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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재 Sep 18. 2021

청춘이여


나는 20대를 후회없이 재미나게 보낸편이다.

덕분에 미련이 없어서인지

지금 너무나 구린 애엄마가 돼버린 현실에도

비교적 잘 적응하고 사는 편이지만


... 반짝반짝이 너무 짧았다.


물론 애가 더 크면 시간적 여유가 생길테고

아가 때 간절했던 잠자는 시간이나 밥먹는 시간이야

우스울 정도로 충분히 확보되겠지만


젊고 예쁘고 활기찬 나는 이제 없겠지.

빡세게 운동해서 살은 좀 뺄 수 있으려나.

그래도 예전 같지 않겠지?


오롯이 내가 내 인생의 주인이던

나말고 다른 걱정은 안해도 되던

거울 보는 게 즐겁고 

돈 버는 게 재밌고

친구들이 넘치고

틈만 나면 훌쩍 떠나고

미래에 대해 재미난 상상도 해보고

이걸해볼까 저걸해볼까 도전이 있고 꿈이 있고

시덥잖은 연애에 올인도 해보고

그런 귀여운 것들로 꽉 차있던

반짝이던 청춘은 이제 굿바이겠지?


인생을 오래 살아본 건 아니지만

출산 전후로 인생의 1막과 2막이 나뉘는 거 같다.

출산과 함께 시작되는 2막은

"육아"라는 말로는 부족하다

육아는 뭔가, 아기를 키우는 때에만

적용되는 단어 같잖아.

하지만 아기가 어느 정도 자라

엄마 손을 덜 필요로하는 어린이가 되어도

엄마를 귀찮아 하는 사춘기 소년이 되어도

엄마 없이도 잘 살 수 있는 청년이 되어도

나는 계속 2막에 살고 있을 거 같다.

단순히 밥해주고 재워주고

아기때의 기초적 영역을 넘어

아마도 좋은 색시에게 장가갈 때까지

엄마 마음은 언제나 자식을 향하고 있을 테지.


장가 보내고 나면

그때부터 3막이 시작될까?

내나이 60도 넘겠구나.

으악 안 돼-

그래 대학만 가도 한시름 놓지 않을까?

그래 그럼 50이라 치고.

그때까지 건강관리 외모관리 열심히 해서

남편이랑 손잡고 많이 놀러 다녀야지.

모성애 모두 모아 다시 남편에게로!


1막에서 가장 그리운 건 그거 같다.

남편과 둘만의 세상.

꽁냥꽁냥

세상에 우리 둘만 있다는듯

서로만 보이던 시절-

가슴 뛰던 수줍수줍 연애 초창기를 지나

십수년의 세월이 쌓여 서로를 너무 잘아는

함께 있으면 너무나도 마음이 편하던

깊은 안정감이 자리한 그러한 관계.


우리 사이에 아이라는 막중한 책임감이 생기기 이전

그 편안하고 마냥 좋던 우리 사이.

싸울 때도 많았는데 다 미화됐네.



그래.

그때가 되면

다시 신혼처럼 

더욱더 친한 사이로

여행도 다니고

밤산책도 하고

소소하게 영화도 보고 밥먹고 데이트하고

다시 우리 둘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닭살의 청춘을 다시 누리고 싶다.


그때까지 잘잘 친하게 지내자 여보!


그때의 내가 꼭

예쁘고 날씬했으면 좋겠다!

웃길 수도 있지만 진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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