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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cal editor Apr 05. 2023

<Tick,Tick,BOOM!>Editor Essay③

Local Salon with H.H.H LAB_The Questions

로컬살롱이 있던 2022년 한 해를 <일 포스티노>로 마무리하며, 로컬에디터는 올해 3년 차를 맞이했습니다.

영화 <틱틱붐> 속 조나단 라슨이 30살 생일을 맞이하며 쌓아가는 고뇌를 보면 3년과 30년의 차이가 크다는 것은 알게 되지만, 매일매일이 틱틱붐이라고 외치면서도 막연한 구석이 서로 곳곳에 맴돌던 때 우리는 구례에서 이들만의 속도로 유영하며 둥둥 떠다니는 행행행을 만났고 영화 속 질문들과 함께 팝업을 진행했습니다. 


틱틱붐의 주인공 조나단 라슨은 늘 의문을 품고 질문을 던지며 생각에 잠기곤 합니다. 그러곤 스스로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며 일상의 단서들을 영감 삼아 계속해서 곡을 쓰고 작품을 만들어요. 


서로가 갖고 있는 불안과 두려움, 꿈과 사랑, 그 너머 무언가를 계속해서 포기하지 않고 던질 용기를 빌어 우리는 묻습니다. 질문은 우리를 더 나은 곳으로 이끌며 우리의 삶을 유려하게 만든다고 믿거든요.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두려움과 사랑, 좌절과 희망, 용기와 순응. 다양한 선택과 뒤엉키는 감정 속 당신은 어떤 질문을 품고 그 시간을 통과했나요. 그리고 어떤 날들을 꿈꾸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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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도 어김없이 차려진 밥상이 풍족하여, written by Cholog


 Q. 당신을 움직이게 만드는 힘은 무엇인가요?

Are you letting yourself be led by Fear or by Love?



아침에는 껍질째 먹으라며 식초에 씻어준 사과와 잔뜩 구워준 구운 계란이, 점심에는 봄이 오면 늘 밥상에 자리했던, 그래서 봄의 시작을 알게 해 줬던 그녀의 달래장과 곱게 말린 뒤 잘게 잘게 썰어 만들어준 야채 밥이 요즘의 밥상을 가득 채우고 있다. 정성을 들인 풍족한 밥상은 내 하루를 든든하게 지탱한다는 사실을 서른 즈음이 되어서야 온몸 절실히 어김없이 채워진 그녀의 밥상으로 깨닫고 있다.


먹는 것이 중한 그녀는 밥은 잘 챙겨 먹었는지, 집은 잘 들어왔는지, 전입신고는 잘 마쳤는지 궁금한 것이 많다. 궁금한 것이 많은 그녀는 꿈꾸는 일도 많다. 한 가지 음식에도 여러 개의 레시피를 돌려보며 맘에 드는 부분만 뽑아 개성 강한 요리를 만들어내는 그녀는 식물에도, 나무 의사에도, 부동산 박사에도, 드론을 날리는 일에도 모두 진심이다. 퇴근 후 ‘힘을 다하고 정성을 다하여’라는 문장을 필사하던 그와 모든 것에 진심인 그녀의 만남이 내 평생에 걸친 의문점이었지만 어쩌면 자연의 섭리-우주의 이치와 같이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겠다. 최선을 쏟는 마음, 그것이 도의. 바르고 옳은 길. 사람이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 이리 말하는 그들 사이에서 태어나 자라온 나는 주말에도 그 흔한 늦잠 없이 아침을 맞이하며 조금 피곤한 성장기를 보냈지만, 종종 어쩔 수 없는 그들의 언어가 내 삶 곳곳에 숨어있다는 것을 느낀다. 카레에 넣을 당근을 깨끗하게 손질하는 일부터, 티끌 없이 창문을 닦는 일, 누가 보지 않아도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시간을 보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데까지 이들의 숨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그런 순간이 있다. 이들과 내가 같은 시간 속에 같은 나이테를 새기며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도 없이 믿게 되는 때. 그런 지점을 발견할 때마다 ‘아, 역시 콩콩팥팥인가(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라는 생각이 어김없이 튀어나온다. 같이 있으면 너무나 다르지만 흩어지면 너무나 뚜렷한 색이 드러나는, 서로에게 어색한 취향을 공유하는 일이 불편하지 않은, 여행에 찾아온 폭설을 그저 유쾌한 순간으로 만들어버리는 그런 순간. 


나는 여전히 삶에 대한 그들의 지향점과 나의 도달점에 대한 간극을 좁힐 수 없다는 사실이 무척 어렵다. 그렇지만 나는 오늘도 달래장에 담긴 그녀의 사랑과 열과 성을 다하라는 그들의 최선을 떠올리며 성실한 하루하루를 쌓는다. 이것이 징글징글한 순간에도 우리를 ‘우리’로 만드는 언어이자 부지런한 사랑임을, 그리고 그것이 내 동력이 되었음을 이제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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