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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꽝쾅쿵 Dec 03. 2019

『추』

 인간의 존재라는 것은 너무 가벼운 것이어서 인간에게 아무것도 매달려 있지 않다면 인간은 끝없는 하늘로 날아갈지도 모른다. 문제는, 하늘에는 먹을 것도, 마실 것도, 공기도 희박한 곳이어서 인간이 그 삶을 유지하기에는 너무나 벅차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누구나 자신을, 먹을 것과 마실 것이 풍족한 땅에 머무를 수 있도록 어느 정도의 추를 매달고 살아가는데, 그 추의 이름은 개인마다 다를 수 있다. 예를 들어 추의 이름을 몇 가지 열거하자면 돈, 명예, 사랑, 종교, 사상 등이 있겠다. 그런데 문제는, 그 추의 무게가 무거울수록, 땅마저 파고들어가 반대로 다시 어둠과 미지의 위험이 도사리는 지하까지 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추를 매달고 살아가지만, 오히려 그 추로 인해 구속감을 느끼고 자유를, 아무것도 구속하지 않는 하늘을 갈망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갈망을 느끼는 이들은 하늘로 유유히 날아가는 추가 없는 인간들을 동경의 대상으로 바라보리라. 과연 너무나 많은 추를 매달아 추락하는 이들, 그냥 땅에 매여있는 이들, 하늘로 유유히 날아가는 이들, 이 세 집단 중, 누가 바람직하고 선인인지 판단할 수 있겠는가. 문제는 오로지, 다른 동물들과는 다르게 인간이 땅에 매여있기에는 너무나 가볍다는 데에 있다. 하지만 그 누구도 하늘로 저 멀리 날아간, 반대로 지하에 깊숙이 처박힌 이들을 두 눈으로 확인할 수는 없었기에, 그들이 정확히 어떠한 모습을 하고 과연 살아있기는 한 건지 모르는 것이기에, 우리에게 어느 정도의 희망 혹은 절망이 있을 수는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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