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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입니다 Jul 19. 2022

청년농부가 가야할 길, 어르신들의 니즈 파악

양평 수미마을 청년 귀농 장기교육 6#

혼자 가지 말고 함께 가라.

굉장히 흥미로운 수업이 지나갔다. 2주간의 수업 동안 내가 얻은 메시지는 단 하나로 귀결됐다고 볼 수 있다. '어쨌거나 혼자서만 잘 살려는 청년이 아니라, 마을에 가서 감동도 주고, 지역주민들과 뒤섞여서 마을을 살기 좋은 곳으로 바꿔봐라! 그게 청창농의 취지다.'


청년 창업농은 어쩌면 마을 어르신들의 즐거움을 담당할 수 있어야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강사님의 강의 속 이야기들은 아주 소소한 점이라도, 지역 주민분들이 즐거워할 수 있게 노력한다면 마을에 적응해 사는 게 훨씬 쉬워질 거라는 점을 말해줬다.


어르신들의 니즈를 살피는 게

시골 살이를 행복하게 만드는 길


청창농 사업계획서에 이런 내용들을 넣는다면 어떨까?

마을 라디오를 통해 각본도, 대본도 없이 어르신들 머리에 헤드셋을 채워드리고, 무작정 라디오를 시작해본다. 도시에 있는 자식과 먼 마을 시골 한 귀퉁이에 사는 노부모가 그 소식을 듣고 도와준다는 것. 문화가 부족한 시골에서 작게나마 시도해볼 수 있는 이런 노력들이 시골의 어르신들의 주름진 얼굴에 미소를 그리게 할 수 있지 않을까. 허탈해 보이는 그들의 눈에 조금은 기대감과 즐거움을 드릴 수 있지 않을까.

혼자서 잘 먹고 잘 사는 게 아니라, 서로와 함께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머리를 굴리는 일이 시골 마을에 적응하는데 큰 도움이 될 거라고 말씀해주셨다. 정부가 시골로 가려는 청년들에게 바라는 건, 청년의 스스로의 문제도 해결하지만 지역의 문제도 해결하고, 지방의 모든 발전을 고루고루 해낼 수 있게 혁신적인 그 아이디어와 콘셉트로 바꿔주길 간절히 바란다는 게 느껴졌다.


마을 회관에 모인 어르신들께 시를 가르쳐드려 자신의 마음을 그 글 위로 녹여낼 수 있게 하는 점도 아름답게 느껴졌다. 한 존재로서 이 삶을 살아가면서, 자신의 이름이 불러질 겨를 없이 '누구누구의 엄마, 누구누구 집사람'으로 불리기만 할 뿐, 자기 이름으로 불려본 적 없는 할머니들. 그들에게 자긍심을 줄 수 있는 그림 그리는 법, 시 쓰기, '글씨 예쁘게 쓰기'라는 이름으로 한글 가르쳐드리기 등 여러 방법으로 그들의 자긍심을 높여드릴 수 있다면 낯선 시골의 삶은 외롭지 않고 행복하고 풍요로울 수 있다고 했다. 어찌 보면 우리가 알아야 할 건, '시골에 텃세가 심하다'는 선입견에 갇혀 있는 게 아니라, 시골에 계신 한 분 한 분이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시는지, 그들에게 필요한 건 무엇인지, 그 니즈(Needs)를 살펴 내가 채워 드릴 수 있는 건 무얼까 한 꼭지 고민해보는 삶 아닐까. 시골로 간다는 건 결국 시골에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살펴 그들에게 줄 수 있는 게 무얼지 알고 서비스하는 삶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마을의 아무도 살지 않는 집을 치우고, 잔디를 심어 어르신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골프 시설을 만든다거나, 게이트볼 장소를 만들어 세련된 선진국의 실버세대들이 그렇듯, 즐거운 공간으로 만든다면 어떨까. 마치 공간 디자이너처럼 마을을 예쁘게 만드는 거다. 마을회관을 어르신들이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거나, 이야기나 시시콜콜한 수다를 나누며 커피 한잔 할 수 있는 도시의 카페처럼 바꾸면 어떨까?



시골이 단지 섞이기 어렵고 까다로운 곳이 아닌,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는 공간으로 바라본다면 어떨까. 시골은 도시에 비해 낙후되어 있기에, 할 수 있는 도전거리가 많아 보인다. 뭔가 말을 섞기 어려울 거라 여기는 우리들의 선입견에 갇혀 어르신들을 피해 나만의 성을 짓고 멀찍이 혼자 사는 것보다, 어르신들의 말을 곰곰이 들어보며, 그분들 마음에 있는 결핍이 무엇인지 살펴보는 일. 우리가 도시의 삶 속에서 상대의 니즈를 살피고, 공감과 경청을 늘 하려 했던 그 모습 그대로, 어르신들의 마음을 살펴본다면 그들에게 줄 수 있는 나의 작은 선물들을 찾아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시골의 지역주민들과 함께 잘 살려할 때

국가의 지원이 같이 따라온다


도시에서의 삶을 떠나 무작정 도피하는 게 아니라, 어디서든 결국 함께 잘 사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점. 이를 위해서 내 주변의 사람들, 그들의 필요를 살피고 그들과 마음과 정을 나누는 길이 나도 잘 살고 남도 잘살게 되는 점일까. 그럴 때에 지자체에서도 더 많은 지원을 해준다고 한다. 결코 함께가 아닌, '홀로' 살아남으려는 사람들은 국가의 지원을 받기에는 어렵다고 한다.


강사님들이 달라질 뿐, 수십 년 이 필드에 있던 분들이 하시는 말씀은 결국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마을 주민들과 함께 잘 사는 방식을 고민해보라'는 점으로 귀결된다.


만다라트 + 지역 살이 기회 = 퍼머컬처 농장에 가까워지기


얼마 전에 배운 만다라트가 참 쓸모 있어 보인다. 이점에 있어서. 아이디어를 빈칸에 빼곡히 적다 보면, 내 무의식에 있던 것들이 튀어나와 무언가 기존과 다른 색다른 무언가가 튀어나오게 되니 흥미롭다. 이 만다라트 위에 수많은 빈칸들의 무의식적으로 나열한 나의 키워드들을 바라보다 보면 뭔가 모를 색다른 조합이 튀어나온다. 빈칸을 보면 꼭 채우고 싶어 하는 인간의 본능으로 더 많은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만든다는 만다라트. 여기서 배우는 하나하나의 가르침들이 거대한 퀘스트를 깨기 위해 작은 임무들을 하나하나 해나가며 얻게 되는 큰 줄기의 보상과 같은 느낌은 무얼까.


나 홀로 교육을 들을 때보다, 함께 청창농에 도전하는 분들과 같이 교육을 들으니 더 재미가 있다. 나만의 생각이나 아이디어가 아니라, 다양한 시각과 질문, 생각들을 들어보며 함께 고민해볼 수 있으니 더 재밌달까.


아무쪼록 이 교육의 끝에 번듯이 청창농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조만간 있을 완주에서의 기회들도 잡아내 배운 것들을 써먹어볼 수 있는 실습의 시간을 갖고 싶다. 그를 통해 조금씩 더 시골에서 나의 퍼머컬처 농장을 할 수 있는 그 꿈을 이뤄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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