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가 너무 힘든 나머지
본의 아니게 기질에 대해 연구하다 보니
세상에, 내가 이렇게 예민한 사람이었어?
그리고 우리 남편도?
그렇구나.
누굴 닮았나 했더니
예민둥이와 예민둥이가 결혼했으니
예민둥이가 나올 수밖에.
일평생 항상 피곤했던 나.
아니 내가 감각이 예민한 거였어?
그래서 내가 매일 눈이 아팠던 거야?
그래서 내가 시끄러운 곳에서 정신이 몽롱했던 거야?
그래서 내가 붐비는 곳에서 에너지가 바닥났던 거야?
일평생 눈치 보며 살았던 나.
아니 내가 사회적 민감도가 높다고?
그래서 내가 사람을 좋아하면서도 힘들었던 거야?
그래서 내가 필요 이상으로 남의 마음이 읽혔던 거야?
그래서 내가 착한 아이 콤플렉스에 시달렸던 거야?
일평생 내적갈등이 컸던 나.
아니 내가 불안과 열정이 동시에 높은 기질이라고?
그래서 내가 질러놓고 불안해했던 거야?
그래서 내가 포기해 놓고 답답했던 거야?
그래서 내가 이토록 고민이 많았던 거야?
일평생 머릿속이 쉬지 못했던 나.
아니 내가 정신적 과잉활동인이라고?
그래서 내가 쉴 수가 없었던 거야?
그래서 내가 머릿속이 진정이 안 돼서 불면증에 시달렸던 거야?
그래서 내가 가만히 있어도 에너지 소모가 심했던 거야?
알면 알수록 나 참 피곤한 사람이구나?
내가 그동안 힘들었던 이유가 파악되니
뭔가 위안이 되기도 하고
나 스스로가 짠하기도 하고.
나를 꼭닮은 네가
나처럼 피곤하게 살까봐 걱정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래도
나 정도는 살겠구나 싶어 다행이기도 하고.
또한 내가 너의 인생선배로서
내 인생부터 잘 살아내야겠다는
막중한 책임감이 드네.
아이의 기질을 있는 그대로 수용해서
건강한 성격이 형성되게 도와주는 게 기질육아인데,
이제로라도 알았으니 나 스스로를 키워 줘야겠다.
내 기질을 부정하며 살았던 나날들.
나는 참 이상한 사람이라며 자책했던 날들.
예민함을 감추려 부단히 노력했던 어린 나를 안아주고 싶다.
“네 모습 그대로 소중하단다” 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