방식을 내부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부동산 계산법을 이제는 어느 정도 내려놓아야 한다. 앱 기반 회사들이 어떤 그로스 해킹 방식을 도입하여 일하고 있는지 가까이서 분석하고 학습해야 한다.


동시에 입주한 회사들의 사무실 이용 패턴과 업종별 인테리어 구성을 관찰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재택근무와 분산 근무를 도입하는 회사들을 찾아가 그걸 왜 하는지, 어떻게 하는지 물어보아야 한다. 이 회사들도 다 타당한 이유(생산성 및 인재 확보)가 있기 때문에 결정한 것이다.



essay by junwoo

photo by Fakurian Desi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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