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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성 May 18. 2022

99. [에세이] 우리라는 우리 속.

우리에 갇혀 나를 잊어버리진 않았나?

 우린 어쩌면 '우리'라는 틀 안에서 갇혀 있는 게 아닐까? 우리가 흔히 말하는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라는 것은 나를 포함한 한 명 이상의 집단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우리 가족, 우리 반, 우리 학과 등등 우리는 수많은 우리라는 우리 속에 갇혀있다. 우리에 갇혀있으면 나의 안위를 생각하는 것이 어쩌면 이기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래서 너도나도 다른 이들의 눈치를 보며 혹여나 저 사람 마음에 내가 들지는 않는지, 혹여나 내가 '우리'가 아닌 '그들'이라는 그룹에 속하여 집단 내에서 따돌림을 당하지는 않을지 걱정하게 된다. 혹여나 내가 우리라는 집단에 반하지는 않을까 내가 우리 속에서 힘이 얼마나 있나? 내가 너무 약한 존재는 아닐까? 


 나는 꽤 오래전부터 어릴 적부터 착한 아이 신드롬을 가지고 있었다. 무조건적으로 수긍해주고 웃어주며 감정에 동요해주고 보듬어 주었다. 그것이 나의 생존방법이었다. 약하고 착한 아이는 집단내에서 내쳐질 확률이 지극히 적지 않은가. 게다가 얼굴도 어느 정도 반반하게 생기면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말들이다. 착하고 잘생기면 이점이 많다. 튀는 행동을 하면 당당하고 카리스마가 있다고 하며 착한척하면 잘생긴데 성품까지 좋다며 좋아한다. 냉랭하게 굴면 시크하고 까칠하다고 한다. 여성들은 나에게 친절하게 대해줬고 남성들은 약한 놈이라는 인식으로 경계하지 않았다. 


 나의 전략은 대부분 먹혔다. 남들에 긍정적인 시선을 많이 받았으나 행복하지 않았다. 나는 누구인가? 무엇인가 라는 물음이 내 공허한 내면을 항상 울렸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금 나는 내가 누구인지 너무나도 잘 안다. 


 나는 개인주의자, 채식주의자, 게이, 애인이 있는, 동물을 사랑하는, 타투를 좋아하는, 글쓰기와 책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내가 싫어하는 일은 절대 하지 않으며 싫으면 싫다는 의사를 명확히 밝힌다. 회사에서 일하면서 나에게 눈치 좀 챙기라는 나보다 10살이 많은 선배에게 내가 당신 눈치 보면서 일해야 하냐며 대꾸를 할 정도로 대담하다. 


 난 더 이상 우리 안에 갇혀있지 않음을 스스로에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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