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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호한 제제 Sep 15. 2023

코비드도 끝났는데 재택이라고?

1화. 진격의 마케팅부 - 전격 재택시행기

"재택은 새로운 업무방식의 하나로 글로벌 메가트렌드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젊은 세대들은 직장을 선택하는 주요한 요소 중 하나로 '재택가능' 여부를 묻기도 합니다. 젊은 세대의 요구를 수용하고 '동반성장' 및 '사업효율성 강화'를 위해 전통금융사인 우리 법인도 글로벌 정책에 따라 재택을 전격 시행하려고 합니다."


"법과 규정상 불가능한 포지션을 제외하고는 전격적인 '재택업무체제'를 준비해 주세요."



하....


여기저기서 당황스러움과 걱정이 섞인 매니저들의 한숨이 흘러나온다.


'눈앞에서도 관리가 어려운데 어떻게 재택으로 소위 MZ을 관리하라는 건가'

'중간에 끼인 우리들이 더 일하는 상황이 되고 말 거야. 매니저들만 죽어나는 거지..'


대기업이 아닌 이상, 중소기업이나 외국사 매니저들은 실무도 직접 하며 직원관리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나 또한 당황스럽고 부서 역할 상 우려되는 부분이 많았다.



'성과'와 '가치', 그리고 '상호신뢰'


물론 회사 매출에 기여하기 위한 부서 KPI도 있고, 기본적인 행정업무와 프로젝트들도 많긴 하지만, 그런 일상적 업무로 부서원들의 '성과''가치'를 충분히 입증하긴 어렵다. 특히, 경제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높은 시기엔 더욱 걱정되는 부분이 많다.


또 다른 걱정은 '상호신뢰'에 대한 것이다.

 '우리 부서 친구들은 정말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Business ethic(직업적 윤리)을 지키고 '예의'를 다 해 줄 것인가? 물론 먼저 '팀원을 무조건적으로 믿자'라고 생각해 본 적도 있지만, 직장생활을 오래 하면서 깨달은 것은 '나를 포함하여 사람은 누구나 흔들리기 쉽고, spoiled(여기서는 '속한 조직의 위계와 동료에 대한 상호이해가 부족하여 자기 기준만 내세우고, 약속된 규정을 지키지 않고, 주어진 혜택을 도용하는 상태'라고 정의해 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좋은 시스템이 좋은 사람을 만든다

좋은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리더는 기꺼이 '악역'도 자처해야 한다. 단, 조직과 직원 모두의 value를 높이겠다는 의도는 변치 말자.



'좋은 시스템이 좋은 사람을 만든다'란 말이 있다. 각자의 입장이 다르기에 사람이 모인 곳은 늘 '조율'이 필요하고, 사람은 누구나 유혹에 빠지기 쉽고 자기 합리화에 능하기에 모두 함께 일 때 좋은 영향과 결과를 만들 수 있는 '기본적 규칙'은 항상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물며, 아이들 '숨바꼭질'에도 규칙이 있지 않은가!


'전격 재택실시'와 함께 인사부에서 외부전문가를 초빙해 재택 관련 트레이닝과 교육을 제공해 줬다. 부서장과 팀장에게 어떻게 ground rule(기본규칙)을 세울지에 대한 교육을 제공했고, 모든 직원들에게도 재택에 대한 마음가짐, 전면적인 재택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기본교육을 제공해 줬다.


그러나 각 부서의 상황과 역할, 규정이 다르기에 전사적으로 효과적인 공통의 룰을 세세하게 정하고 지키도록 하는 것은 효과적이지 않다는 판단 하에 많은 부분 각 부서에 재량권을 허용했다.


사실,  부서장 재량권이 많으면 좋을 수도 있지만, 부서장이 직원들의 반대를 전면에서 부딪치며 악역을 해야 하기에 심적 부담도 있다. 충분한 공감 없이 독단적으로 결정하고 이끌면 오해만 쌓여 효과적이지 않고, 부서원들의 눈치를 너무 보면 조직과 직원 사이의 균형이 깨져 응집력을 갖고 성과를 내기가 어렵다. 이 또한 회피할 수 없는 일이라면 주도적으로 해결해 나갈 방법에만 집중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 매일아침 8시 55분 화상회의로 5분간 인사로 하루 시작

2. 30분 이상 오래 자리를 비울 때 사전 공유

3. 10주 중 최소 4주는 사무실 근무 (휴가는 되도록 재택기간 중에 사용)

4. 화상회의 시 카메라는 ON!(동료에 대한 상호존중차원), 건강을 위한 10분 휴식

5. 협업툴 적극사용(전사적 협업 인프라 및 문화 구축)


우리 부서도 우리가 지켜야 할 기본규칙을 논의하고 만들었다.

 각자 의견을 내긴 했지만 관리를 해야 하는 사람과 통제받기 싫은 주니어들의 의견이 팽팽한 규칙도 있었다.



매일아침 화상회의?... 꼭 그런 의미 없는 규칙을 만들어야 하는가? 시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성과만 내면 되는 거 아닌가? 출퇴근을 체크하겠다는 건가?

조직은 함께 일하는 공간이다. (성과가 가시적으로 보이면 실패할 경우 두드러지니 항상 좋은 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성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는 사람도 있지만, 어떤 사람은 묵묵히 장시간 일해도 성과가 보이지 않는 업무도 있다.


그렇기에 서로 어떤 업무를 진행하고 있는지 공유하는 시간, 이른 아침 우리가 비록 한 공간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함께 하고 있고 서로 지원을 할 준비가 되었다는 연대감 차원에서 매일아침 화상회의를 해 보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가 앞으로 하게 될 아침회의는 '견제'와 '감시'를 위한 것이 아니라 서로의 성장을 위한 '성장 지원'의 시간이라고 생각해 주길 바란다.


또, 조직 내 업무 평가는 '내가 하는 것'이 아니라, '남(상사)이 최대한 객관성을 확보하면서 하는 것'이다. 업무 중에는 성과가 바로 나는 일도 있지만, 직급이 올라갈수록 엄청나게 노력해도 본질적으로 성과가 나기 어려운 업무를 맡을 수도 있다. 결과로 떨어지는 성과가 중요한 것은 맞지만, 열심을 담은 '과정'도 함께 보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성과의 과정과 결과가 모두 입증되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에 과정을 함께 공유하는 자리로 생각해 주길 바란다.



30분 이상 오래 자리를 비울 때 사전공유.. 그렇게 부서원을 못 믿는가?

못 믿는 것이 아니라, 외부 요청으로 업무를 급하게 진행할 때 연락이 안 되면 시의성 있는 지원을 할 수 없고, 이로 인해 불신이 생길 수 있으니, 사전에 더 공유해서 상호신뢰를 지키자는 의도다. 입증하고 보여주지 않으면서 믿어달라는 것은 '친구'나 '연인' 사이에나 있을 법한 이야기다. 우리는 프로페셔널을 지향하는 직장인이다.


 통제받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우리 팀장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니, 싫긴 마찬가지다.  그러나 느낌과 감정에 집중하기보다 프로 직장인으로서 Norm(기본)을 세운다고 생각해 달라. 믿어주지 않는다고 억울해하기보다 서로에게 믿음을 주는 체제를 함께 만들어 보자.

 


카메라 ON?..  사생활 공유를 하라는 것인가? 내성적이라 카메라 켜기 싫다!

사생활 공유가 아니라, 함께 일하는 사람에 대한 예의로 생각해 달라.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라면, 되도록 ON을 해 달라는 것이다.


우리는 함께 성과를 내기 위해 만난 사람들이기에 '소통'이 중요하다. '소통'의 기본은 '내가 당신의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열심히 듣고 있음'을 언어적, 비언어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카메라 off 상태에서 우리는 상대의 말을 경청하고 진정한 소통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기 어렵다. 비대면 업무 환경 속에서도 '고립감'을 느끼지 않고 좋은 팀워크를 유지하자는 차원에서 다시 생각해봐 주길 간절히 바란다.



충분한 논의를 거쳐, 100% 마음이 수긍된 건 아니겠지만, 우리는 5가지 규칙을 적용해 보기로 했다.



조직에 합류한 순간 동의한 암묵적 약속

당신이 조직에 합류한 순간, 말하지 않아도 당신은 타인과 '함께' 일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남을 너무 의식하라는 것이 아니라, '나로 인해 발생될 수 있는 타인에 대한 영향'을 고려해 달라는 것이다.


나로 인해 영감을 느낄 수 있고 나의 적극적인 지원에 함께 좋은 성과를 내며 상승작용을 만들 수도 있다.

또는 의도치는 않았지만, 나로 인해 '상실감'과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 (물론 나도 상처받을 수 있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다 보면 과정 중에 오해도 사고 비판을 받을 때도 있다. 딱히 잘못이 없어도 조직 내엔 다양한 부서가 있고, 다양한 입장이 있으니 그럴 수 있다.


그럴 경우, 무시해야 할까? 아님 남을 의식해 진행하던 일을 멈추거나 우회해야 할까?


나는 생각보다 멘털이 약하고 남의 비판에 예민한 편이다. 그러나 내 개인적인 성향으로 인해 팀과 부서에 더 큰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오랜 기간 마음을 다잡아 왔다.


내 개인적 경험일 수 있지만, 과정 중 비판을 받으면 억울할 수 있지만, 비판을 비판으로 듣지 않고 나를 성장시켜 줄 성장조언으로 생각해 보면 어떨까 싶다. 타인의 비판 속에 담긴 본질에 대해 통찰해 보고, 해결책 도출에만 집중한다면 분명 상호 동의할 수 있는 협의점에 도달하게 되고 성장도 있을 것이다.


사익 추구가 아닌 조직 차원에서 온당히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다면 우회하거나 멈추지 말고 '무소의 뿔'처럼 강하게 밀어붙여 보자. 과정은 힘들지만 결과가 좋을 확률이 높기에 결국 대체로 '상호 신뢰'와 팀웤이 강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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