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제현 Mar 11. 2024

세번째 40인 스타트업을 퇴사하며

신사업, 그리고 그 속의 실무자들 - 3. Proactive한 사람

스타트업은 당연하게도 대기업에 비해 재원을 확보하기 어렵다.

물적재원도 물적재원인데, 그보다 더한 것은 '인적 재원'이다.


인구가 한번 더 피크를 찍은 90년대생이 마침 대학과 스펙 열풍 속에 자라나서 망정이지

기업들이 흔히 원하는, 수도권 상위 top10의 대학을 나오고, 경영,경제를 전공하거나, 포트폴리오가 기가막힌 예체능계, 외국인과 비지니스 커뮤니테이션이 수월한 신입은 거의 구하기 어렵다.


게다가 '인적 재원'이란 말이 '스타트업'이란 말과 붙으면

위와 같은 스펙의 문제를 벗어난 또다른 문제를 얻게 된다.


스타트업의 인적 재원

스타트업은 변동성이 큰 사업 방향성과 불완전한 BM으로 인해

한정적인 리소스 내에서 채용을 감행할 수 밖에 없다.

자연스레, 직원에게 스스로 동기부여가 가능한 팔방미인이 되기를 바란다.(self-motivated & generalist)

다시 말하자면 결국 대표처럼 일할 직원을 원한다.


혹자는 '돈이나 많이 주고 그런 소릴 해라'라거나 '자기 회사도 아닌데 누가 그렇게 일하냐'라고 한다. 

그 말도 영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이는 채용하는 사람도 알고 있다.

채용자 입장에선 그래서 '성장'이란 단어를 많이 쓴다.

스타트업은 기업 그 자체로도 성장이 필요하지만, 그만큼 그 조직을 구성하는 사람들 역시 함께 성장해야한다. 

다시말하자면, '성장 욕구'가 있는 사람인가가 회사 입장에선 굉장히 중요하단 뜻이다.


그게 실무자 개인의 포트폴리오를 채우는 것이 됐든

연봉을 올리기 위한 수가 됐든, 이직을 위한 발판으로 삼든지 간에

스스로가 지금의 노동 조건 하에서 더 나은 퍼포먼스를 내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가?


해서 많은 스타트업이 Proactive한 직원을 원한다.

수동태 같은 사람보다 능동태 같은 사람이 필요하단 뜻이다.


그런데 내가 세 곳의 스타트업을 다니며 느낀 것은 

조직은 Proactive한 직원을 정말 원하느냐는 것이다.




진심으로 Proactive한 직원이 스타트업에 필요한 사람일까?


세 곳의 스타트업에서 나는 생각보다 많은 직원들이 Proactive하다 느꼈다.

위에 서술했듯, 그들은 '성장 욕구'가 충분한 사람들이었다.

맡은 업무를 책임감 있게 수행하고, 더 나은 퍼포먼스를 내기 위해 퇴근 후에도 회사의 앞날에 대해 토론했다.

무엇이 고객을 더 만족시키는가? 어떻게 매출을 끌어올릴 수 있는가에 대해

동료들과 새벽 2시까지 치열하게 논쟁을 주고 받았던 경험도 있다.


하지만 조직은 그러한 사람들을 그리 달가워하진 않았다.


그들은 회사의 방향성에 의문을 품었다.

프로젝트 기획에 의문을 품고, 현재의 서비스 품질에 의문을 품었다.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질문은 더 나은 방향을 제시하는 출발점이면서도
조직의 얼라인을 해치는 요소이기도 했다.


리더들은 Proactive하기만을 바라지 않았다.

정확히는 나와 생각이 일치하면서도, 주어진 업무 범위 안에서만 Proactive하길 바랐다.


치열했던 직원들은, 어느순간부터 회의 시간에 말을 아끼기 시작했다.

어차피 안건을 내밀어 봤자 결국은 리더들의 결정대로 흘러갈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언젠가부터 회사는 퀴즈쇼처럼, 리더의 마음을 읽고 정답을 먼저 제시하는 사람이 더 좋은 평가를 받기 시작한다.

넘쳤던 그들의 에너지는 속으로만 삭혀지고, 이윽고 자기들끼리 회사를 욕하며

누가 먼저 이 회사를 그만둘 것인지에 대해 토론하기 시작한다.




리더로써 항변을 한다면

얼라인은 스타트업에서 매우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다.

한정된 자원 속에서 빠른 결정과 실행을 위해선, 우리 조직이 '한 곳'을 바라보는 것 만큼 효율적인 것이 없다.


리더들은 일반 실무자보다 더 많은 정보와 식견, 그로부터 도출된 인사이트,

나아가 리더들 만의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접한 시장 정보와,

으레 리더들이 그러하듯 나름의 똘똘한 두뇌로 인해 '그럴싸한 가설'을 세운 뒤 빠르게 검증하고 싶어한다.


이 가설에 실무자가 반박을 한다면,

대개 그 실무자는 리더보다는 적은 정보와 좁은 식견, 그로부터 도출된 뾰족하지만 기울어진 인사이트로 반박을 하기에, 리더 입장에선 '검토할 가치가 없는 제안'이거나, 전혀 생각치도 못한 이야기로써 '뜬구름 잡는 소리'라고 여길 확률이 높다


나도 팀장직을 경험하며 느낀 것은, proactive한 친구들일수록 그들에게 조직의 방향성, 내지는 지금 당신이 왜 그 일을 맡아서 해야하는지에 대해 더 많은 설득을 해야했단 것이다.

그리고 지금 당신이 가진 조직에 대한 의문과, 당신이 제시한 대안이 왜 현재 시점에서 유효하지 않은 지에 대해 확실하게 납득시켜줘야만 했다.


그 설득의 시간이 한 명, 다섯 명, 열 명 쌓이게 되면

결국은 리더에게 리스크가 된다.

그리고 나는 여기에 우리가 주목해야할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Proactive한 사람이 필요한가? 그렇다면 납득을 시키면 된다.

납득은 어떻게 시키는가? 압도적인 리더쉽이 있으면 된다.

리더쉽이란 무엇인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영향력을 어떻게 행사하는가? 리더가 나은 사람이면 된다.


실무자가 보지 못한 관점을 넓혀주고, 인사이트를 보완해주고, 구조화해주고

이상과 현실의 gap을 현실적으로 줄여나가는 경험을 전달해주면 된다.


Proactive한 사람은 결국 성장 욕구가 있는 사람이고

리더가 배울만한 사람이라면, 그 사람은 그 태도를 유지할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세번째 40인 스타트업을 퇴사하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