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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니엘라 Dec 17. 2024

가족에겐 마음 모아 사랑할 존재가 필요하다

"하나, 둘, 셋! 후우~~."


작은 케이크를 앞에 두고 반원을 그리며 모여 앉은 세 아이의 동그란 얼굴이 '하나, 둘, 셋' 구호가 끝나기가 무섭게 목표물을 향해 몰려든다. 붉게 타오르는 촛불은 입김이 가장 센 큰 형의 '한 방'이면 시시하게 연기로 변해 버리겠지만, 큰형은 동생들 몫의 촛불을 알뜰하게 남겨 준다. 차례차례 하나씩 불을 꺼트리며 우애 좋은 밤이 흘러간다.

식탁의자에 앉은 막냇동생이 실수로 의자에서 떨어질까 봐 첫째 오빠는 틈만 나면 막냇동생의 뒤를 살피고 손을 뻗는다. 둘째 오빠는 막냇동생의 얼굴이 혹여나 촛불에 닿을까 봐 동생이 움직일 때마다 촛불을 막으며 손바닥 방패를 만들어 낸다. 삼 남매의 귀엽고 따스하며, 별난 생일 축하 풍경이다. 분명 생일 주인공이 있는데, 촛불을 불다 보면 주인공이 누군지 분간하기 어려워지고 온 가족의 관심은 결국 막둥이에게로 향한다.  


생일 파티 장면은 아주 단적인 예이지만, 막내의 출생 이후 우리들에겐 온 가족이 한마음이 되어 아끼고 사랑해 줄 존재가 생겨났다. 터울도 크고, 성별도 다른 신비하고 귀여운 막내 여동생이다.

막둥이의 표정 하나, 몸짓 하나로 엄마, 아빠의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리는 것은 물론이고, 세상에 나온 지 고작 11년, 7년 된 오빠들의 동공마저도 순식간에 하트로 채워버리는 일 역시 막둥이의 활약 덕분이다.


2022년 막내가 태어난 이후, 잠을 포기하고 시간과 곁을 더 양보하고, 챙겨야 할 것들은 눈덩이처럼 불어났지만, 우리 가족은 대체로 이전보다 더 자주 행복을 느낀다. 아이들이 자라나며 웃을 일보다는 지시와 명령이 난무하는 군대식 아들 둘 하우스가 막 오픈될 무렵, 꽃처럼 향기로운 막내가 세상을 향해 까꿍거리며 나타났다. 세 번쯤 소리 질러야 할 일은 한 번 이하로 줄어들고, 두 아들의 등짝을 향해 날아가던 손바닥은 막둥이를 안아주고 토닥이는 일로 분주해졌으니 목청과 손바닥은 이전보다 더 선한 방향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막내의 등장으로 아이들의 삶에도 적잖은 변화가 일어났다. 언제든 바라보면 웃어주고 싶은 대상이 생겨났고, 내 거야 네 거야 다툼보다는 "내가 이든이 한테 줄 거야." 하며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사랑을 모아주기 시작했다.


아빠, 엄마도, 그리고 형과 아우도 모두 같은 마음으로 막둥이라는 신비한 존재를 사랑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겪을지도 몰랐을 갈등이 우리 곁을 비껴가기도 하고, 울적했을지도 모를 어느 을씨년스러운 오후의 빛도 더욱 반짝이는 빛으로 만들어 주었으며, 남는 시간을 주체할 수 없어 겪었을 공허함을 섬김과 배려로 뽀얗게 채워주었다.

서로에게 너무나 익숙해져 버린 가족이 더욱 풍성한 행복을 누리기 위해서는 함께 사랑할 존재가 필요하다. 동일한 존재를 같음 마음으로 사랑하고 아껴주는 것만으로도 가족 구성원들은 성장하는 동시에 깊은 행복감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가족은,

오늘도 우리 집에서 가장 작고 귀여운 그녀를 사랑해 주는 일로 하루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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