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휴직 결론
다시 돌아가지 않겠다고 굳게 마음먹었던 그곳으로 호기롭게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그간의 시간을 돌아보니 내가 너무 안간힘 쓰며 나를 독촉하며 살았다는 걸 깨달았고,
깨닫고 나니 다른 방법을 알 것 같아 미련이 남겨졌다.
욕심의 독이 빠지니 희망이 살포시 올라섰다.
주변의 우려와 달리
육아 휴직은 따분하지 않은 시간이었고 아이와 함께 있는 일상 또한 소모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매일 루틴으로 해야 하는 집안 살림과 아이 챙기기 과업도 결코 가벼운 일은 아니었으나, 어차피 회사 생활과 병행하고 있던 것들이라 새로울 것 없었다. 늘 하던 일에서 오히려 업무가 툭 떨어져 나가니 살림과 육아가 가볍게 여겨졌다.
그렇게 우리 집에 여유로움이 스며들었다.
일이 가벼워졌고,
점차 우리 집 곳간도 가벼워졌다.
보이지 않는 것들의 여유는 채워졌고
보이는 것은 비워져 갔다.
매달 25일 울리는 월급 알림에 오랜 시간 길들여지다 보니 그날의 허전함은 더욱 크게 여겨졌고
그놈의 돈은 원수 같은 회사를 자꾸 떠올리게 했다.
결국 현실적으로 꼭 필요한 그것 때문에 회사로 돌아갈 결심이 굳혀져 갔다.
속세에 물든 40대 여자의 복직 사유
money...
[돈]
돌이켜보니, 당장 때려치우고픈 회사를 이 악물고 버티게 했던 것도 돈!! 결국 그것이었다.
현재의 고통보다 미래에 대한 불안을 더 아프게 여겼던 내 성격이 늘 퇴사를 막아서곤 했으며, 미래의 아이에게 경제적 도움 주고픈 순간에 돈이 발목 잡는 상황을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지금을 참아내야만 했다.
[결핍 해소]
제약 사항이 동반되는 상황은 늘 미련을 남긴다. 회사 다니기 때문에 못해준 것들을 일 년 동안 원 없이 하다 보니 내 마음의 꺼림칙함 또한 사라져 갔다.
늘 뭔가를 부족하게 해주는 것 같아 미안했는데, 결핍이 해소되었다.
점심시간에 잠깐 맛보는 계절이 바뀌는 냄새는 정서적인 여유마저 소진시켜 나를 안달 나게 하곤 했다. 휴직 기간 동안 북적거림 없는 공간들을 찾아다니며, 목적 없이 걸을 때 살아 있는 기분을 느꼈다. 하지만 일 년 정도 쉼의 시간을 갖다 보니 감탄하며 감사했던 마음이 익숙함으로 변해갔다. 익숙함을 따라 나의 정서적인 결핍 또한 해소되었다.
[아이의 자립]
집에 있어보니 방학을 제외하고는 아이와 함께 할 오후 시간이 길지 않았다. 더구나 3학년이 된 아이는 친구들의 시선을 의식하곤 했기 때문에 엄마의 등하교 동행을 탐탁지 않아 했다. 아이는 점점 키와 마음이 자라고 있었고, 내 품을 떠나 스스로 해내는 일들도 키워나갔다. 도와주고 싶은 엄마와 스스로 해보고 싶은 자식의 마음이 반대로 흘러갔다. 나의 도움과 잔소리가 역효과가 되는 순간들이 제법 생겨났다.
[마음가짐의 변화]
엄마가 도와줄 일이 줄어들수록 난 도움이 될 수 있는 다른 일을 해야겠다 싶어졌다.
아이가 자기 일을 하는 시간 동안 나도 내 일을 하고, 저녁 시간이 되면 도란도란 함께 우리의 시간을 보낸 후 주말은 온전히 가족과의 시간으로 즐기면 되니...
제법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사실 휴직 전에도 우리 가족의 시간은 그런 모양새였다. 하지만 엄마의 죄책감과 업무에 대한 부담감, 모든 걸 잘 해내야 한다는 강박은 그 시간을 병들게 했다.
결국 내 마음 가짐으로 인해, 출근하는 시간을 의미 없는 고통의 모양새로 남겼던 것이다.
이제 마음가짐을 바꾸고 직장생활 후반부를 느껴보고자 한다.
전반부는 온갖 부담과 자책으로 내가 나를 힘들게 하는 시간이었다. 더할 수 없을 것처럼 열심히 하면서도 계속 채찍질하며 내게 불만족해했다. 회사도 가정도 완벽하지 못한 반쪽 인간처럼 여겨졌다.
후반부 직장 생활 목표는 오직 돈이다. 우리 가정의 시간을 여유롭게 해 줄 그것만 생각하고 너무 많은 에너지 소비를 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난 퇴직 대신 복직을 선택했다.
다 잘 해낼 거야 병을 가진 워킹맘에서, 그럴 수도 있지 하는 마음을 장착한 여유 있는 워킹맘으로 생활을 기대하며..
난 지금 다시 돌아가지 않겠다고 굳게 마음먹었던 그곳으로 호기롭게 다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회사 독이 빠지니 힘들었던 그 순간들도 잊혀,
입덧과 진통을 잊고 둘째 아이를 출산하려는 엄마의 마음과 유사할까?
그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여기서 멈추기 아쉽다는 마음 때문이다. 그간의 시간을 돌아보니 내가 너무 안간힘 쓰며 나를 독촉하며 살았다는 걸 깨달았고, 깨닫고 나니 다른 방법을 알 것 같아 미련이 남겨졌다.
욕심의 독이 빠지니 희망이 살포시 올라섰다.
바뀐 마음으로 직장 생활을 하면 더 이상 자책하지도 주눅 들지도 않고 좀 더 편안하게 일과 가정을 밸런스 맞출 수 있을 것 같다는 믿음이 생겼다.
단단히 마음먹고 시작할 복직!!
전략적인 복직계획서를 작성해 보고 또다시 퇴사 욕구가 목구멍까지 차 오르는 날 이 기록을 꺼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