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 프리랜서] 박현민 편집장 인터뷰
'프리랜스 라이프'의 정석을 말하다
박현민 편집장 인터뷰
만 10년 경력의 연예부 기자이자 프리랜서 방송인. 그리고 출판사 편집장과 에세이 작가. 그를 수식할 수 있는 단어는 참 많다. 틈틈이 강연도 하며, 두 달 전까지는 노숙자의 자립을 돕는 <빅이슈코리아>의 편집장이기도 했다. 그야말로 ‘제대로 프리랜스 라이프(freelance life)’의 대명사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요즘 그의 최대 관심사는 두 달 전 입양한 고양이 ‘우주’다. 인스타그램에 우주 계정(@woojoo.plz)을 따로 만들었을 정도로 애정이 넘친다. “하루를 우주 밥 주는 것으로 시작한다”는 박현민씨를 만나 그간의 삶과 프리랜서로서의 행적을 들어봤다.
원래 방송가를 종횡무진하던 방송인이자 연예부 기자였다.
꾸준히 칼럼을 기고하여 책도 냈다.
1인 다(多) 직업을 일찌감치 경험한 경력이 재밌다.
기자 본업만으로는 무언가 충족되지 않는 것이 있었다. 처음에는 마냥 즐거워서 시작했던 기자 일이, 전업으로 평생을 끌고 가기엔 고민되는 지점이 생겨났고, 그것이 좀처럼 해결되지 않았다. 금전적인 부분을 비롯하여 장래성, 성취감, 삶의 의미, 행복… 등. 그럴 때쯤 자연스럽게 기회가 닿았고, 다양한 직종을 갖는 ‘N잡러’가 되었다. 물론 기본적으로 다방면에 관심이 많고, 하나에만 집중하지 못하는 다소 산만한 성향 역시 적잖은 영향을 끼쳤던 것 같다.
‘빅이슈 전 편집장’이라는 가장 최근 경력이 이색적이다.
당시 경력을 녹인 <나쁜 편집장>도 출간했는데,
어떤 계기로 노숙자의 자립을 돕는 매거진을 맡게 됐는가?
요즘 대부분의 직종이 워낙 빠르게 변화하지 않나? 미디어 업계는 더더욱 그렇다. 10년 뒤의 언론, 10년 뒤의 기자로서의 내 모습을 그려볼 수 없었다. 기계적으로 반복되는 업무와 개인 생활이 없는 생활에 지쳐있기도 했다.
해왔던 업 자체를 바꿀 수는 없지만, 콘텐츠를 만드는 것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해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선한 영향력’을 실천하는 것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 이미 2014년부터 재능기부를 통해 빅이슈에 기고하며 인연을 맺고 있었고, 빅이슈 내부적으로도 문제가 있던 시기였기에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는 영역이 많을 것이라 확신했다. 예를 들면 인기 스타의 커버 섭외, 콘텐츠의 질적 향상, 국내외 유관 업체와의 효율적인 협업 등과 같은.
빅이슈 퇴사 후 다시 프리랜서의 삶으로 돌아왔다.
쉬지 않고 달려온 감이 있어 당분간은 쉬고 싶은 마음도 클 것 같다.
좋게 말하면 프리랜서고, 나쁘게 말하면 ‘백수’다. 출퇴근하는 삶이 아니라 그런지 그냥 쉬는 기분이다. 쉬는 동안 지금까지 내가 인터뷰했던 사람들을 연도별로 엑셀에 정리해봤다. 연예인이 대부분이고, 추가로 방송국 PD, 작가, 엔터테인업계 관계자 등 그 총합이 1,000명이 되었더라.
이 데이터베이스를 가지고 브런치에 [씨-멘트]라는 데일리 연재물을 쓰고 있다. [씨-멘트]는 ‘OO씨의 멘트’, ‘멘트를 보다(SEE)’의 중의적 표현이다. 과거 내가 했던 인터뷰에서 ‘멘트’ 한 단락을 소환하고 그것을 토대로 내용과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다양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말’이 가진 생명력이 물리적 시간을 초월해 오래도록 빛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예전 인터뷰를 다시 보는 것은 여러모로 의미있는 작업이었다. 막내 기자 당시에 업무의 내공도, 심적 여유도 없는탓에 쫓기듯이 했던 인터뷰는 아쉬움 투성이다. 2009년 이순재 배우 인터뷰 녹취록을 보니 좋은 이야기가 참 많았다. 그걸 당시에 기사로 잘 녹여내지 못한 것 같았다.
기사로 나갈 만큼 자극적이지 않아서 나가지 못한 문장도 있다. 지금 상황에서 돌이켜보니 더 인상 깊게 다가오는 문장들도 발견되더라. 방금 전까지는 ‘공효진의 마술’이라는 글을 탈고하고 왔다.
그리고 여전히 <연예가중계>의 ‘긴급진단’ 코너에 출연 중이고, 요청 받은 강연들을 소화하고 있다. <나쁜 편집장> 유통에 대한 업무도 틈틈이 한다. 하지만 지금 내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우주’를 돌보는 것이다. 거리에서 구조되었을 때 상처도 많고 상태도 좋지 않았는데, 부지런히 애정을 쏟았더니 이제는 제법 귀티가 난다.(웃음)
* 박현민 편집장 브런치. 오늘은 어떤 글이 올라올까, 기다리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강연 이야기를 해보자. 주로 어떤 내용의 강연을 하는가?
예전에는 강연 제안을 계속 거절했다. 업무에 바빠서 시간이 나지 않았던 것도 있지만,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해줄 수 있겠어?’라는 걱정이 더 컸다. 그런데 막상 강연에서 대학생, 취준생들을 만나보니 엔터테인먼트의 현업에 대해 현실적인 내용을 너무 모르고 있더라. 청중들은 이 일을 하면 워라밸이 어떤지, 즐거운지, 그런 것들을 종종 묻는다. 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이야기들을 해주려 노력하고 있다.
아무래도 늘 콘텐츠와 함께 하는 직업군에 있었기도 하고 최근까지 매거진 편집장으로 일했던 터라, 콘텐츠에 대한 강연도 종종 들어온다. 주로 콘텐츠 제작자로서의 삶과 자세에 대해 이야기한다. 워낙 콘텐츠가 중요한 시대라 그런지 많은 관심을 보여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현재 본인이 1인 출판사로 있는 ‘우주북스’도 궁금하다.
올해 우주북스에서 두 권의 책을 냈다. 보이그룹 뉴이스트 멤버들의 여행기를 담은 포토에세이 <뉴이스트 로드>와 내 이야기를 담은 푸념에세이 <나쁜 편집장>이다. 현재 몇몇 배우와의 출간 작업도 추가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사실 우주북스를 만들게 된 계기는 단순하다. 주변에 책을 내고 싶어 하는 이들이 많은데, 그 소망을 이뤄주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됐다. 매거진을 만들면서 출판 산업 전반에 대한 것을 알게 됐고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의 일이라 생각됐다. 그리고 ‘내 책’. 1년에 한 권 정도는 꾸준하게 내 책을 만들고 싶은 이유에서 시작되기도 했다.
많은 청년들이 퇴사 후 프리랜서로의 삶을 꿈꾼다.
현실적인 조언을 해준다면?
안 그래도 오늘 오전에 디자인업체 대표와 이에 대해 이야기했다. 입사 1~2년 차에 프리랜서 하겠다고 나가는 청년들이 많다고 하더라.
프리랜서의 핵심은 어떻게 보면 ‘실력’보다 ‘영업력’이다. 본질적으로 실력 부분이 충족돼 있어도 본인에게 일이 떨어지지 않으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영업력은 회사 내에서 키우는 것이 제일 쉽다. 그렇기에 본인의 실력만 믿고 일찌감치 퇴사하는 청년들의 모습이 조금은 아쉬운 것도 있다.
사실 예전에는 혈연, 지연, 학연 같은 것이 중요했다. 하지만 나는 요즘 ‘업연’이라는 말을 쓴다. 일로 만난 사이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업무적으로 알게 된 사람에게는 굳이 내 업무 스킬에 대해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이미 내 업무 능력에 대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프리랜서는 최소한 안정적인 네트워크 망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혹은 그러한 네트워크를 보유한 동업자가 있거나.
각자의 네트워크에 한계가 있기에
‘프리랜서코리아’ 같은 플랫폼에 대한 수요가 생기는 것 같다.
앞으로 프코에 앞으로 바라는 점이 있다면?
처음부터 프리랜서로 시작했거나 회사 근속연수가 짧으면 당연히 네트워크 구축에 대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런 맥락에서 프리랜서코리아 활동이 더욱 의미 있는 것 같다. 프리랜서들이 네트워크 구축에 공들이는 시간을 덜어주고 조금 더 각자의 업무 본질에 집중할 수 있게, 앞으로도 중개 플랫폼 역할을 착실하게 해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다.
특히 타사들과 달리 중개수수료가 없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프코가 초심을 잃지 않고, 앞으로도 프리랜서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앞장서 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아직 대한민국에서의 프리랜서 영역은 노동법상 해결돼야 할 점이 많다.
프리랜서 권익 보호 이슈를 짚어보자.
어떻게 보면 대한민국 자체가 ‘갑질’에 특화된 곳 아닌가. 갑질 이슈가 지속해서 터지는데도 해결이 안 된다. 모든 클라이언트가 그런 건 아니지만, 대부분 ‘나는 너에게 일을 주는 사람이다’라는 생각 때문에 프리랜서에게 부당한 상황이 많이 발생하는 것 같다.
특히 계약서 문제가 정말 심각하다. 클라이언트들이 계약서를 굉장히 늦게 쓰고, 아예 쓰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러다 보니 도장 찍기 전에 엎어지는 경우가 많다. 돈은 당연히 못 받는다. 프리랜서는 ‘혹시라도, 갑자기 모든 게 엎어질까’하는 두려움에 항상 조마조마할 수밖에 없다. 이 부분에 대한 안전장치가 현실적으로 갖추어졌으면 한다.
사실 회사에서 노동자로 일할 때나 프리랜서로 일할 때나, 가장 중요한 것은 일한 만큼 대가를 받는 것이다. 본인에게 부당하거나 위험한 상황이 닥쳤을 때, 사측 노동자는 회사의 보호를 받지만 프리랜서는 방패가 없다. 프리랜서 시대를 맞은 요즘의 상황에서 정부가 프리랜서의 권익 보호에 안일함을 보이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 '프리랜서코리아'는 웹페이지에 누구나 무료로 이용 가능한 '공인된 표준계약서'를 제공하고 있다.
(아래 링크를 누르시면 프코가 제공하는 표준계약서를 보실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리랜서 삶의 매력은 어떤 것인가?
사람들이 그렇게 부르짖던 ‘워라밸’ 아닐까. 내 일을 내가 조율할 수 있다는 것. 그렇기에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것. 프리랜서는 개인 사업자이기에 자신이 결정을 내리고, 자신이 책임을 진다. 그러니 누구 탓도 하지 못한다. 모든 자유에는 책임이 뒤따르는 법이니까.
마지막 질문이다. 앞으로의 계획이 어떻게 되는가?
올해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해를 넘기기 전에 책을 한두 권 더 출간할 예정이다. 그리고 엔터테인먼트와 관련된 유튜브 방송을 준비 중인데, 이것도 가능하면 올해 첫선을 보이고 싶다. 그 외에는 백지상태에서 하나둘 무엇으로 삶을 메꾸어 나갈지 고민해보겠다.
박현민 편집장의 애장품 공개!
- 필름카메라: 시간이 많아져서 취미 삼아 시작했다.
- 텀블러: 환경이슈에 대한 관심 탓에 가능하면 챙기려고 노력한다.
- 나쁜 편집장(책): 미팅 때, 명함 같은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
- 까렌다쉬 볼펜: 편집장이 되었을 때, 아내가 선물해줬다. 박현민 편집장이라고 새겨져 있다.
※ '라라 프리랜서' : '라라'는 '흥겹고 즐겁게 살길'의 순우리말로,
대한민국 프리랜서 모두의 행복한 삶을 지지하는 프리랜서코리아의 마음이 담겨있습니다.
우리 주변 이웃의 프리랜서를 응원하고 싶다면, '프리랜서코리아 브런치'를 구독해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