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상아uneedluv Mar 10. 2023

꺾어야 자라는 법

2023.03.10


출근이 뭐길래 사람의 마음에 만족감을 주는 걸까. 그저 제시간에 업무를 하고 그에 응당한 값을 받는 건데... 그게 참 좋다. 프리랜서로 일하며 제대로 된 수입을 만들지 못했다. 기껏해야 몇 해전 출시한 카톡 이모티콘이 전부. 글 쓰고 그림 그리는 작가로서 수입을 만들어내고 싶었지만 생각처럼 쉬운 과정은 아니었다. 나름대로 일을 진행했지만 수입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본업이라고 생각하던 일들은 어느새 수입 없는 노동인 취미로 변질되었다. 능력으로 성패가 판가름되기 때문에 그림에 신경을 쏟으며 브랜딩과 마케팅 책을 읽으며 공부했지만 좀처럼 풀릴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바라던 일과 상관없는 재택근무를 시작하고 나니 마법처럼 돈벌이에 대한 부담감이 줄어들었다.


어제와 달리 지각하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기상과 동시에 블라인드를 올리고 책상에 앉았다. 방 안은 치우다가 만 짐이 널브러져 있지만 내 눈에는 오로지 책상 위에 있는 아이맥과 책상 왼편에 있는 몬스테라와 이름 모를 봄을 담은 노란 꽃만 보였다. 어제보다 일하는 게 조금 더 수월해졌다. 그럼에도 출근 후 30분 동안은 머리가 잘 안 굴러간다. 업무가 끝나갈 때쯤 책상에 햇살이 내리 앉았다. 아주 살짝 왼쪽으로 눈을 굴리면 보이는 노란 꽃이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연노란색의 꽃이 얼마나 아름답던지 보기만 해도 봄이 왔음을 알아차릴 수 있다. 그런데 이제 막 봄을 담은 꽃들이 여기저기 시들어 축 쳐져있었다. 분명 엊그제 물을 주고 어제도 물을 줘서 충분히 촉촉한 흙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꽃들은 되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 할까 봄을 두고 고민하다 이내 엄마에게 도움을 청해 팁을 얻었다.



"시든 꽃은 꺾어내야 새 꽃이 자란다."



꺾어내기 조심스러울 만큼 꽃의 줄기와 꽃은 여렸지만 새 꽃을 위해서 과감하게 톡톡 꺾어냈다. 생각보다 많은 양을 꺾어내야 하니 순간 아깝다는 생각이 들면서 전보다 초라해져 가는 행색에 실망스러웠다. 그만 꺾을까 생각도 했지만 멋지게 꺾어주자 다짐하고 마저 다 꺾어냈다. 책상에 연 노란 꽃잎이 가득 채워졌다. 꽃에게 물을 주고 시든 꽃을 꺾어내는 일과 마음에 좋은 생각을 제공하고 좋지 않은 생각을 버리는 일은 어딘가 모르게 닮았다.


때론 쉬어가야 하는 법, 오늘은 짐정리와 마음정리를 하지 않기로 했다. 바나나우유 캡슐커피와 에어프라이로 만든 감자칩을 먹으며 좋아하는 글을 쓰고 책을 읽으며 마음 편안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따 저녁에는 디즈니 플러스에서 연재하는 <사랑이라 말해요> 드라마를 마저 보면서 사이클을 타려 한다. 평소 드라마를 챙겨 보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마케터란 직무에 관심이 많아 새로운 영상을 챙겨보려고 하고 있다. 이왕이면 다양한 경로를 통해서 영감 수집하면 좋으니깐 말이다. 모두 즐거운 불금 보내시기를! 


매거진의 이전글 보통의 삶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