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한 사람으로서 개인전을 최근 매 해마다 하고 있는데 예술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
예술로서 먹고 사는 것이 어려우니 생계를 위해서는 반년정도 다른 돈버는 일에 전념을 하고 남은 반년 정도는 예술가로서 작품활동을 열성적으로 해서 다음해 초에 개인전을 해서 판매를 한다.
우리 나라에 서민들은 예술작품을 구매하는 일이 쉽지 않은 일이다. 갤러리를 통해 전시회를 하는 작가의 경우 갤러리 관장이 판매금의 많은 부분을 가져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이유는 갤러리 관장이 전시회 홍보,기획, 전시 대부분을 책임지고 작가는 작품제작에만 몰두를 하기 때문에 갤러리 관장이 그만큼의 판매수익금을 가져가는 것이라고 들었다.
그리고 작가들의 작품은 작은 것이라도 워낙 고가에 거래가 되다보니 서민들이 작품을 산다는 것은 엄두도 내기 힘든 실정이다.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커다란 작품을 하나 사서 거실에 걸어두었다. 나 역시도 돈없는 서민으로서 작품을 사는 것에 인색하나 지인의 개인전에 가서 충동적으로 고가의 작품을 하나 구입을 했다. 그 이후로 그 작품은 우리 집의 가보1호가 되었다. 그리고 그 작품을 볼 때마다 기분이 뿌듯하게 좋다. 그 작품 제목이 '무릉도원'이다. 그 작품을 보면 무릉도원에 있는 나를 상상할 수 있어서 잔잔한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오늘 가본 지인의 개인전은 볼 거리도 많고 작품을 통해 작가의 마음을 진하게 느낄 수 있었다.
작품을 보면 그 작가의 마음을 느낄 수 있는데 이 작가의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에 바람이 불고, 가끔 쓸쓸하고 고독하며 항상 술렁거린다.
그것은 나의 주관적인 느낌이지만 작가의 마음도 그러하리라고 마음대로 결론을 내렸다.
그 마음을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이 작가의 마음을 작품을 통해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참 신기한 일이다. 그것은 작품에 그 작가의 영혼이 실리고 그리고 그런 영혼이 있는 작품이 좋은 작품이라 여긴다.
그 작가는 이런 말을 했다.
"내 자식같은 작품들이 팔리지 않고 창고 안에 쌓이면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고 사라질 것 같다."
그래서 이 작가는 자신의 자식같은 작품들을 세상에 내놓아 빛을 볼 수 있도록 액자값에 내놓았다. 우스개 소리로 "액자값만 받고 팝니다. 작품은 서비스예요."
그러다보니 작품의 가격이 고작 삼십만원대부터 시작한다. 나는 작품 세 개를 기꺼이 구입했다. 강아지풀이 구름 아래에 일렁이는 작품, 소나무 숲에 따스한 빛이 들어온 작품, 그리고 풀숲 빼곡한 작은 물웅덩이.
지인 한 명은 이 작품들이 수묵화여서 온통 시커매서 막상 사는 걸 결정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했다. 그런데 내 눈에는 검은 먹만 사용된 단색의 작품들이 가만히 들여다보면 무수히 많은 빛들과, 색깔들이 눈에 들어오는 착각에 빠진다. 먹빛의 농담이 나를 그렇게 느끼게 만든 것이다. 때론 연하게 스치듯 때론 붓의 거친 질감이 강하게 느껴지게..... 그리고 때론 물에 먹이 썩인 것인지 물에 먹물이 몇 방울 떨어진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