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서로 눈치를 보느라 쭈뼛거렸고, 물어보지 않으면 끌려온 소처럼 무표정과 침묵으로 일관하는 부서원들을 보면서 적잖은 마음의 부담을 느꼈다. 너무 하기 싫어하는 마음들이 화면을 뚫고 나오는 느낌이었다.
정말, 이렇게 계속 진행해도 되는 것일까?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처럼 '소심한 자아'가 계속 나를 말리는 느낌이었다)
"이제는 스스로에 대한 '가치'를 입증해야 합니다."
'공유하지 않아도 알아야 하는 거 아닌가! 란 생각은 하지 말아 주세요. 저는 한낮 부족한 인간이기에 넓어져만 가는 어젠다를 처리하면서 동시에 여러분이 진행하고 있는 일을 충분히 인지하기 어려운 것이 지금 제 상황입니다. 그러니, 적극적으로 공유해 주시고 지원이 필요하면 망설이지 말고 말씀 주세요.'.
하!------------------- 이번에는 순번을 정해서 보고식의 공유를 한다.
아침 미팅을 위한 순번 정하기 미팅을 따로 하고 있는 거 같았다 ㅠㅠ --;;
아무튼 업무 공유가 오가는 것을 보면서 각자 이해하고 받아들인 업무의 이해도가 상이한 것도 발견했고, 상당 부분 상단의 의사 결정이 사원 레벨까지 충분히 전달되고 있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To-do list는 전달되나, 그 일을 그렇게 결정하게 된 계기, 이유들은 충분히 전달되지 않거나 수용되지 않아서 자의적 해석을 하고 있는 경우도 보였고, 실행 과정 중 원래의 의도에 부합되지 않는 방향으로 설정된 것도 보였다.
그 부분을 보완하고자 하는 의도로 업무 공유가 있을 때마다 보완설명을 덧붙이긴 했으나, 업무에 대해서는 심하게 '진지충'인 내가 아침미팅을 리딩하니 경직된 분위기는 풀어지지 않았다.
아침미팅을 출근체크와 보고로 점철된 무거운 시간으로 만들 순 없는데....
조직과 직원 모두의 성장을 위한 Inspiring moment(영감이 되는 시간)를 만들기 위해 어떻게 바꿔야 할까?
리더십의 기본은 맥락적 사고!
아침미팅은 당신의 리더십을 강화하고 조직의 맥락을 깊게 이해하고 '역지사지'해 보는 시간
조직 내 갈등상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보통 '역지사지'가 안 되는 경우가 많다. 또, 조직차원에서 '맥락적 사고'가 안되다 보니 자기 입장이 제일 중요하여 갈등이 깊어지기도 한다.
신입공채가 없어지고, 경력직을 주로 뽑는 회사의 경우, 나이가 많아도 막내를 벗어나기도 어렵고, 조직의 메커니즘을 크게 이해하고 리더십을 발휘해 볼 기회가 드문 편이다. 그러다 보니 자기 역할을 넘어 맥락적 사고를 하기 어려울 수 있다.
'맥락'안에서 '업무'를 봐 달라고 늘 이야기 하고 내 딴에는 '맥락'을 알리려고 상세설명을 'Why(업무를 진행하는 이유)'와 함께 충분히 했다고 생각했는데도 크게 나아지지 않는 이유가 늘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어쩜 맥락적 사고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역할이 늘 follower였으니, 많은 정보가 주어져도 follower의 입장에서만 들었기에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물론, 어떤 상황이든 outlier들이 있기 마련이지만, 평균적 사고를 하는 사람이라면, '역지사지'나 '맥락적 사고'를 할 필요가 적은 환경에서 자신의 생각회로를 넓히지 않을 확률이 높은 거 같다.
'모두가 거부하던 아침조회?' vs '모두가 성장하는 Growth Sharing!'
막내 밑에 모두 다 모이!!!
그래서, 아침 미팅의 리딩과 Quote- '팀원들이 동기부여받고 더욱 의미 있는 하루를 보내도록 영감을 주는 조언이나 문구' 공유-를 막내 대리부터 돌아가면서 1주일씩 하도록 했다. 우리 모두가 팀원이고, 막내 대리가 그 시간을 이끌 리더로, 진행되고 있는 업무를 파악하고, 그 시간에 팀원으로 참여할 선배들에게 '당부'가 있으면 주저 말고 대범하게 하도록 요청했다. (우리 팀은 다행히도 평소 관계형성-Rapo-이 잘 되어 있는 편이라 어색함만 넘어서면 막내가 두려워할 요소는 없어 보였다.. 나만의 생각일지도!)
우리 막내 대리는 성품이 좋은 친구다. 그런 막내가 리딩하니, 선배들은 귀여운 마음도 있고, 안쓰러운 마음도 들었을 게다. 적극적으로 막내의 리딩을 도와주려는 분위기가 자연스레 형성되었다. 또, 원래 성격이 그렇지 않은 선배들도 막내에게 선배다운 면모를 보여주기 위해 더 적극적이고 성실하게 임하는 모습이 보였다.
우리 막내도 선배들에게 좋은 영감이 되려고,... 이제는 '막내가 아니고 당당히 성장한 동료'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장난기를 모두 빼고 아침미팅을 미리 준비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막내의 훌륭한 리딩으로 인해, 이제 우리 팀은 조금 더 자기가 하는 일을 자발적으로 공유하고, 모르는 부분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모습도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 사이의 그런 변화로, 아침 미팅을 조직과 우리 모두를 위한 '성장하는 모멘텀'으로 만들겠다는 원 취지에 부합하는 무드가 조금씩 형성되고 있는 거 같다. 부서 단톡방에 아침미팅의 이름을 위한 미팅명이 제안되고 투표가 시작되는 것이 보였다.
점점 더 커지는 책임의 무게...
효과적으로 상황을 받아들이고 리더십을 고양하기 위한 방법으로 '성숙'을 제안하다.
전격 재택실시를 부서에 공유하니, 세대에 따라 반응이 갈리지만, 과장 이하 직원들과 '늘 시간이 모자란' 직장맘들은 매우 반기는 분위기다. 출퇴근 시간과 출근 준비시간을 줄이면 하루 3-4시간 정도를 아껴 가정을 조금 더 돌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회사는 여성가족부에서 '여성친화적 기업'으로 인증받은 바 있다.
임직원 수가 적어서 의무적이지 않은 시기부터, 선제적으로 임신기간 중 '단축근무', 가족 돌봄 휴직도 있고, 출산, 육아 휴직도 자유로운 편이며, '유연근무제'도 시행하고 있다. 또 2주간의 block leave(명령휴가- 2주간 휴가를 무조건 가야 함. 직원에게는 휴식이 되고, 회사는 담당자가 휴가 간 동안 업무가 순조롭게 시스템적으로 돌아가는지, 금융사에서 있을 수 있는 비윤리적 상황은 없는지 검증하는 시간)가 있다. 연휴랑 잘 연결하여 사용하면 막내사원도 3주 이상 쉴 수 있다.
그래서 부서장과 팀장들은 담당직원이 장기간 빠져도 업무가 돌아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더 나은 체제를 만들어야 하고, 때로는 휴가 간 직원 백업도 직접해야 한다.
책임의 무게는 늘 무겁기만 하다 - 그래서, 나는 종종 부서원들에게 '더 성숙해질 것'을 권고한다. 도덕적인 측면에서 그런 요구를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나이가 들고 직급이 오를수록 성숙하지 않으면, 나보다 부서원을 더 먼저 생각해야 하는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해 스스로도 괴롭고, 그렇게 고생하는 내 마음을 알아주지 못한다는 야속함에 억울해하다 보면 관계가 나빠지고, 리더십을 잃는 경우가 종종 있다.
물론, 관계를 단절한 채로 팀장직을 수행할 수 있으나, '효과적'이지 않다. 신뢰가 없는 직장생활이 서로에게 지옥이 되리라는 것은 자명하다. 직장생활이 전쟁터가 되어 무한 경쟁의 loop에 놓이지 않고 상호성장의 모멘텀이 되기 위해서... 또, 경험이 쌓일수록 커지는 나에 대한 조직과 동료의 기대에 부합하기 위해서.... 내 경험상 내 관점을 바꾸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남 탓'과 '상황 탓'으로 돌려 해결책을 못 내는 변명을 구구절절 이어가기보다, '내가 더 적극적으로 책임지며' 상황을 해결해 보자는 관점의 변화가 더 나은 해결책을 가져왔었다. 나는 그런 일련의 관점변화를 '성숙'이라고 정의하고, 리더십을 고양하고 성과를 위한 해결책을 내는 효과적 방법으로 '성숙'을 제안한다.
물론, '성숙한 척'이 아니라 '진실로 성숙해야' 효과가 나기에, 어쩜 가장 힘들고, 오랜 기간의 숙고와 숙련이 요구되는 방법일 수 있다. 그러나, 그 과정을 통해 조금이라도 지금보다 '성숙'해진다면 충만한 기쁨이 느껴질 수 있다고 혹시 팀워크로 고민하고 있는 나와 같은 분들이 있다면 감히 제안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