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제숙 Aug 19. 2022

빅뱅체험

어린 두 손주를 돌보고 있는 요즈음, 올해 여름을 보내는 일이 어려운 숙제처럼 느껴졌다. 장마가 끝나고 폭염이라더니 태풍의 영향으로 비가 오고나자 견딜만하게 시원해졌다.

하루는 길고 먼데 한 주일, 한 달은 쏜살같이 간다.

그동안 둘째  손주가 태어나 며칠 전 첫돌을 지났다. 시간은 멈추는 법이 없어서 손주들은 자라고 나는 늙어갈 것이다. 흐르는 것은 유장하고 힘이 세다.


첫손주를 보고 나서 이 시조를 썼다. 처음 제목은 <빅뱅>이었는데 주위의, 아직 할머니의 대열에 진입하지 못한 문우들이 너무 나갔다고 아우성이었다. 자아가 다소 강한 나는 장래희망이 '말랑한 할미'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뒤에 '체험'을 붙이는 것으로 일반화, 보편화를 벗어났다.


우리 세대는 근면, 성실, 정직을 삶의 토대로 살아왔다. 나는 그 중에서도 골수분자일만큼 융통성이 없는 편, 따라서 문학을 하기엔 적합한 인물이 아닌지도 모른다. 시인은 무릇 공인된 뻥쟁이다. 아기들을 돌보는 틈틈이 어찌하면 뻥을 잘칠까 고민중이다.


     빅뱅체험

우주의 별 하나가 심장에 와 박혔다


무심하던 풍경이 일시에 출렁거렸다


지구가 살짝 무거워졌다, 첫손주 오던 날


#시조 #시 #시인 #손주 #육아 #여름 #세월


매거진의 이전글 시인의 마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