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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만별 Nov 22. 2020

내리사랑 막내

3: 엄마~ 여기능 오또케 너머가~?
나: 이리와~ 엄마 가까이 오면 도와줄게~
3: 아닝 엄마~ 여기능 오또케 너머가냐구우~~
나: 이쪽으로 오면 안 될까? 엄마가 손 잡아줄게~~
3: 여기 오떠케 너머가아아~~??
나: 휴..............
     알았어~ 엄마가 갈게 잠시만~~
3: 엄마~ 나 이 꽃이 보고 티포소 그대또~
    여기 오또케 너머가아~??

가던 길을 멈추었던 막내가 이미 앞서있던 나를 불렀다. 좁은 빗물용 도랑을 건너겠다고 나를 계속 불러댔다. 내쪽으로 와서 건너도 될 거 같은 합리적인 내 생각과는 달리 걸음을 멈춘 채 자꾸만 불러댔다. 이길 것 같지 않은 대화의 반복 끝에 아이에게 다가가니 도랑 맞은편에 노란 민들레가 한창때처럼 예쁘게도 피어있다. 엄마의 시선은 목적지에 닿아있어 길가의 풀떼기에는 눈길도 주지 못했는데, 내 아가는 그 작고 싱그러운 생명을 알아보고 예뻐해 준다. 평소에도 꽃이나 열매가 좋아서 봄에는 꽃에 흥이 나고, 한창 가을인 요즘은 열매 따는 재미에 어린이집에서 집으로 가는 길도 오래오래 돌아가곤 했다.

한 번은 집에 놓을 화분을 사러 양재 꽃시장을 방문했다. 친정엄마와 나는 아이가 보채면 어쩌나 걱정부터 했다. 하지만 그곳은 우리 막내에게 천국이었다. 세 살배기 아가 주제에 꽃이 만발한 그곳에서 우와~ 우와~ 감탄사를 연발하니 화원의 아주머니 아저씨들 얼굴에 기특하다며 웃음꽃이 함께 피었다. 시장을 뛰어다니며 '엄마 이거 예뻐~ 엄마엄마~~ 이것 좀 봐봐!!' 신이 난 아이를 보며 엄마와 한참을 웃었다. 1시간 남짓 머물렀던 그곳을 나올 때쯤엔 '엄마~ 나 너무 재밌었어~' 하는 아이를 보며 덩달아 나도 행복했다.

그런 막내가 길가의 민들레를 그냥 지나칠 리가~ 아무도 몰라봐줬을 민들레의 존재를 내 딸이 알아봐 주었구나 싶어 기특했다. 엄마 눈엔 한낱 민초인데 그조차 예뻐서 따스한 눈길로 바라봐주는 순수함이 사랑스러웠다. 엄마는 우리 딸이 참 예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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