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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cal editor Apr 05. 2023

<Tick,Tick,BOOM!>Editor Essay②

Local Salon with H.H.H LAB_The Questions

로컬살롱이 있던 2022년 한 해를 <일 포스티노>로 마무리하며, 로컬에디터는 올해 3년 차를 맞이했습니다.

영화 <틱틱붐> 속 조나단 라슨이 30살 생일을 맞이하며 쌓아가는 고뇌를 보면 3년과 30년의 차이가 크다는 것은 알게 되지만, 매일매일이 틱틱붐이라고 외치면서도 막연한 구석이 서로 곳곳에 맴돌던 때 우리는 구례에서 이들만의 속도로 유영하며 둥둥 떠다니는 행행행을 만났고 영화 속 질문들과 함께 팝업을 진행했습니다. 


틱틱붐의 주인공 조나단 라슨은 늘 의문을 품고 질문을 던지며 생각에 잠기곤 합니다. 그러곤 스스로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며 일상의 단서들을 영감 삼아 계속해서 곡을 쓰고 작품을 만들어요. 


서로가 갖고 있는 불안과 두려움, 꿈과 사랑, 그 너머 무언가를 계속해서 포기하지 않고 던질 용기를 빌어 우리는 묻습니다. 질문은 우리를 더 나은 곳으로 이끌며 우리의 삶을 유려하게 만든다고 믿거든요.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두려움과 사랑, 좌절과 희망, 용기와 순응. 다양한 선택과 뒤엉키는 감정 속 당신은 어떤 질문을 품고 그 시간을 통과했나요. 그리고 어떤 날들을 꿈꾸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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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샛길을 찾아다니는 일, written by Nyeong


Q. 더 안전하고 익숙한 길이 있는데 왜 우리는 새 길을 내야 할까?

Why should we blaze a trail when the well-worn path seems safe and so inviting?



“신영, 신영은 샛길을 스스로 꼬박 가봐야 하는 사람이잖아요”

[ 샛길 : 사이에 난길. 큰길에서 갈라져 나간 작은 길 또는 큰길로 통하는 작은 길 ]     


아침 7시 10분 서울행 KTX에 올라섰다. 출근할 때도 8시 30분에 간신히 일어나 9시까지 쏜살같이 뛰어가는 내가, 해도 뜨지 않은 6시에 일어나야 하는 그 서울행을 커피 때문에 두 달째 가고 있다니. 도착해도 오전 10시, 평소였다면 부은 눈으로 멀뚱멀뚱 타자기를 두드리고 있을 시간. 루틴처럼 서울역에 도착하자마자 푸드코트로 걸어가 8,500원짜리 순두부찌개를 시켜 먹고, 한 칸 더 올라가 영국 바리스타 챔피언의 카페에서 14,000원짜리 모닝커피를 마셨다. 커피를 위해 밥을 먹고, 밥보다 비싼 커피값이라니. 나조차도 내뱉게 되는 ‘아–’ 깨달음과 탄성. 이어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 카페의 문을 연다.     


카페 문을 하나둘 열 때마다 분명 혼자인데 수많은 목소리가 소란스럽게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너 정말 괜찮겠어? 손에 쥔 것을 모두 내려놓고 이 안에 있는 사람들처럼 할 수 있겠어? 서른이 넘은 나이에 누가 널 처음으로 받아 주겠어. 그래도 하고 싶은 걸 해야지, 아니 아니 꿈만 좇다가 정작 내가 아무것도 아니게 되면 어떡하지’ 한 모금에 소란이 하나씩 추가된다. 커피고 뭐고 도망가고 싶어 - 길을 헤매다 헤매다 결국 잃어버렸구나. 잃어버린지도 모르고 시간만 보내다 알아차린 지금은 돌아갈 길은 새까맣게 잊고 두려움만 가득 삼켜 버렸구나, 이제 어쩌지.     


사방이 책으로 둘러싸인 숙소에 어쩌지 못하는 마음을 무겁게 들고 갔다. 편히 머물다 떠나기 전 방명록은 꼭 써달라는 사장님의 당부는 흘려듣고 잠옷만 갈아입은 채 모든 소리를 껐다. 눈을 떠보니 고요 속에 창살을 뚫는 아침 빛이 알알이 쪼개졌다. ‘커피, 마시고 싶네’라고 중얼거리며 카페 문을 여는 대신 전기포트에 물을 끓였다. 커피 한잔을 다 마시는 동안 방명록을 남겼다. <길을 자주 잃습니다. 그런 제게 어떤 친구는 누구나 들여보는 큰 대로가 아니라 작은 샛길을 일일이 찾아볼 줄 안다고 했고, 어떤 친구는 그게 제 역할이라고 했고, 어떤 친구는 그 매 순간이 진심이라 어렵겠지만 그게 바로 ‘저’이니 진심을 담아 걸어가라 하더군요. 그러다 보면 몰랐던 길이 나타날 거라고 ->     


그런 아침이었다, 분명 다시 돌아갈 수 없지만 갑자기 나타난 샛길을 기꺼이 가보기로 마음먹는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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