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햇살을 느끼다 우리 집 인공지능 스피커에게 '넌 최고야'라고 말했다.
인공지능 스피커는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고마워요. 더 열심히 할게요."
타자의 욕망을 본능처럼 받아들이며 살던 내 모습이 떠올라 잠시 웃음이 났다. 없는 것처럼 존재하던 나의 욕망이 또 다른 본능처럼 되살아났다.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 걸까.
소파 끝 햇살이 드는 자리, 내 자리다.
언제부터인가 블라인드 사이로 햇살이 쏟아지는 그 자리를 나는 내 자리라고 마음먹었다. 공식적으로 지정한 적도 없고 가족 모두가 함께 공유하는 공간이지만, 내게도 안식이 되는 공간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을까. 내 자리라고 마음먹은 순간, 그곳에 누가 앉든 그 작은 스폿은 내게 기쁨이 되었다.
그곳에서 나는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음악을 듣고, 생각을 정리한다. 오롯이 나를 위한 작은 공간이다. 밤이면 소파 옆에 놓인 기다란 스탠드가 가로등 불빛 같은 조명을 내게 비춘다. 나의 작은 무대 같기도 하다.
그리고 나는 지금 여기, 그 작은 무대 위에 서 있다. 스티브 잡스의 말처럼 언젠가는 이어져 선이 될 작은 점 위에서 나는 춤을 춘다. 나의 그림자도 함께 몸을 움직인다. 몸을 가볍게 흔들면서 불규칙한 삶의 리듬 속에서 나만의 리듬을 찾는 것에 집중한다. 모든 고통을 다 비울 수 없고 모든 두려움을 다 잠재울 수 없다. 오롯이 나를 기쁘게 하는 것에 집중한다. 나의 모든 마음을 한 편의 시가 위로한다. 내가 서 있는 작은 점 위로 따사로운 햇살이 스민다. 그 온기가 나의 삶을 채운다.
나는 걷는다.
나는 넘어진다.
나는 일어난다.
그러는 동안
나는 계속 춤춘다.
<나는 걷는다>, 랍비 힐렐
출처: 마음챙김의 시, 13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