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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ne Jan 26. 2022

인트로.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집에 살다

서울 한복판 작은 집에서 사는 건축가의 아내

출처: https://www.dwell.com/article/seroro-house-smaller-architects-9c23a8e8


나는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집에 살고 있다. 


유명세의 시작은 전원속의 내집 2019년 9월호의 잡지 표지를 장식하면서 인 것 같다. 이후 우리집은 다음, 네이버 메인에 여러번 올랐으며 EBS에서 촬영한 유튜브 영상은 330만 조회수가 넘었고 무려 넷플릭스에서도 우리집 영상을 찾아볼 수 있다. 동아일보, 한겨례, 코리아 타임즈 등 여러 국영문 신문에서 우리집에 관한 인터뷰를 했고 우리집을 배경으로 광고 촬영을 하기도 했다. 광주 MBC 다큐멘터리에 출연했고, 이후 지친 우리는 여러 방송국의 섭외를 고사했다. 그런데, 금방 사그라들 줄 알았던 유명세는 세계로 확장되기에 이르렀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 플랫폼인 아키 데일리나 드웰 매거진에 우리집이 실렸으며 월드 뉴스 채널인 알자지라, 독일 방송인 프로지벵에서도 소개가 되었다. 이탈리아 잡지, 뉴질랜드 뉴스, 러시아 포탈 사이트에도 소개가 되었다. 


가장 재밌었던 섭외는 알자지라였다. 

최소장에게 전화가 왔다. 말을 하지 않고 자꾸 배실배실 웃는다. 

(최소장은 우리집을 설계한 건축가이자 남편이다) 

왜? 무슨일이야? 내가 말했다. 

알자지라에 출연할 생각있어? 그가 말한다.

뭐?? 알자지라??? 왜??? 내가 답한다. 

그러니까. 푸하하하하하. 그가 답한다. 


테러나 전쟁 같은 무서운 이야기를 다루는 알자지라에 우리집이 나오다니 너무 재밌다. 중동 부자들이 우리집을 보면서 우리집을 너무 안타깝게 생각하지는 않을까?라는 이야기를 나누며 남편과 나는 폭소를 터뜨렸다. 하지만 이때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시간은 다소 얼빠진 표정으로 이 유명세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집은 유명세를 노리고 지은 집이 아니다. 건축적으로 실험적인 시도인 줄은 알았지만, 그저 우리 둘의 인생에만 꼭 맞는 맞춤옷 같은 작은 집이라고 생각했다. 협소 주택이 한국에도 이미 몇 채 지어졌고 우리집이 새로울 것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최소장과 나는 서울에서도 다소 시골같은 동네에 지어 존재감 없이 조용하게 살려고 했다. 존재감 없다는 말이 누군가에게는 모욕이 될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되려 반가운 말이다. 태어난 김에 사는 내향형 인간에게 심지어 칭찬이랄까?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살겠다는 우리의 바람은 조금 빨리 깨졌다. 그러니까 우리집이 올라가기 시작할 무렵, 전문 용어로 말하면 어느 정도 타설이 진행되고 집을 둘러 비계를 치기 시작할 무렵, 우리는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알았다. 작은 집이지만 비계를 친 모습은 너무도 웅장했고, 기괴했고, 호기심을 불러일으켰고, 지나가는 사람 모두를 돌아보게 만들었다. 한마디로 어마어마한 존재감을 뿜고 있었다. ‘망했다. 조용하게 살기는 글렀는데?’ 내가 말했다. 최소장은 씨익 웃고 있었다.  


2022년 이 집이 지어진 지 3년 정도가 되었다. 늘 그렇듯 유명세는 차츰 옅어지다가 이내 없어졌다. 이제 길가다가 우리집에 들어오겠다고 문 두드리는 사람은 택배 아저씨밖에 없다. 멀리서 왔다면 집을 보여달라고 읍소하던 사람들도 사라졌다. 최소장의 사무실에 전화해서 다짜고짜 우리집 주소를 부르라는 사람도 없어졌다. 이제야 진짜 작은 집에서 사는 이야기를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원하던 조용하고 한적한 서울이지만 시골 같은 삶에 대해서. 그리고 우리의 삶과 공간에 대한 이야기가 다른 사람들의 행복에 조금 스며들 수 있다면 좋겠다. 우리집을 보고 영감을 받아 우리 옆동네에 집을 지은 어느 부부의 이야기처럼. 




출처: 전원속의 내집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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