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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레나 Sep 01. 2020

입사하자마자 회사 건물에서 살인 사건이?

PART 1. 인도, Incredible India



제목이 다소 자극적이지만, 실제 사건이다. 하지만 한국이 아닌 인도에서 일어난 일이므로, 조금은 안도를 하셨을런지도 모르겠다. 내가 입사를 한지 일주일 째 되던 날이었다.


 2015년, 나는 뉴델리 옆에 구르가온이라는 도시(우리 나라로 치면 경기도)에 위치한 모 한국회사의 지부직원으로 채용이 되어 일을 막 시작한 때였다. 회사는 4층 건물로 도로 대로변에 위치했는데, 1층에는 인도음식과 디저트를 파는 프랜차이즈 식당이 있고, 은행가가 입점되어 있어 있었다. 졸업 후 첫 회사라 입사 했다는 기쁨에 회사 사원증도 굳이 매일 매고, 가방을 들고 회사로 출근 하는 자신이 스스로 멋있고 대견스러웠던 시기였다. 하지만 신입이라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경제동향 관련 기사를 회사홈페이지에 올리는 단순 작업. 현지 대표신문사인 Times of India나 ,Economic Times, Hindustan Times의 영문 기사를 읽고 내용을 요약, 번역해서 올리는 아주 기초적인 작업이 주어졌다.


 나는 사무실 분위기를 살피며 하는 둥 마는 둥 현지 기사를 찾고 있었는데 밖에서 어수선하게 웅성웅성 소리가 들렸다. 화장실 갔던 인도 직원이 사무실로 헐레벌떡 뛰어 오더니 얼른 나가봐야 된다며, 우리 회사 건물 앞에서 사람이 살해 당했다는 것이다.

"응? 이게 무슨 소리야" 하고는 갑자기 지부장님부터 차장님, 과장님과 사무실의 모든 직원이 우루루 몰려서 사무실 밖 4층 창가로 갔다. 4층 창가에서 내려다본 1층에서는 수십명의 인도 사람들이 몰려있었고 시큐리티 가드들과 구경꾼이 모여진 사이에는 하얀책 면보로 덮인 시체가 있었다. 사무실 옆 다른 회사 인도 여직원에게 자초지종을 듣자하니, 한 남자가 은행에서 큰 돈을 출금해서 나오는 길에 총을 맞고 그 자리에서 죽었고, 범인은 그 자리에서 오토바이로 달아났다는 것이다.


 인크레더블 인디아 하더니 정말 incredible하다. 내가 회사에 입사한지 일주일도 안되어 이런 일이 생기다니. 자리에 돌아온 나는 제일 먼저 내 옆에 앉은 인도 여직원에게 이런 일이 자주 있냐 라고 물었던 것 같다. 그녀의 대답은 기억이 나지 않는데 아마 "종종 있는 일이다" 라고 했으면 그대로 짐을 싸서 한국으로 돌아왔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2년의 시간을 보낸 것을 보니 그 친구도 아마 "살면서 처음 본 일이다" 라고 했던 것 같다. 아침부터 건물이 뒤들썩 하던 그 날의 사건도 오후가 되면서 여느때처럼 제 자리를 찾아갔고, 웅성웅성했던 외부의 소음도 잦아들면서 관성처럼 모든 것이 돌아왔다.


 고백하건데, 사실 그날 창문 밖으로 바라본 사건에 대해 그 어떠한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사람이 죽었는데도 별 생각이 들지 않는다니 내가 사이코패스인가라며 당시에 생각을 했지만, 굳이 변명을 하자면 불과 일주일전까지 한국에서 가족들과 친구들과 평온한 날들을 보내다가, 엄청나게 달라진 환경 탓에 현실감이 피부로 아직 와닿지 않을 때여서 그랬던 것 같다. 가까이서가 아닌 먼 발치에서 창문밖으로 하얀색 면보만 덮여있는 죽은 그 사람을 추모하기에는 나는 그의 이름도 모르고, 배경도 모르고 심지어 국적도 다른 먼 사람이니까. 동떨어진 거리만큼이나 그때의 상황이 피부로 느껴지지 않았던 것 같다.


 시간이 지나고 며칠 뒤, 어느 날처럼 기사 동향을 위해 현지 신문사를 뒤지다가 얼마 전 살인사건의 전말을 알게 되었다. 그의 이름은 Anil Kumar Shukla씨. 나이 49세. 9년동안 일하던 택배회사에서 고용주를 대신 해 한달에 두번 은행에서 대금을 받아서 가던 그는 수요일 아침 총에 맞아 사망했고 가해자는 그가 15 lakh (약 2500만원) 현금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알고 출발지부터 따라오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히려 그의 배경을 알고는  마음이 복잡해졌다. 하지만 이내 우울한 마음을 뒤로 하고 얼른 다른 기사를 보며 번역을 해갔다. 어쩌면 이런 나의 냉혈한? 태도 덕분에 인도에서 2년이라는 시간을 이겨냈는지도 모르겠다. 모든 사건에 의미부여하기에는 인도의 신문에서는 항상 너무 많은 것을 떠들어 대었고, 나의 일상에도 항상 다이나믹 한 일들로 가득 했으니까 말이다.


신고식이라기엔 너무 살벌했던 나의  날의 사건. 타인에 대해 이토록 무감해도 되는 걸까하며 씁쓸했던 그날의 기억이 떠오른다.  이후로 나에겐 좋은 일도, 나쁜 일도, 무서운 일도, 우스운 일도 수없이 일어났고  때의 인도 생활기를 앞으로 서서히 공개하겠다.




https://indianexpress.com/article/cities/delhi/50-year-old-shot-dead-by-bikers-on-golf-course-ro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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