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너도 그런 날 있니?
왠지 나 자신이 너무 미운 날 말이야.
어느 날은 커다란 뾰루지마저도 인간적으로 보이다가, 또 어떤 날은 얼굴이 두 배 세 배로 커 보이는 마법에 걸린 것 같은 날 말이야. 그 날은 온통 세상이 꽁꽁 얼어붙어서 못마땅함으로 가득 차게 되지.
분명 어제까지 만족하고 잠들었던 글인데도 아침에 다시 읽어보면 부끄러움만 느끼게 되고 말이야.
이런 날은 말 끝에도 짜증이 붙어 있어서 너희에게도 말이 곱게 안 나가는 것 같아.
어제도 그런 날이었어.
날씨는 화창한데 몸은 무겁고, 갑갑함만 느껴지는 하루였지. 덕분에 너희는 분명 예전과 똑같이 했는데도 퍽퍽함만 느껴지는 닭고기를 먹어야 했고 말이야.
그때 네가 그랬지?
'엄마, 내가 설거지해줄까?'라고 말이야.
정말 가수를 해도 될 만큼 예쁜 목소리를 가진 너는 사람의 마음을 위로하는 따뜻함이 묻어있나 봐.
(너는 세상에서 가장 싫은 수업이 가창 수업이라고 했지만 말이야. :))
앞치마를 두르고 조심스레 설거지하는 네 뒷모습을 보고 있으니 얼었던 근육이 풀리는 기분이었어.
'다했다!' 하고 웃으며 돌아보는데 어느새 내 마음속엔 감사함이 차올랐지.
너 세 살 때였어.
그때도 엄마는 회사일에, 대학원 수업에, 뭔가 뜻한 만큼 되지 않는 것에 늘 화가 나 있었던 것 같아. 원하는 만큼 주어지지 않는 시간 탓을 하며 울상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근데 그때 늘 아침마다 울며불며 내게 매달리던 네가 어떻게 했는 줄 알아?
쪼르륵 달려오더니
배꼽인사를 하고,
손까지 흔들더라고.
물론 문이 닫히자마자 베란다로 달려가서 엘리베이터 타고 내려온 엄마 머리꼭지를 찾느라 바빴겠지만 말이야. 그 날 엄마는 우연 인지도 모를 그 일 때문에 회사에서도 기쁜 마음으로 일했던 것 같아.
정말 넌 그때도 지금도 퍽퍽한 건빵 같은 엄마의 삶에 별사탕 같은 존재인가 봐. 물론 엄마는 담백한 건빵을 아주 많이 좋아하지만 말이야. :)
엄마는 어릴 때 별사탕 모으는 걸 좋아했어. 건빵 한 봉지를 뜯을 때마다 나오는 별사탕들을 먹지 않고 냉장고 계란 칸에 올려두곤 했었지. 알록달록 색깔이 예쁘고 신기해서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았거든.
너를 볼 때마다 그 기억이 떠오르는 건 아마도 네 마음이 그 빛깔을 닮았기 때문 아닐까?
그러고 보니 오늘 날씨가 마치 어제의 엄마 기분 같네. 아까 낮에 갑자기 천둥이 치더니 한바탕 비가 쏟아졌지? 그 비를 보며 베란다에 있는 화분을 들여놓아야 하나 망설이고 있는데 금방 또 쨍하니 해가 났으니 말이야. 햇살의 고마움을 알게 하려고 일부러 그러는 건가?
아무튼 그때도 지금도 넌 여전히 고마운 존재야.
엄마도 너에게 별사탕 같은 존재이면 좋겠다. :)
그럼 오늘도, 우리 모두 좋은 밤!
#8.
싸이월드에 저장해 놓은 글, 일부라도 읽을 수 있어 다행이다. 별사탕처럼 언제든지 꺼내볼 수 있으니까 말이야. :)
여덟 번째 학을 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