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독서수업 갔다가 시조동인의 부군되시는 분의 유작전에 갔다. 가끔 그 선생님은 애틋한 망부가를 시조로 녹여낸 작품을 쓰곤했다. 자세한 사연은 몰랐는데 오십을 갓 넘기고 타계하신 모양이다. 젊은 시절은 아이들을 키워내느라 치열하게 살다가 이제 한숨 돌리나 싶을 때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버렸으니 남은 사람의 애틋함과 황망함은 어떠했을까.
관람객이 나 혼자 뿐이어서 홀로 감상에 젖었다. 집어등 오징어배를 그린 작품이 여럿 있었다. 집어등이 이렇게 아름다운 줄 미처 몰랐다.
병상에서 오는 봄을 바라보며 가볍게 그린 그림이 특히나 마음이 갔다.
남편이 이 세상에 두고간 작품들을 매만지면서 아내의 마음이 어땠을까 생각하니 가슴이 저려온다.
사랑은 왜 이렇게 매번 '여기'가 아니고 '저기'에 있는 것일까. 이건 내가 한 말이 아니고 오늘 수업을 한 책 <사랑, 그 환상의 물매>에서 김영민이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