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두리 Sep 21. 2023

노후 준비

나는 이번주부터 마을 주민 몇 분과 함께 국선도 수련을 시작하였습니다. 수련은 일주일에 두 번, 오후 7시부터 1시간 동안  마을복지관에서 진행됩니다. 나는 국선도 수련을 5년째 하고 있으며 3년은 개포동수련원에서, 2년은 서울 삼성동 주민센터에서 수련하였습니다. 내가 국선도 수련을 하면서 느낀 점은 나에게 국선도는 내가 죽는 날까지 할 수 있는, 아니 나를 위해 해야만 하는 수련이라는 것입니다.


이곳 안동 와룡에서 생활한 지 이제 2개월이 막 지났습니다. 이곳에 오기 2개월 전까지도 우리는 안동에서 살 것이라고는 생각도 안 했습니다. 지난 2월 딸이 사는 애들랜타로 가면서 아내와 나는 대책도 없이 서울의 삶을 과감히 정리하였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는 미국에 머물면서 생각하기로 하고. 애틀랜타에 머무는 5개월 동안 우리 가족은 이런저런 의논을 많이 했습니다. 당분간은 미국에서 계속 생활하는 것은 어렵다는 판단이었고, 그렇다고 다시 서울로 들어가기는 싫고. 그러면서 양평, 울산, 강원도 횡성등 여러 곳을 저울질해 보았습니다.


안동의 지금 집에는 아내의 오빠가 혼자 지내고 있습니다. 아내의 형제들이 부모님께 마련해 드렸던 집인데 모두 돌아가시고 현재는 처남이 홀로 집을 지키고 있습니다. 우리는 일단 안동에 살아보면서 미래에 대해 시간을 갖고 천천히 결정하기로 하였습니다.


안동시 와룡면에는 '어깨동무 작은 도서관'이 있습니다. 도서관에 친숙했던 나는 반가운 마음으로 그곳을 방문하였고, 도서관장님께서는 나를 아주 반갑게 맞아주셨습니다. 요즘 지방에는 특히 면소재지는 거주인구가 많이 줄어 도서관도 좀 한가한 편입니다. 나는 요즘 거의 매일 도서관으로 출근을 합니다. 도서관은 읽을 책도 많지만 시원하고 조용하고 거기에 커피, 음료수, 다과등 먹을 것도 있습니다. 요즘은 거의  도서관 문을 내가 열고 도서관 문을 내가 닫습니다. 그래서인지 도서관장님은 웃으면서 나를 부관장이라 소개합니다.


이곳 마을에는 주민들이 함께하는 자치 프로그램도 운영되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색소폰도 배우고, 풍물놀이도 하고, 요가도 배웁니다. 나는 안동에서 혼자 매일 아침 국선도 수련을 해 오던 터였기에 관장님에게 제안을 해보았습니다. 주민들과 함께 국선도 수련을 하면 어떻겠느냐고. 좋은 아이디어 라며 가능하겠다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나는 주민들을 바르게 리드해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지난 8월 국선도 공식 지도자 자격을 취득하였습니다.


오늘 나는 안동에서 서울로 가는 기차 안에서 노후준비에 관한 글을 읽고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예전에도 이런 기사나 글을 많이 읽었습니다. 어느 글이나 내용은 비슷했습니다. 경제적인 문제로 미리미리 저축을 해야 하고, 건강이 중요하니까 정기적으로 병원에 가서 체크해야 하고,  외로울 수 있으니 친구들을 소중히 해야 한다는 것이 주된 내용입니다. 일간 수긍이 가는 해결안입니다.


나는 좀 다른 각도에서 노후준비를 보려 합니다. 노후에 쓸 돈을 마련하기 위해 젊어서부터 자금을 준비한다는 생각은 제 관점에서는 좀 미련하다는 생각입니다. 인생의 항로에는 젊어서 해야만 하는, 젊을 때만 할 수 있는 많은 경험들이 있습니다. 젊은 나이에 노후준비 한다고 신경 쓸게 아니라 이런저런 경험과 역량을 기르는데  시간과 돈을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노쇠로 생기는 현상은 병이 아닙니다. 삶의 한 과정입니다. 그리고 노인이 아픈 것은 병원이 별 도움을 줄 수 없다는 것이 지각 있는 의사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나이 들어서 너무 건강을 걱정하면 그것이 오히려 병이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나이가 들어서도 오래 건강을 유지하고 싶으면 젊어서 질서 있고 균형 잡힌 생활이 답입니다. 건강한 생각과 질서 있는 생활이 건강을 유지 시 겨줄 것입니다. 친구를 많이 사귄다고 노후에 외롭지 않다는 주장도 근거가 약합니다. 언제 어디서든 사람들과 잘 어울릴 줄 알면 됩니다. 자신은 겸손하고 타인을 존중하면 좋은 사람 만나고 좋은 관계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노후준비를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정말 좋은 노후준비는 현재를 성실하게 그리고 재미있게 잘 사는 것입니다. 자신을 성장시키는데 노력을 하고 타인의 아픔을 공감할 줄 아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최고의 노후준비입니다.


지난달 나는 와룡면 복지계획추진단 신규위원으로 위촉되었습니다. 제2기 신규위원모집이 있기에 지원했는데 와룡면 주민이 된 지 2개월 된 저에게 마을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셨습니다. 세 번의 웍크샵을 통해 내년 와룡면 주민의 복지계획을 수립하였습니다. 이제부터 와룡면 주민공동체활성화를 위해 일조를 하게 되었습니다. 와룡면장님으로부터 위촉장 받는 사진을 자랑하려고 딸에게 보냈습니다. 딸에게서 답장이 왔네요. " 아빠 인싸네요!"


딸아~  아빠는 10월부터 중학교 선생님이야. 옛날에 어려워서 중학교 진학을 못하신 어르신 세분의 중학 검정고시를 도와드리기로 했거든! 수학하고 과학을~~

작가의 이전글 우리 가족과 7가지 습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