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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하나 Apr 05. 2024

사람을 살리는 말


"그렇게 하지 말아 주시고요. 그렇게 하면 안 돼요."


그의 입에서 나온 단호한 말은 저를 힘껏 쳤어요. 사람들하고 밥 먹는 자리에서 당혹스러웠어요. 내가 얼마나 이 시간을 기다렸는데!


이후로 신경이 쓰이는 거예요. 그간 쌓인 것들이 터진 걸 수도 있잖아요. 언제부터 참았을까? 나에게 말하지 않은 뭔가가 더 있는 건 아닐까? 계속 긴장했어요.

 

저는 죄송하다고 바로 사과했어요. 무안하고 겸연쩍더라구요. 다른 사람들 앞에서 어쩌면 그렇게 냅다 꽂은 거지?  그렇게 말했어야 했나 싶어요. 라면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을 거예요. 그 순간에 말하거나 따로 불러서 이야기했을 거예요. 


저는 ○이가 너무 귀여워서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 마음이 앞서나가서 무의식적으로 행동했어요. 제가 들어오면 애들이 흥분할 거라는 생각은 못 했어요. 생각이 짧았죠. 조심성이 부족했던 행동이었어요.


 말이 길어지는 이유요? 반추를 멈추고 싶은데 쉽지 않았어요. 이왕 이렇게 된 거 마음을 따라가 보기로 했거든요. 잘못된 행동이었음을 이해하고 당시에는 의연하게 대처했지만 제가 많이 놀랐나 봐요.



저는 싫은 소리를 듣거나 이로 인해 아쉬운 말을 하고 싶지 않아서 말과 행동에 각별히 신경을 써요. 그런 내가 허점을 보이다니.. 부끄러웠어요. 빈틈을 보였다는 사실이 창피했고 쥐구멍에 숨고 싶었어요. 그것도 여러 사람 앞에서!


내가 얼마나 힘을 주어 노력하는데 정곡을 찔려 부끄러움과 창피함이 큰 것 같아요. 이토록 마음이 여리다니, 놀라울 정도예요.  자신에게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그럴 수 있다구요. 내가 노력해도 어쩔 수 없는 빈틈이 있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괜찮다구요.


그로서는 해야 했던 말이에요. 제 기분을 배려하기보다 떠오른 순간에 무심코 말을 내뱉은 거죠. 제가 생각이 짧고 조심성이 부족했듯 그도 그럴 수 있어요. 의 판단을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조심해야겠다. 신경 써야겠다. 내 태도에 집중할 뿐이에요.


오전까지만 해도 작은 마음이 정신 사납게 날뛰었거든요.

마치 나만 보라고 소리 지르고 있는 것 같았는데 조금씩 진정되고 있어요. 불편함이 사라지기 시작했어요. 머리로는 실수를 이해했는데 마음에서 떠나지 않아 괴로웠거든요. 머리보다 마음을 이해하는 게 먼저인가 봐요.


점심을 먹고 오후에는 음악을 들으면서 집 청소를 했어요. 흰둥이랑 평소처럼 산책도 했고요. 지금까지 그 생각에 꽂히지 않고 무탈히 지내고 있어요.





제가 3개월 넘게 책을 못 읽고 있다고 말씀드렸을 때 선생님은 읽을 수 있을 때 읽으라며, 조금씩 읽어도 되고, 천천히 읽어도 괜찮다고 하셨죠. 여가생활은 바뀔 수 있다고요. 아직 도서관에는 가지 못 하고 있지만, 이제 활자 책을 읽을 수 있어요. 지난 독서모임에서 3권을 읽었어요.


자기중심적인 저도 엄마가 될 수 있을까요? 선생님께 물었을 때 그렇다고 하셨죠. 자신의 삶이 소중한 줄 아는 엄마는 자녀의 삶을 존중해 줄 수 있을 거라고 말씀하셨어요.


아기가 떠오르는 무언가 앞에서 분노할 때면 선생님은 그럴 수 있다고 하셨어요. 마주한다는 것은 불편할 수 있고, 강렬하게 떠오르며 상실감, 고통, 슬픔을 동반할 수 있다고 짚어주셨어요. 분명한 사실은 제가 노력하고 있다는 것, 노력하고 있는 나라는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알려주셨어요.



선생님이 저에게 건넸던 그럴 수 있다는 말은 주저앉고 싶은 순간에 저를 다독여 줬어요. 숨 막히는 상황에서 숨통을 트이게 해 준 말이었어요. 오늘은 저 자신에게 이 말을 들려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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