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싹둑싹둑
익숙한 소리가 들려온다.
싹둑싹둑
오늘은 무얼 자르나.
싹둑싹둑
색색깔 색종이도
싹둑싹둑
수많은 동화책도
싹둑싹둑
오늘도 들려온다.
싹둑싹둑
언니 머리만은 제발.
싹둑싹둑
들려오는 울음소리
싹둑싹둑
2. 자르는 걸 좋아하는 셋째. 첫째도 둘째도 가위질을 좋아했지만, 유독 셋째의 가위사랑이 유별나게 느껴졌다.
첫째의 숙제를 자르고, 알림장을 자르고, 둘째의 유치원 신청서를 자르고, 서류를 자른다. 어느새 손에 들어간 내 카드도 잘릴 뻔했다. 힘이 약해 카드는 구했지만, 셋째의 가위질은 늘 신경을 곤두서게 한다.
오늘은 첫째와 이야기를 나누다 팔 베개를 하고 누웠다. 갑자기 싹둑싹둑 가위질 소리가 들려온다. 손으로 가위 모양새를 하고 첫째와 내 사이를 손가위로 가르며 입으로 싹둑싹둑 한다. 몇 번의 가위질을 끝내고 나와 첫째 사이에 누워 만족스러운 얼굴로 웃는다. 세상을 다 가진 표정에 나와 첫째가 깔깔깔 웃었다. 그 소리를 듣고 남편도 둘째도 뒹굴뒹굴. 행복이 별거 있나. 이거면 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