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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호한 제제 Sep 16. 2023

나를 가장 힘들게 한 사람들!

3화 진격의 마케팅부 - 전격 재택시행기

"지난 10년간 이 회사에서 일하면서

가장 좋았던 점과 가장 힘들었던 점이 무엇일까요?"


사옥 이전일 아침미팅에서 한 팀원이 질문을 던졌다.

덕분에 우리는 가장 오랫동안 정든 공간을 떠나 새 오피스로 가게 된 소회를 나눌 시간을 가졌다.



친정 같은 회사?! 뭔 소리!


"음.. 여러분들과 같은 부서에서 함께 일한 것이 가장 좋았습니다. 이유를 생각해 보았는데 함께 일하는 동료분들이 제게 inspiring moment를 매번 주셨고, 여러분들과 일하며 많은 깨달음을 얻으며 진화하고 성장해 온 거 같습니다."


"(좀 간지럽지만) 제게 회사가 친정같이 느껴집니다. 업무공간이 친정 같다니 이상하시죠? 제 주변사람들에게 이야기했을 때도 모두 그렇게 이야기합니다.."물론 업무는 치열하고 매일 갈등이 이어져 화나는 순간도 많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돌아가고 싶은 곳이었고 '힐링'을 주는 공간이 바로 우리 부서, 우리 회사였습니다"



평소 강한 책임감으로 맡은 업무를 충실하게 하는 것으로 유명한 P부장님의 답변이다.

비교적 엄격하고 감정을 잘 표출 안 하는 P부장님은 담담하지만 동료들에 대한 깊은 애정을 담은 진심을 전했다.




"가장 좋았던 점은... 우리 부서 사람들을 만나서 함께 일한 것이고,

가장 힘들었던 점도... 우리 부서 사람들을 만나서 함께 일한 것이었습니다"


같은 질문에 대한 내 답변이다.


나 또한 이렇게 상호존중하고 서로 협력적인 부서에 속한 것이 매우 감사했다. 물론 사람마다 각자의 기준이 있으니 평가는 상이하겠지만, '사람'과 '성장'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를 직업선택의 기준으로 중시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 우리 부서 동료들은 진정 최고였다.


우리 부서라고 특별한 사람들이 모인 것이 아니었기에 갈등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솔직히 말하면, 잦은 문제와 갈등, 오해는 매우 tight 한 예산아래 성과를 입증해야 하는 우리들에게는 일상이었다. 게다가 나이대도 30대 초반부터 50대까지 있다 보니 세대 간 관점의 차이로 마음이 서운한 일도 많았다. 혈기가 왕성한 주니어들에게 나이 든 선배의 신중함이 주저거림으로 느껴졌을 것이고, 신 기법에 대해 업데이트가 느린 부분이 답답했을지도 모른다. 선배들 입장에서는 아직 경험과 관점이 단편적인 것으로 보이는 주니어들의 과감한 도전(?)이 하극상 또는 경솔함으로 비쳤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료는 선택할 수 없다'라는 대명제 아래 한 팀으로 묶인 우리를 운명공동체로 받아들이고 관계를 이어나기기 위한 노력을 지속했던 거 같다. 선배들은 후배들의 의견을 오픈마인드로 수용하기 위한 수련을 지속했고, 후배들에겐 더 큰 맥락을 볼 것이 요구되었다.


그렇게 짧게는 3-4년, 길게는 10년 넘게 관계를 위해 서로 노력해 왔기에 치열한 업무 속에 수많은 갈등이 있었음에도 우리는 팀웤을 포기하진 않았다.



비록, 역사에 길이 남을.. 외부로 크게 알려진.. 광고나 이벤트는 없어도.....


또, 규제산업에 속해 있기에 제한이 많고 예산도 거의 없지만... 남들이 알만한 savvy(세련된) 이벤트나 광고를 하진 못했지만, 주어진 조건아래서 성장을 멈추지 않기 위해 우리 부서친구들은 전문 agency처럼 일하고 실무를 파고 프로젝트를 직접 진행하며 성장을 멈추진 않았다.


혹자는 그렇게까지 해야 했냐고 했고, 알아주지도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우리가 안다.. 우리의 성실함과 열정을... 적어도 그 많은 시간을 함께 하면서 우리는 핑계만 대고 있지 않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시행해 봤고 성과도 만들었다. 그렇기에 개별 직원의 능력은 조금도 뒤처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우리 부서 동료들이 자랑스럽고, 내가 그 부서의 일원이라는 것이 너무 감사하다.



 나를 가장 힘들게 했던 사람들.


나는 지극히 이기적인 인간이다. 이런 내가 타인을 받아들이고 선임으로서 나와 다른 남을 수용하고, 이해하고, 책임지는 일은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그렇다고 '본래 타고난 내 성향'대로 팀을 이끄는 것은 전혀 효과적이지 않다는 것을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깨달을 수 있었다.


선임이 되어 팀을 이끈다는 것은 나를 변화시키고 내 생각을 끊임없이 바꾸지 않으면 안 되는 과정이었기에, 내게 지난 10여 년간 가장 힘들었던 점 또한 '우리 부서의 사람들을 만난 것'이라고 대답했던 거 같다.


'모난 돌'인 내가 그 과정을 겪는 동안 괴로움도 컸지만, 분명 그로 인해 나는 많이 성장하고 진화했다.


- 무엇이든 두려워하지 않고 맡겨지면 '해보자'라고 독려해 주고 궂은일 마다하지 않는 K부장님

- 외유내강 모든 팀원을 엄마처럼 지원해 주는 수선화 같은 우리 L부장님,

- 톡톡 튀는 의견과 생기발랄함으로 늘 팀의 에너지를 더해주는 많은 후배님들,


서로 많이 다른 성격이지만, 존중하고 협력하려고 애쓴 그 마음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분위기가 만들어질 수 있었을까? 정말 감사한 일이고 값진 성장의 결과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이 관계가 영원할 수 없고, 일로 만났기에 소속이 달라진다면 자주 만나지 못하겠지만, 가끔 우리가 함께했던 이 시간을 회상해 보면서 참 좋은 인연이었다고 생각하며, 서로의 길을 진심으로 응원해 줄 수 있는 사이가 되지 않을까 싶다.


서로에 대한 깊은 진심을 나눈 직후 K과장님이 단톡방에 올린 글이 마음을 울린다.

너무 늦음 밤이라 갬성이 터진 건지... 가슴이 또 먹먹해진다.



by 제제

- 매 순간 Be Present 하면서 의미를 쫓고 있는

- 관계에 매이지 않지만 여전히 모든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 그러나 늘 주도적으로 내 삶을 살길 원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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