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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레나 Sep 06. 2020

나 지금.. 왕따 당하는 건가?

PART 1. 인도, Incredible India


인도에서는 시간이 참 느리게 간다. 그게 무슨 말인고 하면 한국처럼 즐길 거리가 많지 않아서 시간이 멈춰 있는 느낌이다.

주 5일 회사 근무를 하고 매일 6시에 퇴근 후 집에 있는 시간과 주말이 유난히 길게 느껴진다. 한국이라면 퇴근 후에 직장동료나 친구들과 술 한잔 하겠지만, 인도에서는 그렇게 편하게 만날 친구도 많지 않았거니와 한국인 여자 또래가 있으면 참 좋으련만 대부분 가족들 데리고 나오신 주재원분들이라 20대 여자인 나는 어디에 속하지도 못하고 꽤 외로웠다.


그러던 중 어느 날, 우연히 길을 걷다가 'Delhi Dance Academy'라는 현수막을 보았다.  라틴댄스며 인도 전통춤, 줌바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었다. 인도 친구도 사귈 겸 그리고 주말에 더 활동적으로 보낼 겸 좋겠다 싶어 춤을 꽤 좋아하는 나는 홀린 듯이 전화를 하고 데모 수업 일정을 잡았다.


그리고 대망의 첫날, 유리문을 열고 아카데미에 들어서자 인도인 리셉션 스탭이 달갑게 맞아준다. 간단히 회원 등록을 작성하고, 첫 수업 데모를 해보기로 했다. 쭈뼛쭈뼛 클래스룸으로 들어가 여러 명의 인도 학생들과 인사를 했다. 나와 나 또래이거나 어려 보이는 20대 인도 아이들. 그런데 이 시큰둥한 반응은 뭐지? 기존에 있는 아이들끼리 너무 친해 보여 내가 친해질 틈이 없어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 친해지겠지. 그나저나 여성스러운 한 남자아이가 나에 인사에도 별 반응이 없고 눈을 흘긴다.


외국인을 만나면 관심을 보이고 호의적인 인도인들이 대부분인데, 항상 그런 관심과 배려를 받다가 이 친구들은 나는 봐도 본 듯 안 본 듯 하니 오히려 그런 상황이 더 적응이 안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생각지 못한 반응에 몸이 더 굳어버려 '괜히 왔나'라고 생각이 들무렵 줌바 선생님이 등장했다. 살짝 파마끼가 있는 중단발 머리에 환한 웃음을 가진 키 185cm에 매력적인 인도 선생님은 이름은 '아디따야'. 들어올 때부터 환한 에너지를 가지고 오는 그를 보며 '내가 아는 인도인 같지 않다'라는 생각을 느꼈다. 매력적인 강사 선생님과 인도 아이들과의 20분 데모 수업이 끝나고 나는 고민 끝에 학원을 등록하기로 결정했다.


연습 중

 생각 외로 댄스 수업은 썩 유쾌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 기존에 있던 학생들과 무리 없이 친해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영어를 할 줄 알지만 대부분은 힌디로 소통하는 그들과는 아무래도 거리감이 있었다. 물론 고의로 날 무시했던 건 아니겠지만, 자기들끼리 힌디어로 하하호호 웃을 땐 자연스럽게 소외가 되었다. 제일 힘들었던 건, 쉬는 시간. 삼삼오오 끼리끼리 모여 이야기를 하는데, 나 혼자 괜히 말할 사람이 없어 멀뚱멀뚱 벽에 붙어 있는 전단지나 사진을 보고 폰을 만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줌바를 다닌 이유는 줌바 강사인 아디따야(aditaya)가 참 신뢰가 가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춤을 출때도 에너지가 굉장히 넘쳐서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능력이 있다. 그렇게 한 달 넘게 학원을 다니다가, 연차휴가도 다가오고 해서 몇 주 동안 프로그램 과정을 홀딩시켜놓고 댄스 학원에 나가지 않았다.


 그러다가 몇 주가 지난 일요일 오후, 매력적인 아디따야 선생님으로부터 직접 전화가 왔다!

몇 주 동안 내가 보이지 않으니 신경이 쓰였나 보다. 최근 인도에 여러 학원이 모여서 개최하는 큰 댄스 페스티벌 있어서 공연 준비를 하는데 세레나 네가 왔으면 좋겠다며, 이미 스텝 배우고 있지만 네가 오게 되면 하루 이틀 만에 스텝을 다 익을 수 있을 거라고 꼭 다음 주 월요일부터는 수업을 들으러 오라는 게 아닌가!


또 이런 세세한 관심에 팔불출처럼  ' 선생님이 직접 연락도 해주고 날 챙겨주는구나' 하며 감동을 받고

줌바 자체에 대한 애정은 있었기에 알겠다고 하고 그다음 수업부터 조인하기로 약속했다.


페스티벌이 진행되었던 장소

그러던 중 내가 참석한 월요일.

내가 퍼포먼스 팀에 합류하니 한 인도 여자아이가 "세레나는 최근에 계속 조인하지 않았잖아 우리 이미 1/3 정도 끝냈어! "라고 힌디로 강사에게 뭐라 뭐라 하는 것이다. 못 알아듣는 척하고 있으니 아디 따야 선생님이 " 세레나는 금방 따라 해. 이미 진도 나간 부분은 내가 가르쳐주면 되니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거야"라고 대답했다.

곧 다가올 퍼포먼스 안무를 준비하면서 그녀들은 내가 댄스 스텝이 조금이라도 틀리면  이 팔 동작은 왼쪽으로 하는 거라는 둥 세레나 스텝이 조금 빠른 거 같다고. 어쩌고저쩌고조금 더 왼쪽으로 가라니 그래야 자기가 보인다니 어쩌고저쩌고 지적을 해왔다.


더 화나는 것은 내가 볼 땐 정말 그들은 춤을 못 추는 것이었다.  춤을 못 추지만 대단한 열정과 춤 부심으로 가득 찬 그들을 상대하기에는 나는 너무 소심했다. 한국에서도 그렇게 대놓고 지적을 하려나? 하며 문화 차이인 건가 아니면 아이들이 날 무시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참고 참으며 일단은 학원을 나갔다.


줌바 퍼포먼스 대회 바로 이틀 전날,.

그날 역시 다른 애들이 계속 너 여기 서야 돼. 이런 식으로 나에게 수많은 조언 하길래

"Okay okay i will try " 하면서 참고 있었다. 속으로 '너네나 잘해 이것들아' 하면서. 그러던 중 첫날부터 눈을 흘기던 남자아이가

" 세레나. 너 이 동작 너무 빨라" 하는 것이었다. 내가 보기엔 다른 애들도 다 오십 보 백보인데 바로 자기 옆에 내가 있으니까 내 동작만 보였는지 계속 나한테 그러는 것이다.

" 알겠다고 알겠어" 하고 춤을 이어가는데 또 세 번째 지적질이 들어왔다.

"원투 쓰리 포! 박자 맞추라고!"

하며 신경질적으로 화를내며 말하는게 아닌가.

우리팀 댄스 공연 리허설 중


순간, 무슨 이런 $*$((#X^^$ 이 다 있지. 나를 완전 꼴통 취급하네 하며 그 몇 달 동안 쌓였던 게 폭발했다.

그 여자 같은 남자아이한테 다가가서 " 그렇다고 소리 지를 필욘 없어" 하고 클래스룸을 나와버렸다.


더 쏘아붙였어야 됐는데 너무 화가 아니까 여러 말이 안 나왔다. 아 더 당당하게 싸울걸 하면서 나와서 얼마나 속을 아득바득 갈았는지. 상황이 이상함을 감지한 강사 아디 따야 가 나를 따라 나왔다.

" 세레나 무슨 일이야, 너 괜찮아 Are you Okay? " 하는데  


갑자기 눈물이 주르륵.


아디따야 선생님이 내 손잡고 아이들이 없는 밖으로 나를 데려갔다.

자기 없을 때 무슨 일 있었던 거야 다 이야기해보라는 그에게 초등학교 학생이 선생님한테 못된 친구 다 이르는 것처럼 훌쩍거리면서 이때까지 맘고생한 것을 털어놓았다.

자상한 그는 원래 인도애들 습성이 그렇다며 누굴 가르치려고 하고 자기들이 조금이라도 알면 그게 다 인양 행동한다며 나를 위로했다. 네가 처음부터 알겠다 알겠다 그러니까 아마 너를 약하게 생각한 것 같다고.

다음부터 그런 일 있으면 인도인들에게는 너나 잘해 라고 받아쳐야 한다는 것이다.


이후 내가 울었던 것이 나름 소문이 났는지 내가 있을 땐 그들은 일부러 영어를 쓰려고 하고 나를 챙기는 것 같아서 더 민망했다. 이후, 퍼포먼스는 잘 마무리되었고 시간이 지나 하나의 에피소드로 남았지만 다수(majority)에만 있다가 소수(minority)에 있으면 어떤 느낌인지 조금은 경험한 거라 생각했다. 인도에 있지만 한국 회사에서 다수에 속해서 살고 있으니 못 느끼는 것들을 회사 밖에서 경험했다고 생각한다. 언젠가 내가 다수에 있을 때 소수에 있는 사람들을 신경 써줄 수 있는 도움이 된 것이리라.


그나저나 먼 훗날 인도에 여행이든 직업의 이유는 방문할 계획이 있으시다면 그들이 프로참견러라는 것은 알아두고 가시기를. 그리고 춤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는 사실도


하얀 페도라를 쓴 파마머리 남자가 강사였던 아디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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