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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와 달과 풀 Oct 15. 2024

사는 건 견디는 것

자고 일어나면 둔기로 한 대 맞은 양 뒷 목이 뻐근하고 머리가 아프다.

몇 주째 지속되는 두통이 거머리처럼 달라붙어 떨어지질 않는다.

자고 나면 개운해질까?

오늘 밤 자고 나면 개운해질까?

그 쉬운 잠이 이리도 힘이 든다.

어젯밤은 거꾸로 잠을 잤다.

그럼에도

거머리 같은 두통이 내 뒷덜미에 딱 붙어서 내 머리무게 두 배의 무게를 느끼게 한다.

잠이 보약이라고 밤잠을 푹 자고 나면 맑게 개운해지던 아침은 더 이상 내게 없는 것인지 시월 초순부터 있던 두통은 내 몸의 일부가 된 듯하다.

눈으로 사물을 보듯

귀로 소리를 듣듯

내 머리로는 생각을 해야 하는데

거머리처럼 달라붙어있는 이 머리가 하라는 생각은 안 하고 통증만 길러내고 있다.

이 두통도 내 뇌가 하는 중요한 일중의 하나인 것으로 착각하는 것이 아닌가?

낮이 되면 이 두통을 안고 백조가 된다.

아침에 꺼이꺼이 울다가 퉁퉁 부은 눈으로 단정하게 정장을 차려입고 부은 눈을 감추려 시커먼 아이라인을 두텁게 그리고 웃으며 출근한다.

속으로 부단히 발을 바둥거리며 겉으로 웃는 우아한 백조다.

오늘은 목에 거머리 붙은 우아한 백조흉내를 내며 산다.

거머리 같은 두통을 잡고 싶어 한의원에 들렀다.

한의사는 내 발가락, 손가락, 그리고 내 머리에 온통 침을 꽂았다.

아팠다. 피도 조금 났다.

그리곤 뒷목덜미를 침으로 수십 번 찌르더니 부황을 떴다. 내가 볼 수는 없으나 뒷목에 커다란 원이 두 개 그려졌으리라..

삶의 많은 시간은 견디는 것이다.

자신의 아픔에 눈뜬다.

내 두통에 온 신경이 집중된다.

모두 가슴속에 푸른 멍을 하나쯤 안고 화장으로 감추고 겉으로 웃는가?

두배로 무거운 머리를 짊어지고 있는 오늘 하루가

무거운 머리통마냥 고통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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