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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재 Dec 20. 2021

예민한 아이의 감정 조절력



아이가 어플을 정리하다가 실수로 마인크래프트를 지워 버렸다.


어플이야 새로 받으면 되지만, 문제는 1년간 애정을 듬뿍 쏟아 만들었던 맵들이 모두 사라진 것이다. 복원하려고 요리조리 찾아보았지만 어플 자체에 저장돼 있던 맵들이라 그냥 날아가 버렸다.


울고불고 난리를 쳐도 모자랄 상황인데, 아이가 조용하다.


"엄마, 솔직히 좀 많이 속상하거든? 근데 괜찮아. 다시 만들면 되지. 어차피 울어도 맵이 돌아오는 건 아니잖아."


눈은 벌개가지구- 품에 잠시 안겨 있는다.


"새로 시작할 수 있어서 더 좋은 면도 있어!"




7살 꼬맹이의 감정 조절력에 감탄함과 동시에, 여기까지 오기까지의 기나긴 인고의 시간이 떠오른다.


몇시간씩 우는 너를 안고 달래던 기억, 한번 터지면 다루기가 어려워 긴장하며 비위 맞추던 기억, 아무리 애써도 계속 화를 내는 너에게 상처받았던 기억, 통제가 안 돼서 남들 앞에서 창피했던 기억, 우는 너를 유치원에 두고 돌아서 발이 떨어지지 않던 기억, 이것도 저것도 다 불편하다며 난리치는 너를 보며 걱정했던 기억...


- 내가 들었던 말들 :

엄마가 너무 받아줘서 그래, 달래주지 마, 안아주지 마, 그렇게 키우면 안 돼, 애들은 다 키우기 나름이야


- 그러나 내가 굳건히 믿었던 말들 :

먼저 감정을 받아주자, 먼저 기질을 인정해 주자, 먼저 불안을 다독여주자, 먼저 스트레스를 줄여 주자, 먼저 욕구를 채워주자




솔직히 불안하지 않았다면 거짓이다. 그러나 이제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게 해 줘서 고마워-


역시, 예민한 아이에겐, 무엇보다 정서적 안정이 최우선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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