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20대를 후회없이 재미나게 보낸편이다.
덕분에 미련이 없어서인지
지금 너무나 구린 애엄마가 돼버린 현실에도
비교적 잘 적응하고 사는 편이지만
... 반짝반짝이 너무 짧았다.
물론 애가 더 크면 시간적 여유가 생길테고
아가 때 간절했던 잠자는 시간이나 밥먹는 시간이야
우스울 정도로 충분히 확보되겠지만
젊고 예쁘고 활기찬 나는 이제 없겠지.
빡세게 운동해서 살은 좀 뺄 수 있으려나.
그래도 예전 같지 않겠지?
오롯이 내가 내 인생의 주인이던
나말고 다른 걱정은 안해도 되던
거울 보는 게 즐겁고
돈 버는 게 재밌고
친구들이 넘치고
틈만 나면 훌쩍 떠나고
미래에 대해 재미난 상상도 해보고
이걸해볼까 저걸해볼까 도전이 있고 꿈이 있고
시덥잖은 연애에 올인도 해보고
그런 귀여운 것들로 꽉 차있던
반짝이던 청춘은 이제 굿바이겠지?
인생을 오래 살아본 건 아니지만
출산 전후로 인생의 1막과 2막이 나뉘는 거 같다.
출산과 함께 시작되는 2막은
"육아"라는 말로는 부족하다
육아는 뭔가, 아기를 키우는 때에만
적용되는 단어 같잖아.
하지만 아기가 어느 정도 자라
엄마 손을 덜 필요로하는 어린이가 되어도
엄마를 귀찮아 하는 사춘기 소년이 되어도
엄마 없이도 잘 살 수 있는 청년이 되어도
나는 계속 2막에 살고 있을 거 같다.
단순히 밥해주고 재워주고
아기때의 기초적 영역을 넘어
아마도 좋은 색시에게 장가갈 때까지
엄마 마음은 언제나 자식을 향하고 있을 테지.
장가 보내고 나면
그때부터 3막이 시작될까?
내나이 60도 넘겠구나.
으악 안 돼-
그래 대학만 가도 한시름 놓지 않을까?
그래 그럼 50이라 치고.
그때까지 건강관리 외모관리 열심히 해서
남편이랑 손잡고 많이 놀러 다녀야지.
모성애 모두 모아 다시 남편에게로!
1막에서 가장 그리운 건 그거 같다.
남편과 둘만의 세상.
꽁냥꽁냥
세상에 우리 둘만 있다는듯
서로만 보이던 시절-
가슴 뛰던 수줍수줍 연애 초창기를 지나
십수년의 세월이 쌓여 서로를 너무 잘아는
함께 있으면 너무나도 마음이 편하던
깊은 안정감이 자리한 그러한 관계.
우리 사이에 아이라는 막중한 책임감이 생기기 이전
그 편안하고 마냥 좋던 우리 사이.
싸울 때도 많았는데 다 미화됐네.
그래.
그때가 되면
다시 신혼처럼
더욱더 친한 사이로
여행도 다니고
밤산책도 하고
소소하게 영화도 보고 밥먹고 데이트하고
다시 우리 둘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닭살의 청춘을 다시 누리고 싶다.
그때까지 잘잘 친하게 지내자 여보!
그때의 내가 꼭
예쁘고 날씬했으면 좋겠다!
웃길 수도 있지만 진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