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쉬운 본질 육아, 북콘서트 '지나영'
인생 처음으로 북콘서트를 가보았다. 유튜브를 통해 알게 된 지나영 교수의 신간 발매와 더불어 북콘서트 티켓이 주어졌다. 너무 빠른 시기에 책을 구매하여 북콘서트 티켓을 받지 못한 나는, 추가로 한 권을 더 구매하여 북콘서트 티켓을 손에 거머쥐게 되었다. 내가 똑같은 책을 하나 더 구입하면서까지 지나영 교수님을 만나 뵙고 싶었던 이유는 뭘까. 대한민국이 교육에 대해 국영수를 논하고 있을 때, 본질이 무엇인지 짚어주신 닥터지의 교육 이론이 흥미로웠고, 내가 찾고 있던 아이를 키우는 방법에 대한 목마름을 채워주었던 그녀의 본질 육아를 지지하는 엄마로서 만나보고 싶었다.
먼저, 지나영 교수님(닥터지)을 아직 모르는 분들을 위해 짧게 소개해보겠다.
대한민국 의대를 졸업하여, 레지던트 과정 지원했지만 불합격이라는 아픔 속에서 미국으로 홀연히 건너가 미국 의사 자격증을 최우수 성적으로 따내며 하버드/노스캐롤라이나 의대를 거쳐 현재 존스홉킨스 의과대학 연계병원인 케네디 그리거 인스티튜트에서 소아정신과 교수로 지내고 계신다.
인생의 승승장구를 펼쳐나가던 도중, 난치병을 앓음으로써 환자의 입장을 온전하게 느끼며 진정한 의사로서 더 의미 있는 삶을 살고 계시다는 그녀. 그 힘든 시기를 엮어낸 첫 번째 책 '마음이 흐르는 대로(Follow your heart)'를 출간하시고 대한민국에서 강연과 유튜브 출연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시다가 우리 사춘기 어린 학생들의 심각한 문제를 살펴보시고 뭔가 단단히 잘못되었다 생각하시어 본질 육아라는 두 번째 책이 나오게 되었다. (청소년 자녀를 둔 엄마들의 열화와 같은 응원으로 이제 곧 청소년 관련 책도 나오실 예정이라고 한다.)
그녀가 말하는 본질 육아는, 밥 짓기에 비유되곤 한다. 아이는 쌀이고, 부모는 쌀을 맛있는 밥으로 만들기 위해 물과 불을 적당히 제공해주는 존재다. 물과 불에 대한 이야기가 본질 육아이고, 구체적인 내용은 유튜브에도 굉장히 많이 소개되어 있기에 여기서는 더 이상의 설명은 하지 않도록 하겠다.
북콘서트를 참여하게 된 이유는 처음에는 부모교육에 대한 관심이었고 다시 한번 엄마로서의 마음가짐을 상기시키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북콘서트의 시작은 예상과는 다르게 개인의 심리 상담(Theraphy)으로 시작했다. 닥터지는 '본질 육아'라는 주제와는 다른 계속 '나'에 대한 질문을 하셨다.
첫 번째 질문은 이거였다.
"오늘 여기 북콘서트로 오셨지만, 제가 정신과 교수잖아요? 여러분들에게 Theraphy를 해드리겠습니다. 자 눈을 감고 생각해보세요. '나는 내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다고 생각한다.' 조용히 손을 올려주세요. 자, 그럼 '내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다고? 세상이 날 사랑한다고? 난 잘 모르겠는데?' 하시는 분 손 들어주세요.'
내가 왜 태어났는가에 대한 질문으로 콘서트는 시작했다. 물론 그전에 힌트가 있었다. 입장 때부터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노래를 부르면서 등장하셨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내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는지 잘 모르겠다. 나는 긍정적으로 삶을 바라보려 노력하지만 한 번도 내게 주어진 시련에서 세상이 날 사랑한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어쩌면 나는 내가 잘해야 세상이 내게 사랑을 보내준다고 생각하며 살았던 것 같다. 세상에서 대접(사랑) 받으려면 좋은 대학에 가야 하고 좋은 곳에 취직해야 하고 경제적인 자유도 있어야 하고, 세상은 내게 사랑받으려면 필요한 조건을 내밀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무조건의 사랑을 받으려 태어난 것 같지 않다.
하지만 우리는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고, 우리는 아이를 사랑하기 위해 낳는 것이다. 어쩌면 가장 중요하지만 가장 평범한 진리다. 실제 내 주변은 부모/사회로부터 조건적인 사랑을 받고 있고, 우리 아이에게도 은연중 조건적인 사랑을 주고 있는 것 같다. 할아버지의 재력, 엄마의 정보력, 아빠의 무관심으로 아이를 잘 키워보자 하는 것은 부모의 욕심이고, 어쩌면 조건적으로 아이에게 사랑을 주고자 하는 것과 같다. 혹자의 경우 나는 할아버지의 재력이 없음에 비참함을 느끼고, 엄마들은 더 나은 정보력을 얻기 위해 계급사회를 이루고, 아빠의 무관심이 필요하다며 아이의 행복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감에도 모른 체 방관하다. 혹여나 이 세 가지를 모두 갖춘 부모는 아이를 닦달하며 더 나은 행복이라는 명분 하에 아이를 불행에 빠뜨리기도 한다. 성공한 사람만이 인정받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혐오하고 비하하는 우리 사회는 어쩌면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는 진리는 그저 이론일 뿐이라며 수면 아래로 내려놓고 있는 게 아닐까. 성공하기 위해 더 나은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부단히 애쓰며, 상사가 주는 면박에 상처받아 힘들어하면서도 상처받지 않는 것처럼 행동하며 내 자존감은 바닥을 치고 있었던 것 같다.
우리는 세상에 태어나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배의 선장이다. 성인이 되기 전까지는 부모의 보호 아래 지내지만 성인이 되고 나면 내 배는 내가 책임지는 것이 맞다. 내가 세상으로부터 받은 상처와 아픔을 계속 지니고 있다면, 나의 배는 썩은 쌀가마니들로 가득 차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을 것이다. 내가 자신이 없고 자존감이 낮은 이유도 이 썩은 쌀가마니 때문이 아닐까.
나는 닥터지 진행에 따라 다시 한번 눈을 감고 배 위에 오르는 상상을 하였다. 배에 있는 썩은 쌀가마니들을 바다 위로 던졌다. 던지고 던지고 던지고, 그리고 다시 키를 잡고 배 위에 서고 외쳤다.
'I am free,
I am free,
I am free,
I am free,
I am free!!!'
뜨거운 눈물이 주룩주룩 흘렀다. 마치 상처가 되었던 그 말과 행동들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고, 이 배의 선장은 나고 나는 그 상처를 버릴 권리가 있다고, 괜찮다고 너 있는 그 모습 그대로 괜찮다고, 이제 가벼워진 배를 이끌고 세상에 나가아 너의 꿈을 마음껏 펼치라고, 넌 있는 그대로 가치 있는 인간이라고.
콘서트장은 눈물바다가 되었다. 아이를 갖고 싶어 시험관 시술을 몇 차례나 반복했지만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면서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닥터지도 울고, 상처받은 내 맘을 다독여준 나 자신으로 인해 나 역시 울고, 많은 사람들이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는 후기를 종종 볼 수 있었다.
난 어쩌면 지난날 동안 나의 생각보다 남들의 생각에 지배받으면서 살아왔던 것 같다. 그래서 날 사랑하기보다, 남들에게 인정받으려고 노력했던 나날들이 더 많았던 것 같다. 나 자신에 대한 확신이 떨어지고 자존감은 낮아지면서 마음이 힘들었다. 어쩌면 나에 대한 무조건적 사랑, 내 남편에 대한 무조건적 사랑, 내 아이들에 대한 무조건적 사랑이 나에게 필요했던 것 같다. 그래서 닥터지가 내 준 해결책은 '20초 허그 챌린지'이다. 하루에 딱 20초, 아이를 안고 이렇게 말해주는 것이다.
I love you just the way you are,
You are worth no matter what.
이것은 나 자기 자신에게 하는 말이면서, 우리 아이에게 해주는 자존감이다. 나는 무조건적 사랑을 받지 못했다고 생각했지만, 내 아이에게만큼은 넌 네 모습이 어떻든 간에 난 널 사랑한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다. 그리고 나에게도 이렇게 말하고 싶다.
'넌 지금 충분히 잘하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