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단호한 제제 Dec 21. 2023

AI시대, 인간 중심의 대안을 꿈꾸다

한국적 DAO의 가능성

"출발선이 같은 세상은 불가능 하겠죠?"

"그래도 출발선이 같을 수 있도록 노력해 봐야 할 거 같아요. 그러기 위해서 저는 무엇이라도 해 보려고요!"


30대 중반 정도가 되었을까?

해맑게 부끄러워 하면서도 담담히 자기의 의지를 밝히는 그의 말에 마음속 한 켠에 담아두었던 내 기억이 자극되었다.


 불행감이란, 존재하기는 존재하되 그녀의 위치에선 도저히 보이지 않는 그런 사회에 자기의 삶을 비춰보게 됨으로써 비롯됐다. '자신과 남편의 노력으로 이룩해 놓은 게 얼마나 보잘 것 없는 것인가'하는 열등감으로 참으로 비참했다. 혜진이네가 아무리 정직하고 성실하게 노력해봤댔자 거북이 걸음에 불과했다.
상대방은 토끼였다. 현대판 토끼는 결코 낮잠 같은 거 자지 않고 정력적으로 달렸다. 거북이에게 승산이 있는 세상이 아니었다. 만약 혜진이가 거북이와 토끼 걸음의 차이를 타고난 운명이나 공정한 실력 차로 받아들일 수만 있었다면 훨씬 마음 편하게 거북이 걸음에 자족할 수 있었으련만...
분하고 억울했다. 이 세상에 억울한 것 만큼 못견딜 불행감이 또 있을까?



박완서 작가님의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의 일부분이다. 고등학교 때 이 소설을 우연히 읽고 나는 오랫동안 좌절했다. 그리고 억울해 했다.



AI시대, 더 심화될 부와 지식의 양극화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는 눈부시게 발전하는 기술 덕분에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그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 인공지능(AI). GPT를 활용하는 능력이 더해지면 더해질 수록 우려되는 문제가 있었다. 멀게는 인간 존재에 대한 두려움이겠지만, 단기적으로는 사회구조적으로 심화될 '부와 지식의 양극화'가 너무 걱정이 되었다.


대학시절, 강남 대치 한 복판에서 고액 과외를 한 적이 있었다. 내 실력이 좋았던 건 아닌거 같고 지인들의 신뢰로 만들어 진 기회였다. 아이는 과목마다 선생님이 있었고, 거기에 주말 체육까지 수업을 받고 있었다. 부모님은 우리나라 최고 학부를 나오셨고 교양도 있으셨고 인품도 정의롭고 너그러우셨다. 아이는 붙임성도 좋고 예의도 발랐다. 영화에서 보던 것과 달리 균형잡히고 행복한 가정이었다.


내가 자란 동네, 가까운 친구들은 학원을 다니는 것도 드물었었다. 그러나 처음 가본 부자집 과외. 그때 나는 이렇게 좋은 부모님 밑에서, 많은 선생님들을 통해 이 동네 아이들은 의지가 약해도 끊임없이 자극받고 성장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늘 같은 공간에 있었던 내게는 너무 새로운 경험이었다.


어떤 죄책감에서였는지 나는 동기간에 산동네 야학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다.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아이들의 극과극 삶을 보면서 참 많이 힘들었었다. 야학의 아이들도 착하고 열심이었으나 가르쳐 보니 지속적으로 뇌에 자극을 받아온 아이들을 따라가기엔 무리가 있어 보였다. 그 그룹에서 완전히 뛰어난 친구가 나오기란 모레알 속에서 보석을 찾는 것과 같은 일이었다.


아이 중 할머니 손에 자라는 아이가 있었다. 폐지를 주어 생활하시던 할머니는 나를 볼 때 마다 '우리 OO이 똑똑하죠? 공부하면 성공하겠죠? 선생님이 꼭 좀 도와주세요!' 하며 연신 물어보시고 내 손을 꼭 잡으셨다. 할머니가 희망에 찬 눈빛으로 그렇게 물어보실 때마다 나는 '그럼요! 잘 될겁니다!'하고 얼른 돌아서 나왔다. 그리고는 버스정류장까지 속절없이 흐르는 눈물에 범벅이 되어 걷곤 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그때 할머니의 목소리가 환청으로 들려 눈물이 난다.


그때 결코 입 밖으로 내뱉지 못했지만, 나는 아마도 그렇게 되기 힘들다고 생각했던 거 같다. 그래서 그렇게 매번 눈물이 났던거 같다. 그리고 그 환경에 감정이입되어 그토록 억울해했었던 거 같다.



너무도 비현실적인 '같은 출발선'을 만들자는 말!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불공평하다. 살아보니 그게 기본값(Default)이였다. 그런데 사회경험을 적지 않게 했을거 같은 그가 내 앞에서 '같은 출발선을 만들자'고 제안을 했다.


모든 이의 출발선을 같게 만들자는 말이 점차 기득권이 되어 '자본주의'를 알아가는 내게  비현실적이고 이상적으로 들렸다. 그렇지만 그의 말이 내 기억의 한켠을 흔들었기에 나는 그의 말을 결코 흘려 들을 수 없었다.


그래서 함께 노력해보자는 그의 생각에 동의하며 'AI 시대의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한국적인 DAO(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 탈 중앙화된 자율조직)'에 대한 구상과 실험을 함께 해 보기로 했다.


최근 몇 년간, 우리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의 변화, 인공지능의 가속화, 그리고 경제 침체의 가능성에 직면하면서 효율성을 강조해 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들은 종종 경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직원 해고'라는 방안을 고려하곤 한다. 그것은 또 다른 양극화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


드라마에서와 달리 기업 경영진 입장에서는 조직의 지속성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경영진들도 그런 선택을 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결국, '잔혹한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그런 선택을 하고 마음이 괜찮으리라는 생각은 복잡한 인간의 마음을 너무 단편적으로 보는 시각일게다.



더 나은 세상을 함께 만들기 위한 DAO, IMAGINE


결국, 다른 방식으로 지금의 문제를 풀어야 한다. 그와 나, 그리고 같은 비전을 품은 친구들과 함께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DAO, EMAGINE'이라는 모임을 만들고, 양극화를 조금이나마 완화할 대안을 찾기로 했다.



우리가 생각하는 DAO는 과거의 협동조합 정신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것으로, '몬드라곤 협동조합'의 가치를 계승하는 조직체이다. 이 협동조합은 인간 중심, 지식 및 자원의 공유, 투명성 및 신뢰성, 지속 가능한 성장을 중요한 가치로 여겼다.


AI 시대에 부와 지식의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우리의 시도는 현대 사회에 새로운 조직 및 커뮤니티 형태를 제안하는 것이다. 즉, 몬드라곤 협동조합의 가치를 현대적으로 해석하고, AI 시대의 도전에 적극적으로 보완책을 만드는 것이다.



우리가 지향하는 한국적 DAO는:  


기본수익 제공: Data Currency, 누구나에게 공평한 Time을 기반으로 기본 수익원을 제공하고

분산된 의사 결정 구조: 모든 구성원이 의사 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로,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투표와 의사결정이 투명하고 신뢰할 수 있게 이루어질 것

지식 및 자원의 공유: 구성원 간 지식 격차를 줄이고, 평등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지식과 자원을 공유할 것.

지속 가능한 성장과 발전: 사회적 기업가 정신을 계승하여, DAO 내에서 생성된 가치는 커뮤니티의 발전과 구성원들의 복지 향상에 재투자될 것.  

 투명성과 신뢰성: 모든 거래와 의사 결정 과정은 블록체인에 기록되어, 투명성과 신뢰성을 보장할 것.  

 인간 중심의 기술 활용: AI를 포함한 기술을 인간 중심적으로 활용하여, 조직의 의사결정 과정을 효과적으로 만들되, 항상 사람이 중심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EMAGINE DAO를 구상하기 위해 모인 우리 각 자가 느꼈던 좌절과 억울함은 이제 우리가 만들어갈 새로운 시작의 기반이 되었다. 함께 이 길을 걸으며, 우리 모두가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가는 시도를 멈추지 않길 꿈꿔본다.







by 제제

- 안될 줄 알아도 멈추지 않고 우리가 염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 나 자신과 동료들이 자기자신을 알아가고 새로운 대안을 함께 찾음으로써 '무기력'에서 벗어나 설레는 삶을 이어나가길 응원하는

- 다음세대를 이끌어 갈 청소년들이 조금 더 공평한 기회를 마주하길 기도하는

작가의 이전글 나는 왜 그토록 '삶의 의미'에 집착하는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