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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min Mar 11. 2020

마스크가 가져온 기쁨

나쁘지 않은 줄

숨만 쉬어도 입가에 남는 축축함. 

이게 내 입술인지 수육인지 헷갈리는 감촉.

내 침이 더러울까 코로나가 더러울까 혼란스러운 나날이 계속되고 있다.


이제는 산딸기보다 귀해진 마스크가 우리 일상을 송두리째 바꿨다. 약국 앞 늘어선 긴 행렬, 적군인지 아군인지 헷갈리는 상황, 입이 노출됐을 때의 불안함과 미안함. 불과 몇 달 사이에 마스크는 핸드폰과 더불어 외출 동반자 1순위가 되었다.

처음엔 그토록 어색하고 불편했다. 위생적이라는 느낌도 없었고, 비록 숭하지만 내 얼굴이 가려진 것도 싫었다. 그러던 오늘 출근길, 지하철 유리에 비친 나를 보았다.


뭐야.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편이잖아.



간만에 내 모습을 보고 쾌남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나도 모르게 윙크를 전했다.

지하철은 행선지를 향해 힘차게 달려가고, 내 마음도 극한의 아름다움을 뛰어넘고 있다.


여기까지만 했어야 했다.


자신감이 과해진 나머지 마스크를 살짝 내렸을 때, 역시 그 몽타주가 거기에 있었다.


그래, 오늘도 열심히 일하자.

코로나가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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