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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만별 Jan 05. 2021

싹둑싹둑

1. 싹둑싹둑

익숙한 소리가 들려온다.

싹둑싹둑

오늘은 무얼 자르나.

싹둑싹둑

색색깔 색종이도

싹둑싹둑

수많은 동화책도

싹둑싹둑

오늘도 들려온다.

싹둑싹둑

언니 머리만은 제발.

싹둑싹둑

들려오는 울음소리

싹둑싹둑


2. 자르는 걸 좋아하는 셋째. 첫째도 둘째도 가위질을 좋아했지만, 유독 셋째의 가위사랑이 유별나게 느껴졌다.

첫째의 숙제를 자르고, 알림장을 자르고, 둘째의 유치원 신청서를 자르고, 서류를 자른다. 어느새 손에 들어간 내 카드도 잘릴 뻔했다. 힘이 약해 카드는 구했지만, 셋째의 가위질은 늘 신경을 곤두서게 한다.


오늘은 첫째와 이야기를 나누다 팔 베개를 하고 누웠다. 갑자기 싹둑싹둑 가위질 소리가 들려온다. 손으로 가위 모양새를 하고 첫째와 내 사이를 가위로 가르며 입으로 싹둑싹둑 한다. 몇 번의 가위질을 끝내고 나와 첫째 사이에 누워 만족스러운 얼굴로 웃는다. 세상을 다 가진 표정에 나와 첫째가 깔깔깔 웃었다. 그 소리를 듣고 남편도 둘째도 뒹굴뒹굴. 행복이 별거 있나. 이거면 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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