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인문규 Oct 29. 2023

현재를 뱉어낸다(2)

당신이 살던 시대의 사람들은 죽은 이를 마주하기 위해 하얀 소복을 입었다는데 내일의 나는 당신을 마주하기 위해 검은 옷을 입어야 한다.
당신에게 마지막으로 쓰는 이 글과 이 상념에 마지막이라는 단어를 섣불리 쓰는 것이 옳을지 잘 모르겠다. 나의 일생에는 당신과 살아갔던 순간이 문뜩 떠오를 테니, 그때마다 나는 당신을 떠올릴 때면 어린 나의 일생에 작은 행복이었던 사람이라 기억하려 한다. 그러니 부디 당신의 죽음 뒤에는 평온과 안식만이 남길 바란다.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나보다 일찍 세상을 등질 남은 사람들을 위로하고 더욱 사랑하는 방법뿐이다. 더욱 아끼고 그들의 체온을 느껴보려 한다. 그들이 죽음과 가까워졌을 때 나의 작은 체온이 행복했던 온기로 남을 수 있도록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현재를 뱉어낸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