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FreelancerKorea Dec 12. 2019

“쫄지 말고 회사에서 나오라”

[라라 프리랜서] 배성호 프로그래머 인터뷰

대한민국 어느 개발자의 프리랜스 라이프

배성호 프로그래머 인터뷰






‘소소(SoSo)’ 배성호 개발자의 명함을 받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보였던 명칭이었다. ‘소소’가 귀여워서 무슨 뜻이냐고 물었더니, 본인의 성향이나 스타일을 가장 잘 나타내 주는 지칭이고 중의적인 뜻을 담고 있단다. 사전의 뜻을 빌리자면, 이러하다.

  1. 소소하다: 얼마 되지 아니하다
  2. soso: 그저 그런, 평범한

아등바등 열심히 살아도 ‘중간쯤은 할까’와 같은 걱정을 안고 모두가 하나의 ‘대박’을 꿈꾸는 세상에서, 그저 그런 ‘중박’이 좋다고 외치는 그의 삶이 문득 궁금해졌다. 정규직 개발자들에게 ‘세상으로 나오라’는 현실적인 조언도 마지 않았던 그의 인터뷰에서 대한민국 프리랜서 개발자의 미래를 보고 왔다.





개발자 인터뷰이를 찾는 것이 꽤나 어려웠다.


개발자 주변엔 개발자가 많은데개발자 아닌 사람이 개발자를 찾으려면 어렵다.(웃음특히 프로그래밍이 대부분 컴퓨터 모니터 앞에서 이뤄지는 만큼개발자가 밖으로 노출되는 일이 드물다대부분의 개발자들이 모니터와 싸우는 것을 은근이 즐기는 것 때문에 더욱 그렇다.


나는 개발을 베이스로 여러 일을 하고 있다 보니, 개발자치고는 외부에 노출이 많이 돼있는 편이다. 개발자들이 보통 ‘외골수’로 통하지 않나. 그래서 퇴사 후 개발쪽 아닌 다른 일에 손을 벌렸을 때 신기하게 보는 사람이 많았다.


지금도 누가 “너는 요즘 뭐하냐”고 물으면, 실제로 그렇듯 “이것저것 한다”고 한다. 혹자는 선택과 집중을 해야 된다고 하는데 세상에 정답이 어디 있나. 내가 ‘이것저것’ 해서 잘되면 그것이 또 하나의 정답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일념 하에, 여러가지 잡다한 일을 하며 ‘긱워커’로서의 삶을 살고 있다.



먼저 회사 이야기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7년 간의 직장 생활 후 무슨 계기로 회사를 나오게 됐는가?


어떤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내 선천적인 기질 자체가 줄 서거나 정치를 못해서나는 늘 조직과 잘 안 맞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왔었다사실 공대생들이 가장 잘 되는 케이스 중 하나가 굴지의 대기업에 들어가는 것이겠지만나는 남들처럼 살다가는 어중이떠중이밖에 안 될 것 같았다그래서 애초에 어느 회사든 과장 달기 전에 퇴사하자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빅데이터가상화폐 등 소위 핫하다고 하는 신사업 개발은 다 해봤다그러다 막판에 맡았던 신사업이 잘 안 되면서 하루아침에 팀이 해체됐고 내 역할도 사라지게 됐다물론 다른 팀으로 들어가도 됐지만 그렇게 하고싶지 않았다퇴사 선언을 했다그리고 정확히 3일 뒤정말 계획대로 과장 진급을 앞두고 회사를 나올 수 있었다.



개발자로서 카페와 블로그, 브런치, 인스타그램 등
다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 인상깊었다.


배성호 개발자가 가장 오래 전부터 운영했다는 네이버 블로그. 개발과 관련된 여러 글이 눈에 띈다.


집이 인천이고 회사는 강남이었다출퇴근만 세 시간 이상이 걸리다 보니 자연스레 길 위에서 컴퓨터로 할 수 있는 일을 계속 찾게 됐다처음에는 기록 목적으로 블로그를 시작했는데방문자가 하나 둘 늘어나니 점점 재미가 붙더라이어서 카페도 열게 됐고브런치도 남들보다 이른 시기에 시작했다.


요즘은 예전보다 글 쓰는 재미가 시들해졌지만여기저기 축적된 콘텐츠를 보고 몇몇 곳에서 연락을 주셨다그러고 보니 며칠 전군대에 있을 때 적어둔 사회에 나가면 꼭 이루고 싶은 버킷리스트를 우연히 보게 됐다그중 인터뷰가 있길래 약간 소름 돋았다.(웃음이렇게 프리랜서코리아와의 인터뷰 기회가 생겨 감회가 새롭고 뿌듯하다.



IT 관련 강의를 하신다고 들었다.


1대1 교육부터 1대多 강의까지 배성호 개발자의 행보는 오늘도 남다르다.


대학생 때 휴학하고 밴드에서 드럼을 연주한 적이 있다당시 용돈벌이로 과외를 하면서 학생들을 가르쳤고 남는 시간에는 밴드연습만 했던 것 같다그때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이 자연스레 몸에 익어서 지금은 주로 회사 다니시는 분들 대상으로 IT 관련 강의를 하고 있다.

어제도 1방문 교육 신청이 들어와서 미팅하고 왔다내가 따로 수강생을 구한다는 공지를 올리는 것은 아니지만내 SNS 채널을 보고 연락을 주신 것 같다강의 듣는 분들의 회사에서 외주를 줘서 외주를 맡게 되는 경우도 있다이렇듯 개발을 베이스로 여러 곁가지를 뻗쳐 나가면서 점점 업무의 확장성이 생기고 있다.



‘코딩어TV’라는 이름으로 유튜브 채널을 열었다.
채널을 개설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배성호 개발자의 유튜브 '코딩어TV'. 과외하듯 가르치는 모습이 친근하게 느껴진다.


개발 수업 후 수업 내용이 일회성으로 사라져 버리는 것이 너무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이 줄곧 들었다. 그래서 항상 유튜브를 운영하고 싶었는데, 내가 사진 찍히는 것도 안 좋아하니 영상은 말할 것도 없지 않나.(웃음) 스스로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차일피일 미뤄오던 중, 친구로부터 유튜브 채널을 함께 오픈해 보자는 제의가 왔다.
   
그 친구는 문과 전공으로 마케팅과 일 처리, 사람 관계 등에 능숙했고 나는 IT 개발 지식과 더불어 강의 경험이 많았다. 친구가 전체적인 영상의 콘셉트를 맡아 촬영과 편집을 해주기로 하면서, 내 기술에 대한 콘텐츠를 담은 채널을 열게 되었다.

아무래도 킬링타임용 콘텐츠가 아닌 클래스 위주의 콘텐츠라 구독자가 한 번에 늘어나기는 쉽지 않다. 아직까지 콘텐츠의 양이 많지 않고 구성도 다소 미흡하지만, 프로그램 개발 분야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어떻게 해서든 도움이 될 만한 내용으로 구성돼 있으니, 앞으로 많은 분들께서 구독해 주시리라 생각된다.



공유오피스와 해외 직구 사이트 운영도 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퇴사 후에 주거와 작업투자 등의 이유로 오피스텔에 많은 관심을 쏟았었다나는 성격상 집에서 일을 못한다개인 업무 용도의 사무실이 필요했는데생각보다 10평 남짓의 사무실도 월세가 너무 비싸더라그래서 이왕 월세 낼 거면 조금 더 큰 평수의 오피스텔을 계약해서공유오피스 형태로 운영하며 나 같은 프리랜서나 개인 사업자 분들을 모집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이유로 현재 인천에서 두 곳의 공유오피스를 운영하고 있다. 예전에 사무실에서 1:1강의나 세미나, 미팅 등을 모두 진행했던 것에 비해 요즘은 대부분 서울에서 이러한 업무를 보기 때문에 사무실의 필요성이 많이 줄어들긴 했다. 이 사업을 통해 수익을 내는 것도 아니지만, 공유오피스에 계신 분들과 정보 교류도 하고 때때로 소통하는 것이 좋아서 계속 운영하고 있다.


해외 직구는 대학생 때부터 관심 있었던 분야다. 사이트 운영을 통해 소비자에게 꾸준히 팔리는 아이템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고, 이런 트렌드를 파악하는 것은 내 입장에서 엄청난 정보가 된다. 품이 많이 드는 것도 아니어서, 어릴 때 ‘심시티’ 같은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을 하는 느낌으로 재미있게 임하고 있다.



프리랜서로서의 일상이 궁금하다.


무려 드럼 치는 프로그래머라니! 대학생 때부터 놓지 못했던 그의 취미생활 :D


기본적으로 워커홀릭 기질이 있어서 회사 다닐 때나 지금이나 피폐하게 생활하는 것은 똑같다.(웃음일의 흐름이 끊기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컴퓨터 앞에서 종일 씨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약간 달라진 것이 있다면 이제는 프리랜서다 보니 스스로 일을 만들어야 되지 않나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일찌감치 만들어 놓았던 채널을 통해 문의나 의뢰 등 외부 일이 들어오면 밖으로 돌게 되는 날이 있다.


외부 일정이 있는 날에는 밖에서 해야 할 일들을 전부 그 날로 밀어 넣는다보통 서울 오는 목요일과 토요일이 그렇다. (인터뷰는 목요일에 진행됐다오늘도 인터뷰 이후에 컨설팅 미팅이 있고저녁에는 IT회사 신입사원 다섯 분이 개발 관련 질문이 있다고 해서 만나기로 했다토요일에는 오전부터 밤 늦도록 합정에 있는다수업도 하고 업무와 관계된 사람들도 만나면서그 사이 3시간 정도는 밴드 연습을 한다.



프리랜서가 워낙 기질에 잘 맞으시는 것 같다.


그렇다사실 회사 다닐 땐 개발자들 사이에 무조건 아니오로 대답하라는 암묵적인 합의가 있었다일주일이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할지라도, “일주일만에 해달라는 요청이 오면 반사적으로 안된다. 2-3주는 줘야 한다고 대답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성격상 이런 것이 안됐다. 그래서 회사 다닐 때 욕 많이 먹었다. 남들이 다 안된다고 할 때 혼자 “이틀만에 돼요, 몇 시간이면 돼요” 이런 식으로 대답했으니 얼마나 얄미웠겠나. 일에 대해 냉철하게 파악하고 클라이언트를 속이지 않는 내 성향을 알아서 그런지 예전에 다녔던 회사에서도 종종 외주가 들어온다. 그럼 나는 계약서도 안 쓰고 그 업무를 몇 시간만에 후딱 처리해 버린다.


프리랜서니까 가능한 일이다. 이처럼 조직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궁극적으로는 추후에 ‘내가 원하는 조직’을 만드는 것이 내 삶의 최종 목표라고 할 수 있다. 남이 만들어 놓은 조직이나 사회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흔한 조직은 나랑 맞지 않기에, 내가 원하는 방향의 합리적인 조직을 언젠가는 만들어 보고 싶다.



그동안 프리랜서코리아는 ‘진짜 인재는 회사 밖에 있다’고 강조해 왔었다.
개발 쪽은 어떤가?


IT 관련 세미나 참석 중인 배성호 개발자. 더 넓은 세상에서 활약 중인 그의 모습이 행복해 보인다 :)


소위 핫한 인재인 개발자가 본인이 인재인 것을 모르고스스로를 회사에 많이 가둬 놓는다회사에 속해 있는 개발자들을 만나면 지금도 이런저런 불평불만을 정말 많이 듣는다개발자의 아쉬운 목소리를 줄이기 위해서 회사가 그들의 연봉을 올려야 하는데회사가 개개인의 수준에 맞게 연봉을 올리는 것이 어디 쉽나그렇기에 개발자 스스로 퇴사를 감행해야 되는 길만 남는다.


사실 대부분의 개발자는 본인의 능력만큼 돈을 받을 수 있는 프리랜서가 되고 싶어한다하지만 스스로 일을 수주해야 된다는 두려움 때문에 월급이 들어오는 생활을 포기 못하는 개발자들이 많다프리랜서가 아무리 수입이 좋다고 하더라도한두 달 커리어에 공백이 생기면 메리트가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옆에서 보면 그저 답답할 뿐이다.


그래서 나는 정규직/비정규직 개발자들이 프리랜서코리아 같은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활용했으면 좋겠다프리랜서코리아는 개발자 본인의 역량을 여러 사람들과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게 해주는 좋은 수단이기 때문이다우리나라 개발자들의 역량은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활용도가 더 높고찾는 곳도 많다회사를 나와도 프리랜서코리아를 이용하면 생각한 것보다 훨씬 빨리 결과를 낼 수 있는 직종 중 하나가 개발자 파트다.


프리랜서코리아는 수수료도 없지 않나그럼 얘기 끝난 거다본인이 갖고 있는 콘텐츠 자체가 굉장히 막강한 사람들이기 때문에본인의 능력을 믿고 시야를 조금 넓혔으면 좋겠다정규직 개발자들이 더 이상의 불평은 가슴에 묻고우물 밖으로더 넓은 세상으로 나와야 할 때다.



앞으로의 계획 및 꿈이 궁금하다.


내가 최종적으로 꿈꾸는 라이프 스타일은 디지털 노마드사실 지금도 이런 삶을 살 수 있는 여건은 된다노트북과 핸드폰인터넷 인프라만 있으면 내가 하는 모든 일들이 해결된다어디 얽매여 있을 필요가 없다.


앞서 말했듯 내가 원하는 조직의 모습을 만들어 놓고, 나는 여기저기를 떠도는 디지털 유목민의 생활을 누리고 싶다. 궁극적으로 미래에 일을 하지 않기 위해, 현재 개발 외에도 다양한 일에 열심히 손 뻗치고 있는 것이라 보면 맞을 것 같다. 내가 일절 관여하지 않아도 돌아가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앞으로도 하나의 ‘대박’이 아닌 소소한 ‘중박’ 여러 개를 만들고 싶다.



배성호 개발자의 애장품 공개!

-여러 권의 노트: 군대 시절부터 꾸준히 써온 노트. 깨알 같은 글씨로 담뿍 담은 기록들을 한 장 두 장 넘기다 보면 금세 추억여행에 빠지기도-!

매거진의 이전글 아나운서가 ‘병맛 더빙’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