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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장동 Aug 04. 2020

[단편] 원래부터 아이히만 - 3

보신탕 식용 사건

 새로 부임한 본부장은 늘 이슈를 몰고 다닌다.
 그녀는 업계에서 유일한 여성 임원이다.
 넘사벽 학력과 경력, 여성 치고는 큰 키, 스마트한 이미지. 소문에 따르면, 그녀 부모님은 우리네와 전혀 다른 별에서 사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이 모든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그녀가 ‘노는 물’은 확실히 달랐다.

 예를 들면, 차는 분명 외국산인데 우리가 보아 오던 BMW, 벤츠 같은 종류가 아니라 처음 보는 브랜드였다. 디자인 역시 세단도 아니고 그렇다고 SUV도 아닌 독특한 생김새의 차량을 몰고 다녔다.

 또한, 그녀는 철저한 애완견 옹호론자. 페이스북에는 앙증맞고 사랑스런 견공들이 각종 미용을 한 채, 그녀 가족과 뒹구는 모습을 도처에서 볼 수 있다.

 카톡 이미지 사진도 같은 모양으로 진열되고 있다.

 본인 스스로도 은퇴 후에는 조용한 정원에서 고즈넉한 풍경을 배경으로 애완견과 함께 살고 싶다는 포부인지 계획인지를 밝히곤 했다.  



 그러던, 어느 초복 여름날, 본부장은 직원들과 점심식사 일정을 잡았다.

 초복이니 만치 나름 기대치라는 것이 있어 그녀 호출에 모두 달려 나갔다.

 그녀는 초복에는 삼계탕이라는 이야기를 어디서 들었는지 제법 전통 있는 삼계탕 집으로 직원들을 데려가 함께 점심 식사를 하였다.

 그때 눈치라고는 코치도 없던 윤 팀장이 무슨 배짱으로,

 “원래, 오늘 같은 초복에는 보신탕을 먹어 줘야 제 맛인데... 본부장님께서 여성이시고 개를 너무 좋아하셔서...”

 라며 본인이 감당하지도 못할 말을 무심코 내뱉는다.

 순간 팀장 옆에서 숟가락을 들고 있던 변태혁이 잽싸게 본부장 안색을 살핀다. 평온하던 그녀 얼굴에 갑자기 심각한 균열이 발생한다. 놀란 기색이 역력하다.

 그녀가 당황하여 어쩔 줄 모르는 그 찰나의 순간,


 “아니 참, 팀장님. 요즈음 누가 개를 잡아 보신탕을 먹습니까? 그건 야만인이나 하는 식습관이죠.

 아무리 전통이 소중하다고 하지만 그건 정말 잘못된 것 같습니다. 야만인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그 귀여운 개를 잡아먹을 수 있어요? 사람으로서 할 짓이 아닙니다. 요즘 세상에 어떻게 개를....”

 변 과장은 입에 거품을 물면서까지 한참을 흥분하여 말한다. 정신을 겨우 수습한 본부장도 맞장구를 치면서, 

 “그건 변 과장 말이 맞습니다. 사람이 개를 먹는다.... 휴~~”

 그녀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진저리를 치고는, 우리가 텔레비전에서 많이 보던 미국 사람들처럼 양손을 펴서 손바닥이 위로 향하게 하더니, ‘노!’라고 분명한 의사표시를 한다.

 뭐, 거기까지는 그런대로 좋았다.

 하지만 함께 식사하던 다른 직원들은 왜 변 과장이 그토록 흥분하면서 이야기를 했는지, 정말 그는 보신탕을 한 번도 먹은 적이 없는지, 어리둥절하며 고개를 갸우뚱하며, 사무실로 돌아왔다.      

 그리고 약 한 달이 지났다. 본부장은 싱가포르로 예정된 콜센터 콘퍼런스 참석차 업계 임원들과 함께 4박 5일 출장길에 올랐다.

 원래 직장인 휴가란 상사가 없을 때라고 하지 않던가!

 아침부터 마음이 슬쩍 풀어진 팀장 얼굴을 한참 쳐다본 변 과장은,

 “팀장님! 오늘 말복 날인데 점심은 제가 좋은 곳으로 모시겠습니다.” 

 “점심! 어디인데?”

 “비밀입니다. 가보시면 압니다.” 그는 웃으며 끝내 식당은 말하지 않았다. 그리곤, 지난 초복 때 본부장과 함께 왔던 그 식당에 도착해서 팀장에게 묻지도 않고,

 “이모! 여기 멍멍이탕으로 얼큰하게 해서 이 인분 주세요. 고기는 야들야들한 걸로...”

 하면서 국물까지 싹싹 비우고는 사무실로 돌아오면서 역시 복날에는 멍멍이를 먹어 주어야 한다고 계속 혼자 중얼거렸다.

 곁에 있던 팀장은 그의 표정이 자못 진지해서 지난번 초복 때와 지금 말복 때 점심식사를 함께 한 변 과장이 동일 인격체인지 아닌지 자신도 갑자기 헷갈려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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