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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주신쥬디 Aug 21. 2024

나는 내 기준에 “잘” 살고 있는걸까?

일단, “잘”사는 방식이란 뭘까


약속이 진짜 많은 요즘이다.

일주일에 두 명 이상씩 만나러 다녔다.

더워서 아무것도 하기 싫고 집 밖을 나가는 순간 짜증이 나지만, 사람들 만나면 또 그 순간에 몰입해서 신이 난다.


사람들은 각자 정말 다르다. 돌아보면 내가 만난 사람들 간에는 완전 반대인 사람들도 많다. 그들이 만나면 서로 상극이겠구나 싶은 생각도 든다.

나도 당연히 모두의 모든 말에 공감할 수는 없다. 그래도 아 이 사람은 이럴 때 이렇게 대처하는구나,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하며 일단 입력을 한다. 언젠간 내게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과 함께.


사람들 사는 방식은 매우 다양하고 누가 더 ”잘“ 산다고는 아무도 판단할 수 없지만 내 삶의 방식만큼은 내 기준에 ”잘“ 사는 방식이어야 하는데 나는 아직도 그 ”잘“이 뭔지 모르겠다.


나는 목표지향적인 사람들을 워너비라고 칭하며 그들과 얘기를 나누면 대단하다, 멋지다, 나도 본받고 싶다,라는 말을 많이 한다. 진심이다.

난 태생이 욕심도 적고 독하지 못해서, 지금 상태로는 그들처럼 될 수 없다는 걸 자각했다.

노력을 못한다기보단 간절함이 없다는 말이 맞겠다. 난 무언가를 “엄청 잘하고 싶다“ ”최고가 돼서 인정받고 싶다“ ”유명해지고 싶다“라는 마음을 갖지 않는다.

좋은 성적을 받고 좋은 학교에 간건 사회가 심어준 의무감을 원동력 삼아 이룬 결실일 뿐, “내가 간절히 원해서” 이룬 목표는 아니었다.


그래서 내가 우러러보는 내 워너비들의 삶의 방식, 당장의 결실이 없을지라도 하나를 깊게 파는 방식은 이상향이지만 내 삶에 적용하기는 너무 어렵다. 그들의 원동력은 자신만의 뚜렷한 목표인데 나는 그게 없으니, 그들을 하루이틀 흉내 낼 수는 있을지언정 오래가지 못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원료 공급원이 다르니.


나는 목적지 없이 달리기만 하는 꼴이다.

다행인건, 목적지가 없어도 워너비들처럼 달리긴 달린다. 목적지를 모른다는 사실도 모른 채 열심히 달리고, 여기저기 가보며 잡다한 스킬도 얻는다.

그래서 다양한걸 적당히 잘하면서 배회하는 캐릭터로 살고 있다.


이것저것 적당히 잘해서 나쁜 건 없다. 그게 지금까지 내가 버텨온 방식이다. 이거 시키면 하고, 저 기회 생기면 하는 잡식 스타일. 좋게 말하면 적응력 좋은 유연한 캐릭터지만 다른 말로는 애매~한 캐릭터다.

이젠 내 삶의 방식을 조금 바꾸어보고싶다는 생각이 든다.


잡스러운 job을 job 삼는 스타일에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

아직도 이거 해봐, 저거 해봐, 그거 하면 잘할 거 같은데!? 이런 조언이 들려온다. 다 날 생각해 줘서 하는 고마운 조언이지만 내가 “잘할 수 있는 거“라고 해서 꼭 내가 ”잘하고 싶은”건 아니란 걸 스스로 리마인드 해야 한다.


적당히 잘하는 걸로, 주변사람들에게 얻은 은혜로, 밥줄을 유지하며 사는 근 3-4년의 삶도 하나의 삶의 방식이고 나쁘진 않지만, 이건 free trial의 기간이었다고 생각한다. Free trial인만큼 투자한 것도 없었다. 그만큼 큰 수확도 없었던건 사실이다.

Free trial을 끝내고, 투자가 필요할지라도 advanced plan을 택해서 지금과는 다르게 살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거야.


뭐든 경험해 봐야 알듯이, 지난 시간 또한 거쳐야 하는 과정이었다. 이렇게도 살아보고, 저렇게도 살아보면 굳이 새로운 방식을 찾을 필요가 없는 순간이 올 수도 있지만, 내 기준에 “잘”살고 있는가? 내가 생각하는 “잘”사는건 뭘까? 하고 틈틈히 되뇌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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